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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조용했던 한·중 FTA협정 정식 서명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7월08일 19시5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59분

작성자

  • 정영록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경제발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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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조용했던 한·중 FTA협정 정식 서명식

 

 지난  6월 1일 한·중FTA 체결 사인식이 있었다. 양국 간의 교역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중요한 행사임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을 포함한 우리사회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했고, 당국은 아직도 사인 내용을 상당부분 공개치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날 기념리셉션도 조용하고 조촐하게 치러졌다. 왜 그랬을까? 양국 간에는 뭔가 서로 양해 하에 우선 협정체결 서명부터 하자는 데 주로 방점이 있었지 않았나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조용하게 치러야 하는 숨은 이유였을까? 우리에게 불리한 협상내용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첫 번째로, 한-중 교역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한-중 교역은 기본적으로 500억 달러 정도의 투자를 기반으로 해 만들어진 제품을 제3국에 수출하는 거점형 수출구조를 갖고 있다. 한·중 교역은 연간 2,500억 달러 규모로 외관상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모의 교역에는 상당부분이 중국에 투자한 우리업체의 원부자재의 수입으로, 결국은 적어도 2/3가 제 3국으로 재수출 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중국시장에 직접 수출하는 것은 1/3정도로, 이마저도 주로 중국 업체에 우리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형식이다. 이런 실정이어서 현재 가장 중요한 중국의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은 훨씬 작다고 분석되고 있다.

 또 중국 내수시장에 대해 우리업체들은 각종 이유로 수교 20여년이 지났지만 준비치 못하고 단순히 오퍼(offer)상에 그치는 전략 부재를 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관세를 낮추는 경우, 중국의 물건이 한국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쉬워졌지만, 우리제품의 중국내 수출은 관세를 낮추어 준다고 하더라도 각종 비관세 장벽에 의해 시장 개척은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의 입장에서 한·중FTA 체결의 실속이 없기 때문에 행사를 떠들썩하게 치르기 보다는 조용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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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중국의 고속성장에 따른 재검토 기한 명기 문제를 간과한 것도 우리가 숨기고 싶은 문제점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중국과의 FTA협상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의 중국경제는 WTO 가입 3년째로 아직 경쟁력을 완전히 구비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현재의 중국은 세계 최대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11년 전의 중국경제상황을 전제로 시작된 중국과의 협상은 현재 경제상황에 맞게 완전히 다른 틀에서의 협상이 이루어 져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은 정치적인 목적(협정타결의 성과주의 지향)에 의해서 성급하게 타결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몇 년마다 재검토, 갱신하는 과정마저도 구비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중국의 경쟁력  대약진(quantum jump)에 전혀 대비치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세 번째로는 서비스부문 협상의 과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앞으로 서비스 부문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한류· 금융 부문 등의 경쟁력은 결국 수출규모(size)에 있다고 볼 때, 우리가 확실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큰 기대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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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는 협상의 주도권 문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FTA협상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산업통상자원부가 잘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결국은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이 맡아야 종합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진정한 통상 외교를 통해서 우리의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외교부 위주의 공관조직 및 운영으로는 이를 관철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FTA국회 비준을 빨리 끝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중국과의 통상 협상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함께 더욱 중요한 것이 우리의 산업구조조정, 체질개선 등 국내적인 정책을 통한 착실한 경쟁력 제고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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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08일 19시5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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