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제약 산업, 거품뿐 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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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제약산업, 거품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잘 나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쉽지는 않다. 그 속사정을 조금 상세히 알아볼까 한다.
신약 기술수출 관련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지난 9월 바이오 주식 대장주인 한미약품의 주가 폭락은 바이오 분야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알맹이 없는 거품’이라는 바이오 거품(Biotech Bubble)이 투자자에게 인지되면서 바이오에 대한 투자에 의심을 가지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방향에서 보면, 국내 바이오업계의 대표 주자중 하나인 셀트리온의 경우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출시한 바이오시밀러(Biosimiliar)인 “램시마”는 시장점유율이 해당 품목의 50%를 넘어섰고, 최대 수요처인 미국시장의 판매를 맡은 화이자가 지난 10월에 연내 통관기준으로 2,600억원 규모 물량을 주문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판매가 될 것이라는 큰 호재도 있다. 셀트리온의 이러한 호재도 결국은 창업 후 지난 15년 동안의 신약개발 어려움을 극복하였기 때문에 이루어 진 성공의 시작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이오 제약산업은 개발에서 제품 생산에 걸리는 회임기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여 ‘고 위험 고 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란 아주 위험하기는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투자에 대한 보상이 아주 크다는 의미의 용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바이오 벤처기업이 활발히 창업되는 초기 바이오 붐(Boom)시대는 주로, 고수익(High Return)에 관심을 둔 투자였기 때문에 우리 바이오 산업은 결국 ‘거품’이라는 오명을 가지게 되었다. 거품을 만드는 요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수익만을 생각하고 신약개발에 필요한 위험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한 것 때문이다.
신약의 개발은 성공 시에는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큰 매력은 있지만 신약 후보물질의 발견에서 FDA제품 승인에 이르기까지, 또 후보물질 탐색(1-3년), 독성을 조사하는 전 임상(3-5년), 수십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1상(1-2년), 수백 명의 임상2상(2-3년), 수천 명의 임상3상(1-2년)의 과정을 거치는 10-15년이란 긴 세월이 걸린다. 그런데 그런 오랜과정을 극복하고 실제로 성공할 확률은 상당히 낮다. 투자 위험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뿐만아니라 아직도 수천 명의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 임상3상을 국내의 한 개 제약기업이 하기에는 너무 큰, 천문학적 연구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능력과 경험이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과 기술수출 등 제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바이오 제약 산업도 충분히 임상 2상, 3상에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계 50위내에 들어가는 규모의 제약회사들을 키울 필요가 있다.
돌이켜 보면, 2000년에 초기 창업된 많은 바이오 벤처 기업은 주로 신약후보 물질을 찾는 초기 단계인 후보물질을 발견하고 특허 출원 후 창업하였고, 보유한 연구결과는 몇 종의 후보물질과 후보물질을 효율적으로 찾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신약을 상용화하는 데는 많은 연구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였다. 경제가치가 큰 금광이나 유전 개발 성공 확률이 각각 10%와 5%로 예상하는데 비해 신약은 0.02%로 성공률이 아주 낮다. 때문에 신약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수돗물이 가정에 까지 지속적으로 공급 되는 데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야 하는 것과 같이 신약개발도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적인 개발을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개발파이프라인이 있어야 한다.
대다수의 초기 벤처기업들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잘 구축되지 않는 상태에서 창업이 되었기 때문에 전 임상단계나 초기 소규모 임상에서 탈락하는 비율이 높아서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후보 물질이 발굴되어도 신약개발까지 여전히 오랜 시간과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벤처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벤처기업은 경험과 능력 있는 기업과 효율적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IPO나 M&A등을 통해서 연구자금을 조달하고, 아울러 부족한 연구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느냐의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개발된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연구결과에 대한 가치 판단의 부족으로 실제로는 IPO나 M&A를 통한 파이프라인의 연결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2016년 국내 전체 IPO 140건 중 29%인 41개가 바이오기업인 점과 2015년부터 시행되는 기술특례상장 규정완화로 코스닥 상장사는 모두 41개사인데 이중 88%인 36개사가 바이오 기업이고 상장된 바이오기업 중 50%인 18개사가 바이오 신약기업인 점은 능동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가시적 결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후보물질이 발굴되더라도 기술 수요자인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후보물질을 가진 공급 연구자들은 아주 많고, 여전히 투입해야 할 연구비가 많이 들고, 시간도 길기 때문에 많은 보상을 하기는 어려워 후보물질의 기술 가치는 아주 낮을 수밖에 없다. 기술 가치를 어느 정도 높이기 위해 벤처 기업들은 국가의 연구지원 등 여러 방법으로 전 임상이나 임상 1상을 성공시킨 후 기술수출(Licencing out)을 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2000년대 초기 벤처기업들은 자금조달원이 구축되지 않은 단계에서 계속되는 연구진행을 위해 투자를 원했지만, 투자회수 위험성이 컸기 때문에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의 바이오기업들은 충분한 파이프라인을 가져서 현재 진행 중인 후보물질이 실패를 하더라도 충분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전 임상, 임상 1상, 임상 2상등을 마치거나 진행 중인 신약후보가 많기 때문에 투자 후 어느 정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지난 2년간 국내 제약회사가 기술 수출을 한 건수(표 참조)는 2015년 25건, 2016년 12건 총37건으로 한미약품의 경우도 2015년 5건, 2016년 1건으로 총 6건이고 현재 이중 1건이 임상시험을 포기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5개의 과제들이 진행중이다. 또 계속되는 R/D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서 미국이 60조원, 일본이 16조원 연간 사용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간 1조1천억 원 정도의 작은 연구비를 사용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쩌면 경험해야 할 꼭 필요한 실패에 대한 경험만을 쌓고 있는 셈이다. 임상시험 중간에 포기를 하는 경우는 선진국 바이오제약회사에서도 빈번이 일어나는 일이고 많은 실패 경험을 통해서 현재의 규모나 단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바이오 신약개발과 대조적으로 현재 호재로 여겨지는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특허기간이 종료된 알려진 물질을 연구하기 때문에 후보물질 탐색과정은 필요 없지만 임상시험을 한다는 점과 기존의 물질과 정확히 같아야 한다는 점에서 개발에 성공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역시 많다. 바이오 의학 물질은 대부분 구조가 복잡하여 아주 정확하게 동일한 물질을 만든 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연구와 생산은 셀트리온에 2002년 창업하여 “램시마”의 성공을 시작으로 “허셉틴”, “트룩시마”를 비롯해 많은 파이프라인을 만들며 시작되었다.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바이오의학품 전문생산(CMO)도 1공장 5만 톤을 비롯하여 2019년까지 총 31만 톤의 생산 공장을 완비할 예정이고 2017년에는 8,000억 원의 매출과 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바이오시밀러에 관심을 가지고 삼성 바이오 로직스를 설립하여 바이오의학품 전문생산(CMO) 1,2공장과 생산능력 세계최고의 18만톤의 3공장을 송도에 조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류마티즈, 치료제 “SB5(휴미라)”유방암 치료제 “SB3”, 당뇨병 치료제 “SB9”을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어 파이프라인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셀트리온이나 삼성 바이오 로직스 외에 한화케미컬도 류마티즈 치료제 “다빅트렐주사”를 국내허가를 2014년에 획득하였다. 바이오의학품 전문생산(CMO) 생산능력은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이 30만톤/년, 스위스 론자가 28만톤/년에 비하여 우리나라 송도에 셀트리온과 삼성 바이오로직을 합하며 67만 톤으로 세계 최대 바이오 의학품 생산단지로 산업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기술 수출을 통한 바이오 신약 개발에 대한 경험과 생산 인프라가 갖추어지고 있더라도, 새로운 파이프라인의 다양한 연결은 앞으로의 우리나라 바이오 제약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신규 과제 개발을 통한, 벤처기업들과 기존 국내 바이오 제약 대기업간의 상생적 생태계 조성은 매우 중요한 숙제이다.
국내 벤처투자인 벤처캐피털(VC)도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와 비교하면 아직 요원하다. 요즈마는 제품개발 초기단계 투자가 40%인데 비해 우리는 제품개발 후기투자가 44.6% 차지하고, VC자금회수도 M&A와 IPO가 이스라엘이 각각 90%와 10%이고, 미국경우도 75%, 25% 인데 비해서 우리나라는 18%와 3%로서 실제로 M&A는 3%로 극소수이다. 대부분인 59%는 장외매각 및 상환, 19%는 프로젝트 투자회수 방식으로 투자자금이 회수를 되고 있어 벤처 기업을 키운 계획적인 장기투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IPO를 통해서 기업 간 협력적인 생태계 조성을 못하고, 단지 투자회수를 위해서 장외 매각이나 상환을 선호하는 있다. 즉, VC는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면서도 큰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바이오 기업들도 진솔하고 상승적인 IPO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으며 긍정적으로 M&A를 할 수 있는 방안의 검토도 필요하다
또한 바이오 제약도 ‘고위험 고수익’방식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형태인 ‘중 위험 중수익’(Medium Risk Medium (or High) Return) 또는 ‘저위험 저수익’( Low Risk Low (or Medium) Return)과 같이 크든 작든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개발에 관심을 가지는 실리적 여건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
. 이런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과감한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에 충분히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제너릭 분야 세계 1위, 제약규모 세계 12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짧은 시간에 진출한 이스라엘의 “TEVA”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어 관심을 갖고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바이오 제약회사에 대한 투자가들은 의구심은 바이오 거품으로 큰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지난 20년 이상의 꾸준한 연구노력으로 많은 연구결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서 계속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지금의 작은 실패는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경험을 쌓는 통관절차로 생각한다면 국내 바이오 기업은 분명히 큰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실패의 경험을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의 발견의 기회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하고 잘 구축되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면 지금의 어려움은 거품이 아니고 바이오발전의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ifs POST>
표) 국내 바이오 제약사 기술 수출 2015, 2016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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