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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의 한국 잠룡님 전 상서(前 上書) <3>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말라, 국민에게만 빚을 져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1월16일 16시32분
  • 최종수정 2017년04월27일 15시57분

작성자

  • 김정수
  • 무역협회 경제통상자문역

메타정보

  • 41

본문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5년’ 중에 딱 한번 일본경제가 빛을 발한 때가 있었다. 거센 당내 저항을 극복하고 5년 5개월의 총체적 구조개혁으로 일본을 다시 일어서게 한 고이즈미 내각(2001~2006년)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개혁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장래를 자기에게 맡겨달라는 잠룡들에게, 고이즈미가 편지로 전하는 충언을 한번 들어보자.    ​

 

 

<편지 2>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말라, 국민에게만 빚을 져라

 

정치를 하게 되든 관료를 하게 되든 남에게 빚을 지지 말라. 누구에게든 돈이든 표이든 직위이든 아무것도 빚을 지지 말라.

 

정치인으로서 당 총재나 당 대표로 선출될 때, 파벌 등 일정한 파워그룹의 도움을 받지 말라. 그런 도움을 받으면 당신이 국가 최고 권위의 직에 임하기도 전에, 그들은 그 신세를 갚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시작해, 내각 인사, 당 집행부 인사를 ‘이리 해라, 저리 해라’ 등 자기네의 요구 사항을 늘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수하처럼 부리는 인물로 당신의 내각을 꾸미려는 것이다. 

집권 과정에 당 안팎의 정치세력의 도움을 받고 나면, 집권 첫 달부터 그들은 ‘이 정책을 펴라, 저 정책은 펴지 마라’며 ‘콩 놔라 팥 놔라’ 정책 충언을 빙자한 간섭을 밥 먹듯 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 그들의 이해에 반하는 구조개혁 같은 정책은 첫 걸음조차 뗄 수 없게 된다.

 

설사 당신이 내각과 당 집행부를 당신 입맛에 맞게 구성한다 하더라도, 당신의 선출이 그들의 협조나 정치세력 간의 타협의 산물이라면, 당신이나 당신의 언행 또는 정국운용이나 정책 추진이 그들의 의향에 맞지 않거나 이해에 반하는 순간, 정치세력들은 당신을 옹립했던 바로 그 밀실타협으로 당신을 서둘러 축출할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면 특히 이익단체나 지방조직 또는 기업에 신세 지는 것을 극구 자제하라.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은, 나라살림을 그들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당신의 집권에 기득권 세력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면, 그 ‘도움을 받는 것’은 정치권-관료-이익집단 간의 ‘철의 삼각형’, 그 부패와 비효율의 먹이사슬을 용인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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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당신이 새 공공사업이나 정책을 새로 결정하거나 기존 사업이나 정책을 바꾸려 할 때, ‘그때의 빚’을 갚으라고 나타날 것이다. 당신이 그들의 의향대로, 이해대로 움직이라는 얘기다. 당신이 그들의 요구를 거부하면, 언제인지 날짜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조기 퇴임은 정해진 바나 진배없다. 그들의 힘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를 만들었으니, 그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를 갈아치우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은, 당신 스스로 그들에게 포획되려고 제 발로 그들 수중으로 걸어 들어가는 짓이다.

 

당신이 빚을 지려면 국민에게 빚을 져라. 국민에 대한 빚은 다름이 아니라, 그들이 공감하고 지지한 당신의 비전과 신념, 당신이 추구하는 정책이다. 국민에게 진 빚은 당신이 국민 덕분에 최고 지도자가 되었을 때 당신 스스로를 다그치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국민에 대한 빚은 많고 클수록 좋다. 국민에 대한 그 빚을 그 정책을 추진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는 것으로 갚으면 된다. 아니, 국민에 대한 빚은 당신의 정책 추진과 비전 실현으로만 갚아야 한다. 당신을 믿어주고 따라주고 지지해 준 국민에게는 그것이 보람이다. 

 

나는 ‘자민당이 바뀌지 않으면 자민당을 부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면서 구태 자민당을 버렸다. 나는 총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자민당의 세 가지 집표 도구, 즉 파벌・당내조직・표밭을 버렸다. 속해 있던 파벌<모리(森)파>에서도 탈퇴했다. 중의원과 참의원 안에 나의 지지세력을 조직하거나 자민당 국회의원의 지지를 구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민당의 집표 기계(political machine)인 공기업 특히 우정사업을 분할·민영화할 것을 나의 공약으로 삼았다. 그 무엇보다, 자민당의 표밭인 지방에 대한 공공사업 등 정부지출 억제를 공언했다.

 

총재선거에 나서면서 그런 모든 인연을 끊어버린 이유는 딱 하나였다. 빚을 지지 않기 위해서였고 부패의 족쇄에 묶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빚을 지지 않음으로써 파벌, 특정 이익단체와 부문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을 위한 일본 총리가 되기 위해서였다.<ifs POST>​ 

 

 <순서>

 

왜 지금 개혁의 리더십인가?

 

제 1부 제대로 된 잠룡이라면

 

제 2부 대권을 잡고 나면: 개혁의 무대는 이렇게 꾸며라

 

제 3부 모두를 개혁에 동참시켜라

 

제 4부 논란이 많은 개혁과제를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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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16일 16시32분
  • 최종수정 2017년04월27일 15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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