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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구조조정, 다음 정부가 맡을 팔자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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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07일 20시35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08일 09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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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두 마음이다. 원칙적으로야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지난 달 31일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잘못됐다고 생각돼서다.

왜냐?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구조조정의 기본원칙과 걸맞지 않은 내용들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구조조정을 늘 고장 난 자동차에 비유한다. 자동차가 단단히 고장 나 덜컹거리면서 길을 가고 있다. 당연히 뒤를 따르는 자동차들은 길이 막혀 밀려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퀴를 바꾸고, 엔진오일을 간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면 자동차를 수거해 부품별로 분리해 파는 게 정답이다. 설령 다 바꾸면 자동차를 굴러가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때까지 들여야 할 비용과 바꾼 이후의 편익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수리하는데 들일 비용이 더 크다면 폐차하는게 더 낫다.  


하지만 정부는 어떻게든 대우조선해양이란 차를 몽땅 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돈이 얼마나 들든 말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하이닉스가 단적인 예다. 줄기차게 돈을 집어넣어 회생시켰다. 그래서 큰 돈 받고 SK에 넘기는데 성공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관건은 대우조선도 이러한 선례에 해당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그게 아니라면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며 또다시 지원의 손길을 뻗친 정부 정책은 폐기돼야할 옹고집(?)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근거는 2018년부터 조선산업 경기회복이 예상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거다. 우선 대우조선이 강점 있는 군함과 경비정 등 공공선박을 7조5000억 원 가량 발주하기로 했다. 또 조만간 발표하기로 한 자본확충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는데, 대략 3조1000억원 가량의 자본확충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해서 8000억원 가까이 잠식돼있는 자본금 구조를 개선하고,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9400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다. 여기에 대우조선이 2조 원 가량의 자구계획을 더 실천하면 내후년 조선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지 싶다.

 

 요컨대 정부는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보이는데 어떻게 지원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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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2018년부터 조선 산업이 회복될 수 있을까? 정부가 근거로 든 건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의 전망이다. 즉 클락슨은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삼는 선종(대형탱커, 대형 LPG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전 세계 발주 금액이 올해 86억 달러에서 2018년 265억 달러로 확 뛴다고 예측했다. 2020년 발주액(344억 달러)은 올해의 네 배가 되고. 이렇게 해서 2016~20년의 연평균 발주 금액은 237억 달러로 올해보다 급증한다는 것이다. 현실화된다면 회복세임에 분명하다<표 참조>.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큰 돈 들여 용역을 준 맥킨지 컨설팅의 전망은 다르다. 2016~20년간 연평균 발주 금액은 클락슨보다 74억 달러 적은 163억 달러밖에 안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 3사의 매출액은 늘긴 커녕 확 주저앉을 것으로 예측했다. 2016년 39조원에서 2018년 18조원, 2020년 16조원으로. 맥킨지가 2020년까지 수조원의 자금 부족(보도에 따르면 3조3000억 원)으로 대우조선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 내린 주요 근거다.


둘째 설령 조선산업 전망이 맥킨지 예측대로 된다고 하자, 그래서 대우조선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자금 부족액만큼 정부가 지원해주면 되지 않는가? 물론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게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은 결국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은행이 펑크나면?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질 소동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 예컨대 가까이는 지난 6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11조원의 펀드를 조성할 때 정부가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번 지원방안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가 화끈하게 지원하지 못한 이유다. 가령 보도에 따르면 공공선박 발주액 7조5000억 원에는 군함 관련 사업비 6조7000억 원이 포함돼있는데, 이중 3조4000억 원이 중복 계산돼 있다는 거다. 다시 말해 이미 3조4000억 원은 2016년 예산에 반영돼있던 걸 이번 지원방안에 다시 얹어 이중 계산했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 전망대로 대우조선이 1~2년 새 회생하지 못한다면 지원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무한정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셋째, 게다가 이런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이 1~2년 조차 버틸 체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는 건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가령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4조 3000억원을 지원하면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되고, 2016년부터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시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우리가 아는 바다. 올 상반기 이익은커녕 무려 4500억 원의 영업 손실이 났다. 게다가 자본이 무려 8000억원이나 잠식됐다. 올 한해 실적은 더 나쁠 것이다. 올해는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의 선박형 시추선 대금 1조원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 또 올해 수주액 7조원을 예상했지만 3분기까지 2조원 정도에 불과하니 여기서도 5조원의 펑크가 났다. 자, 그럼 이런 일이 향후에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근거가 있을까?


넷째, 국내 조선 산업에는 현대와 삼성, 두 거대 회사가 버티고 있다. 대우조선이 사라진다고 해서 조선 산업의 경쟁력이 심하게 위협받진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실 한진해운을 살리고, 대우조선을 정리하는 게 더 옳지 않았을까?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도 “(현대와 삼성 등)빅2 체제로 가는 방법이 맞다”고 한다. 물론 “대우조선을 정상화한 뒤”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정상화해서 그간 투입된 비용을 대부분 회수한 후 현대나 삼성이 인수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게 최상의 그림이긴 하다. 문제는 수없이 많은 수수께끼가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그림이라는 점이다. 미래는 대단히 불확실하고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가로막을 변수는 곳곳에서 터져나올 것이라서다. 이럴 바엔 대우조선을 해체 후 매각하는 방안이 원칙적으로 옳다.


이게 첫 번째 마음이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두 마음’중 두 번째 마음을 얘기하겠다. 어떻게든 대우조선을 2018년까지 끌고 가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정국 상황에서 봤을 때 정부가 대우조선의 해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 달 31일 정부가 대우조선 해체 발표를 했다고 하자. 그 뒤 벌어질 노조의 강경투쟁과 정치권의 반발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사태 이후 박근혜 정부는 식물 정부가 됐다. 대처할 능력이 사실상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부의 조그만 충격에도 쓰러질 판이다. 그런데 대우조선 해체라니!


일각에선 이런 필자의 언급에 못마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를 생각해보라. 위기의 직접적인 책임은 김영삼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에게 있지만 행정 관료에게도 있었다. 임기 마지막 해에 등장한 경제부총리 등은 누가 뭐래도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선발투수처럼 행동했다. 구조개혁의 당위성을 외치면서 각종 개혁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는? 부총리가 외쳤던 금융개혁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극렬 대립을 초래했다. 응급환자를 눕혀 놓고 집도의사들끼리 싸움하다가 수술 타이밍을 놓쳐 환자를 죽게 만든 꼴이었다. 필자가 정부의 대우조선 지원에 그리 반대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칫 경제위기의 기폭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2009~2009년 못하고 조선업 구조조정을 못하고 미룬 건 무능해서다. 이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다음엔 능력 있는 정부가 들어서길 기대하는 까닭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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