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人’의 세상 有感> ‘두고 온 山河’를 못 잊는 사람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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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됐다. 이런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있을 때면 내가 어릴 적부터 아주 가까이 지내는 한 친구의 아버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남(以南)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에 당시 유행하던 좌경 사상에 젖어 북으로 올라가신 분이다.
오래 전 ‘이산가족 찾기’가 온 나라를 울리던 시절, 친구에게 “한 번 아버님을 찾아볼 기회를 신청하지 그러느냐”고 넌지시 권했다. 그 친구는 한 마디로 “아니다” 라고 했다.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 훌륭한 대학을 나온 덕에 거기서도 고위직을 지내며 잘 지내셨으니 남쪽에 미련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는 대답이었던가.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친구의 처연한 모습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분은 지금 살아 계신다 해도 연세가 90을 훌쩍 넘기셨을 분이다. 이제 이생(生)의 삶을 마감해야 할 날이 가까울 법하다. 이런 분들에게 지금에 와서 무슨 ‘사상’과 ‘이념’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한 조각 남아 있다면, 오직, 죽기 전에 혈육을 단 한 번이라도 안아보고 싶은 ‘사상’과 두고 온 고향 산천, 함께 뛰어 놀던 옛 동무들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이념’ 뿐 아닐까?
해마다 이 때쯤 되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무슨 추석 명절이니 해서 이산 가족들을 만나게 해 준다며 야단 법석들이다. 그것도, 근근 사정을 해서 한 번에 겨우 100여명 남짓이고, 게다가 몇 해를 거르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헤어진 혈육을 만나게 하는 게 무슨 정치적 흥정거리라도 된다는 말인가? 지금 남북으로 흩어져 살고 있는 이산 가족들이 몇 명인데 이렇게 하면 도대체 몇 백 년이 더 걸려야 할지는 헤아려 보기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얼마 있으면 또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려는 모양이다. 만나서 나눌 말이 얼마나 많고, 상의할 일들은 또 얼마나 쌓여 있겠는가 마는, 진정,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지도자들이라면, ‘민족’을 말하고, ‘화해’를 논하기에 앞서 최소한 이런 것부터 담대하게 합의할 수 있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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