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계 토양의 날’ 유감 (有感)-따로 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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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토양, 미래를 싹 틔우다(Healthy Soil, Sprout of the Future)’를 주제로 한 ‘2023년 세계 토양의 날’ 기념행사가 환경부 주최로 12월 5일에 열린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이 행사는 또 뭐지?’하는 의문이 나 행사 당일 기념식 현장을 찾았다.
‘세계 토양의 날’은 2012년 6월 태국 정부가 제144차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이사회에 ‘세계 토양의 날’과 ‘세계 토양의 해’ 지정을 요청하자 2013년 6월 제38차 FAO 총회가 수용하고, 그해 11월 제68차 UN 총회에서 2015년을 ‘세계 토양의 해(The Internayional Year of Soils, IYS)’로, 매년 12월 5일을 ‘세계 토양의 날(World Soil Day, WSD)’로 결정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FAO는 2014년 12월 5일 처음으로 ‘세계 토양의 날’을 기념하고, 2015년에는 ‘건강한 삶을 위한 건강한 토양(Healthy soils for healthy life)’을 주제로 전 세계적으로 ‘세계 토양의 해’를 기념했다. 이후 2017년부터는 ‘세계토양협의체(Global Soil Partnership, GSP)’가 주축이 되어 매년 흙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한 실천 과제를 정해 세계적 캠패인을 벌려오고 있다.
그런데 FAO/WSD가 정한 2023년 주제는 우리 환경부와는 달리 ‘흙과 물, 생명의 근원(Soil and Water: a Source of Life)’으로 정하고 흙과 물은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생명 유지를 위한 2대 필수 요소임을 알리고 이들의 건강한 상호 작용 유지를 위한 과제들의 실천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려왔다.
그런데 우리 환경부의 이런 주제 변경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2022년에는 ‘흙은 먹을거리의 시작(Soil, where food begins)’이란 주제를 환경부는 ‘생명이 시작되는 토양, 모두의 지구’라고 바꾸었고, 2021년에는 ‘토양 염류화 막아 토양 생산성 높이자 (Halt soil salinization, boost soil productivity)’을 ‘토양, 보전을 약속하다’로, 2020년에는 ‘ 흙을 살려 생물다양성을 지키자 (Keep soil alive, protect soil biodiversity)’를 ‘생물다양성의 보고, 살아있는 토양’으로, 2019년에는 ‘토양침식 막아 우리 미래 구하자(Stop soil erosion, Save our future) 대신 ‘생명을 품은 토양, 건강한 우리 미래’로, 2018년에는 ‘토양오염 해법을 찾자 (Be the Solution to Soil Pollution)’을 ‘건강한 토양, 숨 쉬는 지구, 토양의 가치를 소중하게’로, 2017년에는 ‘흙 돌봄은 땅에서부터 Caring for the soil starts from the ground)’를 ‘토양이 살아야 지구가 산다’로, 2016년에는 ‘토양과 콩, 생명을 위한 공생 (Soils &Pulses: Symbiosis for life)’를 ‘미래가 토양을 만났을 때’로 바꾸는 등 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농림축산 활동과 관련한 캠패인 주제를 도외시하는 등 따로 놀고 있었다.
흙의 95%가 농림축산 활동에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토양의 날 행사를 하니 참으로 스스로 5%를 대상으로 기념행사를 해온 것이다. 참으로 부처 이기주의에 갖힌 속 좁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만 따로 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일단 환경부가 2015년부터 ‘세계 토양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하자, 2016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따로 ‘대한민국 흙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2015년 3월 27일 김춘진 의원(당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대표 발의로 ‘친환경 농어업 육성과 유기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 3월 11일을 법정기념일 ‘흙의 날’을 따로 정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3월 11일을 택한 것은 “‘3’은 농사 시작을 알리는 달과 ‘하늘(天)+땅(地)+사람(人)’이란 복합적 의미를, ‘11’은 한자 10(十)과 1(一)을 합한 ‘흙(土)’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FAO의 주제와는 무관한 기념행사를 해왔다. 2016년부터 우리 정부는 매년 봄, 겨울 두 차례씩 우리 식 기념행사를 해오고 있다. 금 년에는 지난 3월 10일 8번째로 농식품부 주최로, 그리고 12월 5일 환경부 주최로 9번째 기념행사를 했다.
영어의 ‘Soil’은 ‘지구 표면의 상층부로 농작물이 자랄 수 있게 파거나 갈아 일구어 사용하는 부분(the upper layer of earth that may be duged or plowed and in which plants grow)’을 말한다. 우리말 사전은 ‘농작물 등에 영양을 공급하여 자리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지구 표면을 덟고 있는 바위가 부스러져 생긴 무기질의 가루와 썩은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질의 물질이 섞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흙/토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oil은 한마디로 순수 우리 말로 ‘흙’이고, ‘토양(土壤)’과 같은 뜻을 가진 모두 같은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환경부 따로, 농식품부 따로 국민 세금으로 자기편 사람들 불러모아 따로따로 기념행사를 8, 9년째 해오고 있눈 사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같은 의미의 흙의 날, 토양의 날에 ‘세계’와 ‘대한민국’을 붙이면 그 의미가 달라지는가? 갈수록 토양오염과 토양침식, 염류화, 토양미생물 소멸 등으로 흙이 죽어가고, 없어지고 있는 ‘흙의 위기’가 발등의 불이 되었는데도 이런 절박한 현실은 외면하고 코메디 같은 형식적 기념행사로 해온 역대 정부와 공무원들의 부처 이기주의적 행태에 분노마저 느낀다. 도대체 정부 부처의 따로따로 기념행사는 무엇을 위한 기념이고,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와 호흡을 같이 하면서 국민에게, 농림축산인에게 흙의 위기 상황을 바로 알리고 건강한 흙을 되살리기 위한 국민의 각성과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절박함이 묻어 나는 ‘세계 흙의 날,’ ‘대한민국 토양의 날’이 되게 해야 한다. 정부는 하루빨리 두 개의 형식적인 기념행사부터 ‘12월 5일 세계 흙의 날’ 하나로 통합하고, 우리도 전문가와 관련 단체들로 ‘세계토양협의체(Global Soil Partnership, GSP)’에 준하는 ‘한국토양협의체(Korea SoilS Partnership, KSP)를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세계토양헌장(World Soil Charter)’의 정신과 행동준칙, 행동계획 등에 따라 ‘흙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흙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죽어가는 흙을 건강한 흙으로 되살리고, 파괴되고 사라지고 있는 흙 생태계 복원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인간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인간을 칭하는 Homo/Humano가 ‘흙/땅’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Homόs, 라틴어 Humus, Humánus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FAO가 왜 ‘흙은 농업의 어머니, 생명의 어머니‘ 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흙의 염류화가 심해 더 이상 작물을 더 재배할 수 없게 되어 흙도 없고 햇빛도 사라진 식물공장에서 자란 상추, 토마토, 딸기가 대세가 된 우리 농업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시대의 건강한 먹을거리의 조건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흙이 죽고 사라지면 건강한 먹을거리도, 생명도 끝이다. 건강한 흙은 건강한 먹을거리와 건강한 삶의 영원한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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