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재상과 명문대 스펙간 괴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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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취업난이 많은 젊은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유례없는 취업난 속에 명문대 졸업장의 가치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과 달리 유수의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유아기부터 사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기업이 찾는 인재의 면면에 대한 얘기를 청취할 기회를 가진 바 있다. 면담했던 인사 담당자가 네댓 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들의 견해를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명문대 졸업자가 취업에서 특별한 이점을 갖기 어려운 배경을 헤아리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성
인사 담당자들에 따르면 최근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대목은 인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성이 그만큼 희소한 가치가 되어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인사 담당자들은 기업에서 인성을 매우 중시하게 된 이유를 저출산 시대에 외동아이로 성장한 젊은이들이 많은 점에서 찾았다. 즉 원하면 부모가 뭐든 다 들어주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반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과 같은 조직은 구성원이 공동체의식을 갖고 협력하며 조직에 녹아들 수 있어야 내부적으로 유기적인 연계를 갖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기업이 신입사원 선발에서 인성을 무척 중시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물론 인성에 주안점을 두고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면담에 응했던 한 인사 담당자는 인성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을 적확하게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함을 지적했다. 모두가 인성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하는 까닭에 예측타당도가 의외로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거짓말에 능한 지원자 순으로 인성면접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인사 담당자 역시 인성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인성면접이 예측타당도가 낮기 때문에 역량분석면접에 좀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창의성과 도전정신도 핵심역량
기업들은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반듯한 인성 못지않게 지원자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중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지하듯이 창의성은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핵심역량이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독창적이고 특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업계와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지 않고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런데 이런 퍼스트 무버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따라서 창의성 있는 인재의 확보 여부에 따라 기업의 명운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기업들은 도전정신이 충만한 인재들을 찾고 있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지원자가 갖고 있는 실패 경험 자체도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형태로든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기업에서 적응도 잘하고 도전적인 자세로 좀 더 열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도서관에서 공부만 열심히 한 경우는 기업에서 별로 반기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지원자는 정작 기업이 중시하는 실전 경험을 결여하고 있을 공산이 큰 탓이다.
출신대학에 대한 고려는 미미
인사 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출신대학에 대한 고려는 무시할 만한 수준임을 강조했다. 출신대학을 별로 따지지 않는 이유는 비교적 명료했다. 출신 대학에 따라 성과에서 가시적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회자되는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우등생은 아니다”라는 얘기가 기업에서는 통설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싶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면접이 출신학교에 대한 정보 없이 이루어지는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 지원자의 출신대학은 그들의 성실성이나 학습능력 등에 대해 의미 있는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명문대 졸업생을 선호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만일 명문대 졸업생이 상대적으로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창의성에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하며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 쉽게 회의를 느낀다면 굳이 명문대 졸업생을 선호할 이유가 없게 된다. 저간의 기업 채용관행을 살펴보면 명문대 졸업생의 경우 긍정적인 특성 못지않게 부정적인 특성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에선 특별히 그들을 선호할 이유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문대 스펙만으론 부족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이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과도한 성적 경쟁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질곡의 세월을 잘 견디며 살아남은 학생들이 결국 입시경쟁에서도 승리하여 명문대에 진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그 과정에서 동료 학생들을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극복 대상으로 여기며 살아왔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특별히 인성이나 공감능력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성적이 좋다는 것,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것은 주어진 틀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경쟁에서 우위를 가졌음을 보여줄 뿐이기 때문에 창의성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대개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경험을 삼가며 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도록 관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실패의 경험을 기대하는 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이렇게 보면 명문대 출신이라는 스펙 자체가 기업에게 강한 소구력을 갖기는 어렵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 필요
고도 성장기의 성공방정식에 익숙한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승리하여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을 여전히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평탄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데 다른 대안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사뭇 달라서 대기업에선 명문대 졸업장 자체에 특별히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다. 설령 대기업에 입사하더라도 평균 근속연한은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따라서 명문대 진학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발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실천에 배전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시발점은 어려서부터 사교육 대신 독서로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해 인성과 공감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직업을 여러 차례 바꿀 수밖에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시하여 장차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성찰을 갖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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