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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30> 좋니?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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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2월18일 16시43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2일 11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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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6대 4 정도로 이겨야 정상 아니야?”

“내 말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겪으면서 치를 떨었는데 어떻게….”

“20% 이상 차이로 이기는 게 정상인데 0.73% 차이면 사실은 선거운동 내내 표를 깎아 먹었다는 거잖아?”

“그것도 그렇고 0.73% 차이면 단일화 효과도 없던 거 아니야?”

“단일화 때문에 윤석열 후보가 이겼다면 부동산 문제, 조국 사태,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 등은 아무 영향도 못 줬다는 거네. 그건 말이 안 되잖아?”

“그니까. 캠프에서 선거운동 한 놈들이 전부 삼류거나 역적인 거지.”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윤석열 후보가 1639만 표(48.56%)를 얻어 1614만 표(47.83%)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0.73%p 차이로 이긴 것이다.  윤 당선자는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이른 시일 내에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왠지 그리 머지않은 시간 안에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6대4 또는 7대3(나는 이쪽이다)으로 이겨야 할 선거를 고작 0.73%p 차이로 만든 그들의 생각과 행태가 당선 후라고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다.  


 역대 최대라는 부동산값 폭등, 국민에게는 집 팔라고 하고 자신들은 다주택자였던 청와대 고위직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농락한 윤미향 의원 사건, 선거를 코미디로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 그리고 의원 꿔주기, 민주당 출신 서울·부산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이들을 두둔한 당 국회의원들.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후보를 안 내겠다는 당헌을 전당대회를 열어 삭제하고 공천한 후안무치, 당론을 어기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소속 의원(금태섭)을 징계한 막무가내, 조국 사태, 조국 사태를 반성한 의원들에 대한 성 당원들의 집단 공격,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과 이로 인한 현직 도지사의 구속, 북한이 뭐라고 하자 단독 행 처리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그리고 지속해서 축소·중단된 한미 군사훈련, 말 안 듣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리하게 찍어내려다 실패하고 결국 대통령까지 만들어준 검찰개혁을 빙자한 권력 남용, 무리하게 벌어진 원전 폐기 정책, 탈원전 정책을 제대로 감사하라는 감사원장 찍어내기, 툭하면 벌어진 남 탓하기와 내로남불, 자신들의 배우자·자녀에게 교육·취업·의료·양로 등의 혜택을 주는 ‘운동권 셀프 특혜 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발의, 임기 내내 벌어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편 가르기… 손이 아파 더 쓸 수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대선을 치른 것이다. 그런데 0.73% 차이라니?


 다시 생각해보자. 여기서부터는 산수다. 앞서 말한 민주당의 실정 때문에 국민의힘은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고 대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힘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뛴 거다. 그런데 그 운동장이 거의 평평한 상태가 됐다면 국민의힘 사람들이 한 선거운동은 거의 모두 마이너스 작용만 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여의도 사람 중에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다. “원래 선거는 진영대결이고 늘 50만표(이번은 아니지만)가 당락을 갈라.” 이 말이 맞는다면 앞서 위에서 말한 그 숱한 실정은 민심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따라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해석은, 민주당이 선사한 종잣돈을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대선 투표일까지 모두 까먹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그렇게 하는 게 선거운동이고,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거다. 민주당이 잘해서, 그동안의 실정을 만회해서 득표율이 오른 게 아니라는 것은 국민의힘 사람들도 잘 알 테니까. 그런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뭐가 중한지’ 모르고 승리의 과실을 따 먹는 데 만 열중한다. 1년 전인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5%,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9.18%를 얻었다. 이후 1년 동안 민주당이 바뀐 게 없으니 사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정상적으로만 행동했다면 이 정도 표 차이가 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0.73%p 차이였다. 지금까지 가진 재산을 다 까먹게 한 원인자들은 새 대통령이 취임해서도 여전히 력하게 작동할 것이다. (이미 선거 다음 날부터 보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슬프게도 변해야 한다는 동력도 일어날 수 없다. 그런데 웃고 있다. 마침 가수 윤종신의 ‘좋니’가 라디오에서 나온다. 


<좋니?> parody by 이진구

※대선 두 달 후 국민의힘을 보며>


…(중략)…

잘했어 넌 못 참았을 거야

그 권력욕을 견뎌 내기엔

좋으니 힘 있어서 선거를 시작할 때

네가 얼마나 예뻤는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망가진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좋으니 변한 네 모습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네가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어

진짜 조금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너무 못해서


억울한가 봐 국민만 힘든 것 같아

국민만 무너진 건가

고작 정권 한번 바뀐 건데 나만 유난 떠는 건지

복잡해 분명 잘해주길 바랬어

이렇게 빨리 변할 줄


…(중략)…


좋아 정말 좋으니

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니

난 딱 알맞게 사랑하지 못한

뒤끝 있는 너의 예전 지지자일 뿐

스쳤던 그저 그런 지지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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