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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본 오늘의 한국정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7월03일 20시4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2시07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 29

본문

논어로 본 오늘의 한국정치

 

(1) 실패하는 정치  

 

집권당 지도부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내홍으로 모든 국민들이 매우 불안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국민이 불안하다는 것은 정치가 실종되고 실패했음에 다름 아니다.

 

■ 수경안민(修敬安民)

 

공자의 10대 제자 중 염유(冉有)와 더불어 정치부문에 가장 뛰어난 제자인 자로(子路)가 정치의 요체를 물었을 때 공자의 대답은 의외로 간명했다. “자신을 경건하게 수련하는 것이다. (修己以敬, 憲問44)” 정치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자기수련만 하면 되는 것이냐고 자로가 다시 묻자 공자는 “자신을 수련하여 사람들을 편안히 하게 하는 것이라.(修己以安人, 憲問44)”고 부연 설명했다. 그 설명에도 못마땅한 자로가 그렇게만 하면 되냐고 또 다시 물었을 때 ‘자신을 수련하여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修敬安民)’을 쉽게 생각하는 자로를 공자는 질타하며 말했다. “자기를 수련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修己以安百姓)은 요순마저도 평생 고민한 과제였다.(堯舜其猶病諸, 憲問44)”고 말했다. 

 

■ 긍이부쟁(矜而不爭)

 

정치실패의 첫째 이유는 ‘국정 지도자간의 다툼‘이다. 이들 지도자간의 ’다툼‘은 어떤 이유로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공자는 “군자는 자신에 대한 긍지가 있으므로 서로 다투지 않는다.(矜而不爭, 衛靈公21)고 했다. 또 공자는 “군자는 다투지 않는다. 다투는 곳은 오직 활쏘기뿐이다. 그것도 서로 정중히 인사하고 나서 활을 쏘고 쏜 뒤에는 내려와 같이 술을 마신다.(無所爭 必也射乎, 八佾7)”고 했다. 다투는 것은 예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 원려근우(遠慮近憂)

 

정치실패의 두 번째 이유는 멀리 내다보지(원려,遠慮) 못함이다. 공자는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걱정거리가 생긴다.(人無遠慮 必有近憂, 衛靈公11)”고 했다. 전 국민이 보고 있는 생생한 국무회의 석상에서 집권당의 원내대표를 빗대어 감정이 섞인 질타를 내뱉으면 앞으로 어떤 반응과 어떤 결과가 초래할 것인지를 잠시라도 생각해 보았다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호례이사(好禮易使)

 

정치실패의 세 번째 이유는 품격과 예의의 실종이다. 국무회의 석상의 대통령 발언은 너무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품격을 크게 떨어뜨린 언사였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사람을 움직이기 쉽다.(好禮易使, 憲問43) 윗자리에 있다고 해서 너그럽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도자가 아니다.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너그럽지 않고(居上不寬) 예를 지킨다면서도 공손하지 않으면(爲禮不敬) 내가 어찌 그를 볼 필요가 있겠느냐?(吾何以觀之, 八佾26)“

 

■ 궁후박책(躬厚薄責)

 

정치실패의 넷째 이유는 상대방에게 대한 책임추궁의 각박함이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추궁할 때에는 엄격하게 하고 남에게 책임을 물을 때에는 가볍게 하라.(躬自厚薄責於人, 衛靈公14)“ 그러면 원한을 사지 않을 것(遠怨)이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서  “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입니다.” 라든가,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 라든가,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 라든가,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과 같은 비판은 모든 정치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비판일지언정 특정 정치인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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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공하는 정치   

 

 

■ 군군신신(君君臣臣)

 

정치지도자는 정치지도자다워야 한다. 제나라 경공(景公)이 정치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지도자가 지도자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君君臣臣父父子子, 顔淵11)“고 대답했다. 모든 권한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군자가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군자답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군자가 군자다우려면 올바름(정명,正名)이 있어야 하고, 지혜가 있어야 하고, 행동이 장엄해야 하고, 무엇보다 덕과 예를 갖추어야 한다. 군자가 군자답다고 정치가 다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신하는 신하대로, 솔선하여 열심히 일하되 나태하지 말고(先勞無倦), 어느 곳에 있든지 열심히 일하고, 나태하지 말 것이며(居勞無倦), 위태로우면 지지하여 받쳐주고(危持), 쓰러지면 부추겨 세워(轉扶)야 한다. 또 가정에서 부자(父子)는 부자대로 각자의 책무를 제대로 다 감당해야만 정치가 올바로 된다는 말이다. 

 

 

■ 죄재어여(罪在於予)

 

정치지도자들은 잘못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자기의 잘못이든 남의 잘못이든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주나라를 건국한 군주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던 주(周)나라 무왕(武王)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내게 죄가 있다면(朕躬有罪) 다스리는 자리에서 나를 물러나게 하라.(無以萬邦) 세상 곳곳에 일어나는 범죄는(萬邦有罪) 나의 죄이다.(罪在於朕兮) 백성들에게 잘못이 있다면(百姓有過) 그것도 나 때문이다.(在予一人, 堯曰1)” 

 

■ 호귀수과(虎龜雖過)

 

계강자(季康子)는 무리해서라도 전유(顓臾)라는 땅을 차지하고 싶었고, 가신인 염유와 계로는 이를 말리지 않았다. 공자는 계강자가 이런 나쁜 결정을 내린 것이 가신들이 보필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리고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염유와 계로를 이렇게 질책했다. “호랑이와 들소가 우리에서 뛰쳐나오고(虎兕出於柙) 거북껍질과 구슬이 함 속에서 깨졌다면(龜玉毁於櫝中) 그것을 관리하는 너희들이 아니면 누구의 잘못이냐.(是雖之過與, 季氏1)“

 

■ 소장지우(蕭牆之憂)

 

이번 정치실패는 정치지도자들 주변에서 막을 수 있었다. 공자의 제자인 염유(冉有)와 계로(季路)는 주변의 전유(顓臾)라는 땅을 정복하려는 노나라 대부 계강자(季康子)의 측근신하로 일하고 있었다. 전유를 정복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공자는 계강자의 무모한 침략을 말리기는커녕 이리저리 둘러대며 침략을 합리화하려는 제자 염유와 계로를 꾸짖으며 말했다. “나라 밖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으면 덕과 문화에 감화되어 스스로 찾아오게 하고 또 찾아오면 안정된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너희 둘은 그를 섬긴다면서 주변국 사람을 감화복종하게 하지도 못하고, 또 나라가 좋아서 찾아오게도 못하며, 나아가 나라를 쪼개고 무너지게 하여 지키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병기를 동원하여 나라 안 싸움을 꾀하고 있다. 내가 우려하는 문제는 토벌하려는(吾恐季孫之憂) 전유라는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不在顓臾) 집 담장 안에 있는 염유와 계로에게 있는 것이다.(而蕭牆之內也, 季氏1)” 주군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는 제자들을 꾸짖는 말이다.

 

 

■ 고구불유(故舊不遺)]

 

지도자는 오래된 친구를 쉽게 버리면 안 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큰 과실이 없는 한 옛 친구를 버리지 말 것이다. (故舊 無大故則不棄也, 微子10)” 또 공자는 “옛 친구를 버리지 않으면 백성들이 서로 각박해지지 않는다.(故舊不遺則民不偸, 泰伯2)”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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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가여권(未可與權)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같이 공부할 수는 있지만(可與共學) 길을 같이 가기는 힘들고(未可與適道), 길을 같이 갈 수는 있지만(可與適道) 같이 서기(관리가 됨)는 어려우며(未可與立), 같이 설 수는 있지만(可與立)  같이 권력을 나누기는 어렵다.(未可與權, 子罕29)” 여기서 여권(與權)이란 ‘똑같은 생각으로 분별하고 판단한다.’는 뜻으로 보기도 하지만 권력을 나눈다고 봐도 틀렸다고 단정 할 수는 없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문을 배우고 같은 길을 가고 같은 공직에 나서더라도 권력을 같이 나누기는 어려워서 정치가 실패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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