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무엇이 문제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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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도 보건복지위 직상정과 본회의 통과, 절차적 정당성 이해하기 어렵다
독목불성림(獨木不成林), 홀로 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산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고 푸르름이 나무마다 다르고 단풍철은 깊이가 다른 붉은 물결이 완벽한 조화의 파노라마를 만들어낸다. 아픔을 다루는 의료에서도 다름은 없다. 병원을 보면 알겠지만, 의사만이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다양한 직군이 같이 일하며 협업하고 묵묵히 자기 일하는 속에서 끝내는 환자를 치료해내는 아름다운 과정이 완성된다.
의료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나 간호사를 말한다. 의료기사법에서 “의료기사”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醫化學的)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에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역이 포함되며 의무기록을 담당하는 의료정보관리사도 법률로 업무 영역으로 정한다. 간호조무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며 응급의료에 현장에서 응급구조사의 역할을 또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으로 의료라는 큰 틀 속에서 각자의 직역의 업무를 소화하며 조화로운 협업으로 현재까지 한국의 의료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의료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3년 2월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보건복지위원회안(이하 간호법)을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도록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해당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표결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제86조 제3항에 따른 것이다. 국회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그 내용과 타당성을 심의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고, 법제사법위원회는 그 법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해 심사를 하여 최종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절차 중의 하나인 법안소위에서 심의 중인 법안임에도 보건복지위에 다수 민주당 의원의 의결로 직상정한 것이다.
보건의료 정책 주무부서이며 보건정책 수행과 직역의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도 국회 보건복지위에 “간호법 제정만이 최선의 방법인지 회의를 느낀다”라며 “국회 통과 시 의료계 협업을 어렵게 하고 현장의 혼란을 야기해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주무부서와 여당은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중재안은 법안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기존 의료법에 존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로,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환영의 입장을 밝힌 반면 간호협회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간호협회는 지속적으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였음에도 처우 개선을 담은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수용을 거절하였다.
간호직역에 ‘특혜’, 정치적 대립점에 있는 다른 직역에 ‘불이익’
절차적 문제점과 지속되는 직역 간 갈등 속에서도 지난 4월 27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간호법안은 통과되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간호법의 정당한 입법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제안 이유에 따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지, 기존 의료법과의 충돌 및 해석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다 깊은 숙고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을 거치지 않은 것은 정치적 이유가 상당히 내포되고 한 직역에 특혜를 주고 정치적 대립점에 있는 다른 직역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법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간호법안은 총 31개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목적과 정의 규정을 제외하면 29개의 조문이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중 21개가 기존 의료법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면허 취득, 업무 범위, 단체의 설립 및 역할에 관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 나머지 8개의 조문 중 하나는 간호조무사의 법정단체를 만드는 내용, 하나는 간호인력 취업 교육센터를 간호인력 지원센터로 변경하여 역할을 다소 확대한 내용이며, 나머지 조항들도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선언하거나 이미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내용 등에 규정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어 간호법안 제정 이유에서 제시하는 입법 목적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체 법 조항의 70%가 의료법 그대로…의료법에 처우개선 조항 신설이 올바른 방향
전체 법 조항의 70% 가까이 의료법에서 그대로 옮겨올 것이라면 차라리 의료법에 의료인 전체의 처우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간호사들의 처우는 물론, 의료현장에서 상당수가 피용자 입장인 의사·한의사·치과의사의 처우도 함께 향상되어 보건의료 일터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기존에 제출되었던 의원 안에서는 일단 간호사에 관한 일부 규정을 의료법으로부터 독립시키기는 하였는데, 그렇다면 간호사는 더 이상 의료인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여전히 의료인이라고 한다면 간호사는 간호법 외에 의료법에서 정한 각종 의무를 여전히 지켜야 하는지, 간호사에 대한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인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강한 조직력 가진 간호직역, 법 개정 통해 다른 직역 업무 침탈 소지 크다
이러한 입법 목적의 문제뿐만 아니라 간호법은 의료법하에 의료직역에서 한 직역의 법이 만들어지는 제정법으로 제정을 통한 이후 개정으로 나머지 직역의 업무를 충분히 침탈할 소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현재 13개 보건복지의료단체의 저항을 사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의료 직역에서 간호 직역은 상당히 강한 조직력을 갖은 직역이며 현재도 많은 부분에서 타 직역의 업무와 겹치거나 침해를 하여 약소직역의 위기감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또한 간호법 제정을 지지하는 집회에는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지지 성명을 같이할 정도로 보건의료노조에서 간호 직역은 무시할 수 없고 이는 다시 역으로 간호 직역에서 간호법 개정으로 확대해 간다면 약소직역은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간호인력 지역사회로 이탈,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 유발 가능성도 큰 문제
마지막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간호법에서 간호의 업무를 지역사회로 넓히고 있다. 이는 간호 직역이 독자적으로 지역사회에서 간호를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노령화되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령 인구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부분이 의료이다. 정부도 왕진 진료 등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보다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만으로 노령인구에 접근하는 것은 건강한 노령인구를 관리하기에는 크나큰 문제를 포함하고 급기야는 간호와 진료의 경계를 명확히 할 수 없다. 무면허 진료를 합법화하는 모순적 입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재도 병원급 특히 필수 의료 인력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간호인력의 지역사회 이탈은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유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점을 포함한 간호법의 제정은 섣부른 접근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의 관점과 모든 보건의료 직역이 함께하는 논의 속에 다시 접근해야 함이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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