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구조조정 때 한미 경제에 큰 충격 줄듯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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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2년 내에 중국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그 여파가 한국 경제는 물론 미국의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세계경제 미국 비중 축소, 중국 비중 증가
우선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부터 보자. 2014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7조 3481억 달러로 세계 GDP의 22.6%(미 달러 가격 기준)를 차지했다. 같은 해 중국 비중은 13.5%였고, GDP 규모는 10조 3804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4년 한국의 GDP가 1조 4100억 달러로 겨우 1.8%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미국과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장기 추이를 보면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 35.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1995년에는 25.4%로 낮아졌다가, 2001년에 다시 32.7%로 높아졌다. 그 후 다시 2014년에는 22.6%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세계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1985년 2.5%, 2001년 4.0%에서 지난 해 13.5%까지 올라왔다.
중국 생산자가 미국 소비자 욕구 충족
미국 경제 비중이 1996년에서 2001년까지 증가세를 보인 이유는 정보통신혁명으로 경제의 각 부문에서 생산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생산성 증가로 미국 경제의 총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를 경제 전문가들이 '신경제' 혹은 '골디락스 이코노미'라 불렀다. 문제는 미국 가계가 신경제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과소비를 했다는 데 있다.
미국 소비자 욕구를 중국이 채워주었다. 중국 생산자들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싸게 만들어 미국에 수출했다. 대신 중국은 대미 수출로 큰돈을 벌어들였다. 2000~08년 9년 동안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1조 5192억 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은 미국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 매수에 사용했다.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이 2001년 786억 달러에서 2008년 7274억 달러까지 10배 정도 늘었고,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6%에서 23.6%까지 올라가,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국채 보유국으로 등장했다. 이는 미국의 물가 안정과 더불어 금리 하락을 가속화했고,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 중국이 상품을 싸게 공급해주고 금리까지 낮춰 집값을 올려주니 좋았고, 중국 생산자는 대미 수출로 돈을 벌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과소비가 미 금융위기 초래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국 주택 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가계가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미국 20대 도시주택가격(케이스-실러 지수)이 2000년 1월에서 2006년 4월까지 2배 이상 올랐다. 신경제에 대한 신뢰와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미국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소비했다.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97%에서 2007년 135%까지 상승했다. 2007년 들어 주택 가격에 발생했던 거품이 붕괴(2009년 5월까지 32% 하락)되고, 결국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어야 했다.
금융위기 동안 미 국채를 중국이 사줘
금융위기로 소비와 투자자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미국 경제는 2008년, 2009년 연이어 마이너스 성장(각각 -0.3%, -2.8%)을 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 정책당국은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우선 정부는 재정지출을 과감히 늘렸는데, 국채 발행을 통해서 이 자금을 조달했다. 이 때 중국이 미국 국채를 상당 부분 매수해주었다. 2010년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금액이 1조 1161억 달러로 2007년(4776억 달러)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연방기금금리를 거의 영(0)퍼센트까지 인하하고, 3차례 걸쳐 대규모의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중국 위안화 가치가 17%나 상승했다. 미국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중국으로 수출한 셈이다. 그래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제 중국이 과잉투자로 부실해지는 과정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과잉투자로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3.5%(세계 경제 전체는 -0.4%) 성장해 침체에 빠졌는데, 중국 경제 성장률은 9.2%로 매우 높았다. 당시 중국 정부는 기업에 투자를 유도해 고성장을 달성했다. 중국 GDP에서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 2000년 35%에서 2008년 44%(2011년 48%)로 급등했다. 세계 평균이 22%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를 많이 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기업들이 생산 능력은 크게 늘려 놓았는데, 국내외 수요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도 심각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소비 등 수요가 증가하거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 능력이 감소해야 해소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소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8000달러를 넘어선 만큼 소비가 늘 것이다. 그러나 기업 투자와는 달리 가계 소비는 서서히 증가한다. 여기다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에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출 증가로 중국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제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무역 적자 확대로 위안화 평가 절하 한계
최근 위안화 절하에도 수출을 통해 디플레이션 압력을 줄여보자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계속 위안화를 절하시킬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2009년 2269억 달러였으나, 지난해 3426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708억 달러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를 받아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 및 은행 부실 털어야
소비와 수출 등 수출이 늘어나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할 수 없다면, 결국 기업이 구조조정을 해 공급 능력이 축소되어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 경제는 연 평균 10% 성장했다. 이제 경제성장률이 7% 정도로 떨어졌고, 앞으로 2년 이내 5%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물론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은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 부실이 크게 늘어나고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기업 부실은 은행 부실로 이어진다. 한국 경제가 1997년에 겪었던 외환위기가 고성장 때 쌓인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터는 과정이었는데, 중국 경제도 구조조정 이후에나 소비 중심으로 안정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은행이 부실해지는 과정에서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최근 중국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겉으로는 신용규제 등이 그 원인이 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식시장이 다가올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을 미리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 시기에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서 주식 시장을 부양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1989년 이른바 ‘12.12 증시안정대책’ 으로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투자신탁회사에 2조 7000억 원을 투입했지만, 주가지수(KOSPI)는 1000에서 500으로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중국 구조조정 때, 미 국채 매도 가능
기업 및 은행의 구조조정에는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필요하다. 일부는 중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더 드러날 것이다. 중국은 구조조정 자금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매각을 통해서 조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5년 6월 현재 중국은 1조 2712억 달러의 미 국채를 가지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파는 일이 생기면,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중국은 그 동안 제조(혹은 무역) 강국을 추구했는데, 그 목표는 거의 달성했다. 2013년부터 중국의 수출입 규모가 미국을 앞질렀다. 이제 중국 정부는 금융 강국(위안화 국제화)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하기 이전까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으나,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한다면 달러가치가 급락할 전망이다.
'미중 통화전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1000파운드를 빌리면 은행이 나를 좌우하지만, 100만 파운드를 빌리면 내가 은행을 좌우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투자가 짐 로저스는 "역사적으로 전 세계 헤게모니가 채무국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헤게모니는 돈이 있고, 자산을 쥐는 쪽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한국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중국이 10%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 중의 하나였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 10.7%였으나, 2013년에는 26.1%까지 올라갔다. 같은 기간 미국 비중은 21.8%에서 11.1%로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전체 수출이 연평균 11.0% 증가했으나, 대중 수출은 거의 2배 정도인 19.5%나 늘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데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명목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35.0%에서 2013년에는 53.9%까지 올라갔다. 여기다가 앞서 본 것처럼 중국 한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졌다.
한국 가계부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소비 등 내수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가계가 부실해진 2003년 이후로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계속 밑돌고 있다. 실제로 2003년에서 올해 2분기까지 분기 평균 경제 성장률은 3.7%였으나, 민간소비 증가율은 2.4%에 그쳤다.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으로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또 한 단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짐이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2014년 한국의 대중 수출이 0.4% 감소한 데 이어, 올해 8월까지는 중국으로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3.1%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도 2013년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해 기준으로 시산해보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10% 감소하는 경우,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은 1.3% 포인트 정도 떨어지게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여기다가 중국은 한국 상장채권을 2015년 7월 현재 16조 7000억원 보유(외국인 보유 중 16%)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실물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가 중국 자산을 헐값에 살 기회도 있겠지만, 그 보다 먼저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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