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의 3가지 오해와 진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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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 하류노인, 폭주노인, 졸혼(卒婚), 무연(無緣)사회, 고독사’
고령화비율, 즉 총인구 중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7%대로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일본에서 쏟아져 나오는 단어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고령화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했다. 고령화비율이 일본의 절반 정도여서 아직은 이런 단어들이 먼 산의 불일까?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행 속도는 그간 가장 빨랐던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 8년 후인 2025년이면 고령화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여기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OECD 2014년 기준)은 48.8%로 일본의 19%에 비해 크게 높을 뿐 아니라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1.4명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1.2명 수준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올해 출생아가 36만명대로 떨어지면서 합계출산율이 사상최저수준인 1.04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출생아는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래, 특히 노후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것은 아닐까?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속담을 굳이 거들뜨지 않더라도 상당히 안이한 것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중장년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막연한 오해 3가지를 들 수 있다.
‘나는 100살까지 못 살 거야, 내 자식은 다른 자식과 다를 거야,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거야’
사실 이 3가지 오해가 다 오해가 아닌 진실로 끝나는 인생보다 더 행복한 인생은 없을 것이다. 80세 넘어 살면서 자식과 손주들이 수시로 오가는 가운데 배우자와 오순도순 살다가 죽으면 뭘 더 바랄 것인가? 문제는 1~2가지 또는 3가지 모두가 오해로 끝나는 경우이다. 100세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면서 허랑하게(?) 살다가 병 들어 누워보라. 자식도 배우자도 어디 갔는지 찬 바람이 부는 방에 혼자 누운 인생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일본에서 시작된 고독사(孤獨死)가 결코 남의 나라, 남의 일이 아니다.
3가지 오해를 한 가지씩 짚어보자. 첫 번째로 나는 과연 100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인가? 100세 시대, 100세 시대 하는데 과연 100세까지 산다는 근거가 있는가? 길어지고 있는 기대수명(期待壽命)과 기대여명(期待餘命)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좀 더 근접한 통계로 ‘최빈(最頻)사망연령’을 들 수 있다. 최빈사망연령은 ‘한 해 사망자 중 가장 많이 사망한 연령’이다.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은 2008년에 이미 85세를 넘어섰고 2020년경이면 90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빈사망연령이 90세를 넘어서면 100세 이상 사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100세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문상을 가보면 80은 물론 90이 넘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배고픔과 전쟁을 다 겪은 세대들이다. 그런데 그 이후, 특히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 100세를 살지 못한다고 말하면 그게 이상한 일인 것이다.
두 번째인 ‘내 자식은 다른 자식과 다를거야’가 오해가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효자 효녀를 둔 부모들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걸거야하면서 고마워하면서 살면 된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이다. “이번에 얼마만 주시면 제가 두 분 부모님을 평생 잘 모시겠습니다”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들이 알아서 다 주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악의 경우는 다 넘겨준 부모도 다 넘겨받은 자식도 서로 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자식이 그러고 싶겠냐마는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불효자가 되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자식은 젊기나 하지만 부모는 이제 나이가 들어 어떻게 해 볼 도리와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일 수도 있다. 다 주고 나서 후회하는 기간도 앞으로 살아야 할 기간도 길고 긴 30~40년이 넘을 수 있다.
세 번째 오해, 즉 내 배우자는 다른 배우자와 다를 것이라고 믿고 사는 게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남편이 90세, 아내가 87세인데 남편이 병들어 누운 상황이 되었다. 그간 지극정성이던 아내는 당연히 본인이 직접 수발을 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87세의 고령 여자가 90세의 남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마음은 있어도 신체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내 배우자가 나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도 실제 상황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무리하다가는 건강한 아내가 먼저 갈 수도 있다. 돈까지 부족하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오래 살면 살수록 이 같은 경우는 비일비재(非一非再)해질 것이다.
결국에는 내가 혼자 남거나 내 배우자가 혼자 남는 게 인생이다. 오해와 착각은 자유지만 그 결과는 바로 내가 지고 가야하는 것이다. 믿을 건 자식과 배우자가 아니라 나 자신 뿐인 것이다. 무엇보다 100살까지 살 것으로 예상하고 은퇴 후 60대, 70대, 80대, 90대를 각각 어떤 돈으로 무엇을 하면서 가족∙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 필자가 강조하는 5F, 즉 ‘Finance(돈), Field(할 일), Friend(가족과 친구), Fun(재미), Fitness(건강)’를 연령대별로 챙겨봐야 하는 것이다.
5F를 잘 챙겼다고 하더라도 ‘9988 234’라는 말처럼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간다는 게 마음대로 될까? 은퇴설계 또는 노후설계의 핵심은 내가 먼저 갈 때 배우자의 애를 덜 먹이고 가는 것을 넘어 혼자 남은 배우자가 끝까지 품위와 존엄을 지키다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특히 남편들이 아내보다 3~4살 정도 더 많다고 보면 남편이 가고 난 다음에도 아내들은 10년 정도 더 살아야 한다. 뒤에 남은 아내가 큰 걱정 없이 잘 마무리하고 뒤따라오도록 소득과 자산을 남겨둬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먹고 사는 것뿐 아니라 반드시 치료비와 간병비를 충분히 챙겨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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