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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이 탄생하려면 (2) 신산업 탄생을 위한 규제개혁 방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9월25일 17시20분
  • 최종수정 2017년09월27일 19시17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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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우리나라에서 신산업 탄생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일찌감치 우리나라에서 그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내다보고 기술적으로 신산업 출현 일보직전까지 발전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산업의 싹을 틔우기도 했지만 결국 큰 산업으로 일으키지 못하고 선수를 남에게 빼앗겨 버린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지만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케이스는 아마도 핀테크와 원격의료가 아닐까 싶다.

 

두 분야 모두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IT산업을 이용하여 금융과 의료 등의 중요한 산업들과 잘 결합시키면 새로운 산업 분야로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아온 분야들이고 그래서 두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들이 진행되어 온 지도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의 중국세가 선점하게 하고 말았고, 원격의료는 그 기술적 수준의 완성도에 자부심을 가지고 전 정부에서 해외에 수출하려는 노력을 다방면으로 벌였지만 끝내 국내에서는 적용되지 못하고 말았다. 두 분야 모두 강력한 규제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을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지만 더 많은 IT 분야의 응용 서비스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에서 맹아가 발아되었지만 결국 세계적인 신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실리콘밸리나 심지어는 중국 베이징의 중관춘이 되어 버리고 만 경우가 수없이 많다는 것도 제법 알려져 있다. 역시 대부분 규제의 장벽을 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업을 발전시켜 온 경험 면에서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모범적 케이스라고 일컬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규제개혁을 추진해 온 경험 면에서도 OECD가 모범사례로 지적될 정도인 나라이다.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의 정부 시절 획기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한 이후에 역대 정부 모두 규제개혁을 국정의 최우선과제 중의 하나로 올려놓고 추진해 왔다. 신산업을 탄생시키려는 노력도 2000년대 이후 빠지지 않고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채택되어 왔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과제야말로 진보, 보수 어느 정부든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 인정하여 왔고 실제로 추진해 온 과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새로운 산업들은 여전히 규제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면 지금까지의 규제개혁의 추진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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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켜보면 국민의 정부 시절 규제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규제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부터 우리나라 규제개혁 추진방식의 특징은 다른 분야의 정책 추진방식과 마찬가지로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전략기획식’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즉, 민간 기업단체 등을 중심으로 ‘경제 살리기’ 혹은 ‘기업활력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하여 규제개혁 과제를 모집하여, 이를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규제개혁장관회의 등의 짧은 시간 동안 모여서 논의하는 회의체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한 뒤, 특정 담당부처를 중심으로 하여 단숨에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속전속결 방식으로 추진해 온 지금까지의 규제개혁 방식의 부작용을 살펴보고, 신산업을 태어자게 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규제개혁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속전속결 방식의 규제개혁 추진은 정부와 민간의 대단한 합동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남은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들인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제거’ 등이 상징하듯이, 실제로 집행되어 온 규제개혁은 ‘매우 작은 (piecemeal)’ 수준의 진전에 불과한 결과로 귀착되고 말아 왔다. 즉, 신산업을 열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이슈들은 건드리지 못하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만 것이다. 그 정치적 구호의 요란함이나 국민들의 높은 관심 수준과 비교해 보면 턱없이 미흡한 수준의 결과만 낳아온 규제개혁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이런 속전속결의 추진 방식은 그 부작용도 커서 이른바 ‘규제개혁에 대한 피로감’도 쌓이게 하고, 규제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도 가져오고 말았다. 앞으로 신산업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우리나라가 열어가야 할 신산업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한 뒤, 후보가 되는 신산업들을 열기 위한 후속 과제로서 규제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주도면밀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 과정의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은 새 정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둘째, 신산업을 열기 위한 규제개혁은 이제 산업 및 기술 담당 부처만의 노력으로는 근본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지금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부처들이 그 산업의 기술적 가능성, 기대효과 등을 강조하며 신산업 탄생을 추진해 보았지만, 결국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들이 깊이 공감하지 않거나 그 부처들이 열쇠를 쥔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힘이 부족하여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 악순환을 거쳐 온 것이다. 따라서 애초의 논의과정부터 산업, 기술 담당 부처들과 신산업 탄생의 핵심 규제가 걸려 있거나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을 관장하는 부처들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관련 부처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신산업의 가능성과 기대효과를 공유하고 그에 따라서 풀어야 할 규제들이 무엇인지를 함께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설득해야 할 이해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나아가 그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 것인지를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신산업을 열기 위한 규제개혁의 열쇠를 쥔 사람들은 어쩌면 신산업이 태어나게 되면 자신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다고 생각하는 기존 산업의 이해당사자들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잠재적 피해자들의 피해의식은 도외시하고, 신산업이 출현했을 때의 이익, 기대효과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정치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것이 밝혀졌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신산업 탄생의 절박성을 외치는 정부나 전문가들의 주장은 이들 잠재적 피해자들을 규제개혁의 강력한 저항세력으로 뭉치게 만드는 효과만 가져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신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이들 잠재적 피해자들의 이해관계를 살피고 최소한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는 보완조치들을 함께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형 시장개방을 가져온 국제통상협정을 추진할 때의 경험을 살펴보아도 이러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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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9월25일 17시20분
  • 최종수정 2017년09월27일 19시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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