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촉법」 어떻게 할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4월03일 17시09분
  • 최종수정 2018년04월04일 14시23분

작성자

  • 공명재
  • 경제학박사, 전 한국재무관리학회회장

메타정보

  • 39

본문

 

지난 3월21일 미국 FRB의 금리인상은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어려움을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3월22일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던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했다. 법정관리를 졸업했던 STX조선해양도 다시금 구조조정대상이 되고 있다. 2009년 유동성위기에 처해 파산위기에 몰렸던 금호타이어의 경우에도 노조의 반대로 중국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도 구조조정의 문제는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 중 하나이다. 

 

조선산업, 해운산업 등 산적한 구조조정의 문제는 풀기 쉽지 않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의 일몰시한이 이제 2018년 6월말로 다가왔다. 기촉법은 2001년 8월 제정되어, 그 동안 재입법 및 기한연장이 5차례 이루어져 왔다. 마지막으로 2016년 3월에 재입법된 바 있다.

 

기촉법은 시장기능에 의해 자율적인 기업구조조정 관행을 정착시키고자 하고 있다.  제1조에서 “부실징후기업의 기업개선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상시적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부실징후기업은 주채권은행이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금융채권자에 대한 차입금 상환 등 정상적인 채무이행이 어렵다고 인정한 기업이다. 금융채권자는 기업개선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 금융채권자협의회의 의결을 거쳐 통상 3년 이내의 공동관리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구조조정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모두가 피하고 싶은 숙제이다. 부실징후기업 또는 한계기업을 언제까지 연명시킬 것인가? 국민의 혈세를 무작정 퍼부은 것은 아닌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등 금융권의 부담만 계속 가중되는 것은 아닌가? 사실 국책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수치때문에 부실경영이라고 비난을 많이 받지만, 원래 국책은행의 기능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부실채권비율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시장수요의 감소로 일시적 유동성위기에 빠질 경우, 그러한 시장수요의 감소가 일시적인 것인지, 장기적인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나 기업일 경우 그 판단은 더욱 어려워진다. 

 

논란이 많은 기촉법을 실효시킬 것인가? 

 

기촉법에 의해 한계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데, 기촉법이 연장이나 상시화되지 않는다면 워크아웃제도가 폐지되고, 곧바로 법정관리에 의한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신규모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아웃제도의 경우 채권단 75%만 동의하면 필요한 구조조정이 가능하지만, 폐지될 경우 채권단 100%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율적 구조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 워크아웃의 경우 하청업체, 일반 상거래채권자 등과 정상적인 영업거래가 가능하다.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은 그 동결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물론 워크아웃의 경우에도 민간은행과 국책은행간 이해상충의 문제, 경영진, 노조의 이해상충문제, 자구노력 문제 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법정관리는 구조조정방안 가운데 가장 상위에 있다. 청산이 아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은 채권단 집회를 열어, 해당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조정을 하고 경영관리를 하게 된다. 금융채권자의 신규자금지원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어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한시적 기촉법을 반복적으로 재입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기촉법의 상시화는 금융당국의 개입을 가져와 오히려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구조조정이 본질적으로 이해관계자의 다툼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구조조정에는 시장기능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의 실패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이나 시장이 단순히 시장논리에 의해 산업이나 시장 자체가 작동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기촉법의 장점은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신규자금지원인데,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자율적 합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융당국의 영향력 행사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다. 긍정적 측면에서 중요 산업이나 중요 구조조종대상기업에 대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의사결정과정을 기촉법을 상시화하여 양지로 끌어오는 것이 그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서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 내지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을 관치로 치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기촉법의 강제적 구조조정기능을 통합도산법에 포함시켜 한계기업의 기업회생절차를 일원화 하자는 논의도 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워크아웃과정에서 국책은행과 정부의 개입으로 의사결정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기촉법 시효연장 중단을 권고한 바도 있다. 동위원회의 주장대로 자본시장 중심의 선제적 구조조정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필자도 당연히 동의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자본시장 중심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데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오히려 그 동안 기촉법이 나름대로 순기능한 측면도 많다. 한시적 기촉법을 반복적으로 재입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민간주도형 구조조정시장을 빠르게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구조조정에 전문화된 민간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주도형이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으로 시장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체제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국내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의 성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대기업도 이러한 시장에 참여할 수도 있어야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주도형 구조조정시장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다. 

 

다음으로, 특정제도로 획일화할 것이 아니라 각 산업이나 특정 부실기업의 특성에 맞는 구조조정방식이 바람직하다. 기촉법의 보완, 법정관리제도의 보완, 이들 제도의 상호보완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촉법이 실효되면 워크아웃제도가 없어지고,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 가운데 선택하여야 한다. 채권은행 주도로 채무상환을 유예하고,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회생을 하는 길이 사라지는 셈이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서로 경쟁적인 구조조정방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구조조정방식이다. 현행과 같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이원화하되, 상호 보완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 구조조정대상기업이 워크아웃 신청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법정관리에 들어올 경우 회생타이밍을 놓친다는 비판도 수용하여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촉법 제16조는 약정체결일로부터 통상 3년 이내의 공동관리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2년이나 1년 이내로 규정할 경우 회생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우 산업이나 해당 시장을 고려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채권은행 중심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해당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킨다는 차원에서 기본적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실제 산업이나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유동성공급은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명하는 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촉법의 보완과 더불어 법정관리의 경우 경영자관리인(DIP)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는 관리인의 선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현행 조항은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대표자’를 재산유용이나 은닉이 있거나 부실경영에 중대한 책임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기존 법인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법인 대표자나 그 경영에 책임이 있는 자는 오히려 특정한 상황(예를 들어, 기존 법인 대표자를 선임하지 않으면 기업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관리인으로 선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실경영에 책임을 져야할 경영진이 이자감면이나 채무탕감을 받고, 기업회생제도를 통해 기업회생에 책임을 지는 경영진으로 경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

39
  • 기사입력 2018년04월03일 17시09분
  • 최종수정 2018년04월04일 14시2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