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만 ‘고용 없는 성장’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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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살아났다! 그러나 고용은?
2017년 한국 경제는 놀라운 부활을 보였다. 수출이 15.8% 증가하여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6년 3.1%에서 2017년 3.5%로 높아졌으며, 그 결과 세계 수출비중 순위는 8위에서 6위로 도약했다. 수출주도 성장의 덕분으로 GDP 성장률은 2016년 2.8%에서 2017년 3.1%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1월 실업률은 2017년 1월과 같은 3.7%를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들, 기록적으로 낮은 실업률
반면에 주요 선진국들의 고용 상태는 세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난 수십 년이래 가장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월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작년 1월 4.7%보다 0.6%포인트나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실업률 4.1%는 2000년 12월이래 최저수준이다. 일본의 금년 1월 실업률은 2.4%로 작년 1월 2.7%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더구나 구직자 100명당 159개의 일자리가 대기하고 있어 44년 만에 최고 기록을 보이고 있다. 특히 1월 실업률 2.4%는 1993년 4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것은 일본이 그 지긋지긋한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났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독일의 1월 실업률은 작년 11월 3.4%보다 약간 높아진 3.6%를 기록하고 있으나, 작년 1월 실업률 4.0%에 대비하여 여전히 크게 개선된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실업률 3.6%는 1991년 이래로 가장 낮은 실업률이다. 영국의 작년 4분기 실업률은 4.4%로 1975년 2분기 4.3%이래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던 3분기의 4.3%보다는 높아졌으나 2016년 4분기 실업률 4.8%보다 크게 개선되었다(<표 1> 참조).
세계 무역이 급증하기 직전이었던 2016년 3분기와 2017년 3분기의 OECD 국가들의 실업률을 비교해 보면, OECD 전체로 0.62%가 낮아졌으며, EU(28개국)은 0.92%가 낮아졌다. 실업률이 가장 크게 낮아진 국가는 Spain으로 2.54%가 낮아졌으며, Greece 2.31%, Portugul 2.17% 의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을 크게 받은 국가들의 실업률이 크게 개선되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상처가 2017년 세계 수출 붐으로 치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표 2> 참조).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세계 경제의 호전 가운데서 고용이 개선되지 않는 국가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OECD Data Base에서 38개국의 2017년 3분기 실업률과 세계 무역이 급증하기 직전인 2016년 3분기 실업률을 비교해 보면, 34개국의 실업률이 낮아졌으며, 실업률이 높아진 국가는 3개국(Finland, South Africa, Colombia)에 불과하며, 유독 한국만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한국만 고용상태가 개선되지 않았는가? 그것도 2017년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장 많이 높인 수출우등국가인 한국이! 직시해야 할 사실은 세계 경제의 호전과 대부분 국가들의 고용 개선에도 불구하고 유독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한 한국 경제의 고용 상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경제 특유의 구조적인 문제의 심각성을 상대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새로운 한국병(病)으로 우리 경제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증가율로만 본다면 2017년의 한국 경제의 모습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수출이 16%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로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둔화될 경우 된다면 고용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수출과 고용의 관계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표 2> OECD 국가들의 실업률 변화
(단위: %)
| 2017.Q3(Ⅰ) | 2016. Q3(Ⅱ) | Ⅰ- Ⅱ(%p) |
Korea | 3.63 | 3.63 | 0.0 |
OECD Total | 5.71 | 6.33 | △0.62 |
EU(28) | 7.56 | 8.48 | △0.92 |
U.S.A. | 4.30 | 4.93 | △0.63 |
Germany | 3.77 | 4.18 | △0.41 |
Japan | 2.80 | 3.03 | △0.23 |
UK | 4.24 | 4.78 | △0.54 |
France | 9.64 | 10.0 | △0.36 |
Canada | 6.23 | 7.00 | △0.61 |
Netherlands | 4.69 | 5.91 | △1.22 |
Italy | 11.44 | 11.86 | △0.42 |
Greece | 21.03 | 23.34 | △2.31 |
Portugal | 8.66 | 10.83 | △2.17 |
Spain | 16.83 | 19.37 | △2.54 |
South Africa | 27.60 | 26.92 | +0.68 |
Finland | 8.72 | 8.62 | +0.10 |
Columbia | 9.48 | 9.26 | +0.22 |
자료: OECD Data Base.
우선 2017년 수출 증가 782억불중 반도체가 357억불로 45.7%를 차지하며, 다음으로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이 각각 86억불로 11%씩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2017년 수출증가 규모의 68%를 반도체-석유화학-석유제품, 세 품목이 차지하고 있다. 이 세 품목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고용유발효과가 낮다. 이 세 품목을 제외한 다른 품목들의 수출 증가율은 수출총액의 증가율 15.8%보다 크게 낮은 6.8%다.
그렇다고 해서 수출 증가가 고용 증가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금년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6년 1월에 대비하여 106천명이 증가하였다. 특히 2016년 1월과 2017년 1월간에 제조업 취업자 수가 무려 170천명이 감소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2017년 1월과 2018년 1월간의 106천명 취업자 증가는 주목할 만하다. 전년 동월 대비로 2017년 7월부터 제조업 취업자가 증가한 배경은 수출이 2016년 11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제조업에 파급효과를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2018년 1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수의 32%를 제조업이 차지한다는 사실은 제조업이 고용 증가를 주도하지 않았다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여파로 인한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 서비스업의 고용 감소로 인하여 취업자 수는 실제 334천명 증가에 크게 미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과 고용의 관계도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GDP성장률은 2016년 2.8%에서 2017년 3.1%로 0.3% 포인트 높아졌다. 취업자 증가 수는 2016년 229천명에서 2017년 317천명으로 6% 증가에 그쳤다. 그것도 40대까지는 감소하고 50대와 60대의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결과다. GDP의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성장률이 2016년 2.8%에서 2017년 3.1%로 높아지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총투자였다(2.6%). 즉 설비투자가 2016년 △0.2%에서 2017년 1.2%로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며, 설비투자의 증가는 반도체 등 수출 급증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편 수출이 증가했으나(0.9%) 설비투자 증가로 인하여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함으로써(2.6%) 순수출은 오히려 성장률을 낮추는 작용을 했다. 민간소비지출은 2016년과 2017년 공히 1.2%로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성장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설비투자이며, 설비투자가 일어나는 산업이 반도체 등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거나 세계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장치산업이므로 투자가 증가해도 고용유발 효과는 약하다.
‘고용 없는 성장’은 신한국병(病)?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선진국들은 세계 경제 회복과 더불어 고용사정이 크게 개선된 반면에 유독 우리나라만 ‘고용 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첫째, 내수시장과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선진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간소비의 GDP 비중을 비교해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47.8%를 차지하는 반면에 일본은 55.5%, 독일은 72.7%, 미국은 69.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GDP 성장률이 2017년 2.3%를 기록하는데 민간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1.88% 포인트로 성장률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한국 경제가 수출-성장-고용이 같은 방향으로 동행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삼분화(trichotomy) 구조로 이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이 증가해도 수출기업들의 글로벌 밸류체인(GVC)으로 인한 부품 수입 증가와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설비투자에 따른 장비 수입으로 인하여 수입 증가를 수반함으로써(2017년 수출증가율 15.8%, 수입증가율 17.8%) 오히려 부(負)의 순수출이 커짐으로써 성장률을 낮추는 마이너스 순수출의 기여도가 커지는 구조가 2017년 나타났다(2017년 순수출의 GDP 성장률 기여도는 –1.7%로 내수의 성장기여도 4.8%를 잠식하여 결과적으로 3.1%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 같이 수출과 성장이 분리되는 한편 수출 증가가 특정 소수 장치산업에 집중됨으로써 수출이 크게 증가해도 고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구조가 정착해 가고 있다.
셋째, 수출-성장-고용이 삼분화하는 구조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소수 산업과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대분분 산업 간의 양극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소수의 특정 산업과 기업에 의해 수출 증가가 주도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다수 산업과 내수 산업의 침체는 심화됨으로써 고용 증가가 발생할 수 있는 산업의 범위가 구조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양상이 진행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삶의 질의 개선과는 갈수록 분리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사점
1. 세계 무역증가율은 2017년을 정점으로 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8년을 정점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후퇴국면이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표 3> 참조), 2017년 한국 경제가 이룩한 수출증가율 15.8%와 GDP 성장률 3.1%를 다시 실현할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진다고 예상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수출증가율과 성장률이 2017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향후 고용 상황은 장기적으로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특히 2020년부터 세계 경제는 본격적인 후퇴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고용 상황의 장래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신한국병’의 우려에 대하여 세밀한 분석과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
2. 선진국들은 과연 어디서 그렇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하여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선진국들은 기업 활동에 관련된 서비스 산업이 고용 창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선진국들의 고용 신기록, 일자리는 어디서 왔는가”, 국가미래연구원, 뉴스인사이트, 2017. 8.17). 반면에 우리나라는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의 창출 비중은 낮은 반면에 저임금의 숙박음식업과 부동산업과 건설업의 합계가 37%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3. 문재인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나 소득정책으로 가계소비가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도시가구 월평균 실질소득은 2013~2016년간 연 평균 0.9%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부담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구조에서 이러한 낮은 소득 증가로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서비스 산업의 혁신 등 노력이 필요하지만 결국 한국 경제는 수출-성장-고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기업 생태계의 혁신을 통하여 기업들의 역동적인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것을 외면하고 다른 돌파구는 없어 보인다. 종사자 1백명 이상 신생기업의 수는 2012년 364개에서 2016년 215개로 감소했다. 기업 활동이 이렇게 위축된 흐름으로는 경제성장의 역동성 회복은 물론 지속적인 고용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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