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채무 상한 협상 난항, 정부 디폴트 시 ‘재앙적 혼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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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민주, 공화 양당은 이미 31조4,000억달러 상한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연방 정부의 채무 상한 인상을 둘러싼 협상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교착 상황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의회가 채무 상한을 인상하거나 상한 적용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연방 정부가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지는 ‘X-Day’가 가까워 오고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례적인 고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조짐, 은행 시스템 불안이 겹쳐져 곤경에 처한 미국 사회에는 심각한 불안정 요인이 더해지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미 의회가 조속히 채무 상한을 인상하거나 채무 상한 적용 자체를 아예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미국 정부가 실제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는 경우에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어려운 ‘재앙적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아래에, 미 의회에서 연방 정부 채무 상한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집권 민주당 및 야당 공화당 간에 첨예한 대치 국면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암운을 몰고 오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전하는 해외 미디어들의 관련 보도 내용들을 요약, 정리한다.
■ 옐런 장관 “의회가 협상 실패하면 재앙적 혼란”, X-Day는 6월 초(?)
이와 관련,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은 의회가 연방 정부의 채무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6월 초에는 연방 정부의 국채 상환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만일, 그렇게 되면 연방 공무원들의 급여, 사회복지금 지급 등의 지체가 불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BC News와 인터뷰에서 “만일 의회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 오롯이 경제적, 금융적 재앙을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간이 촉박함을 강조하며 ‘국민들에 총구를 겨누는 행위’를 멈추도록 호소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서 현행 헌법 상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신규 채무를 발행할 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주 내로 이런 막바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옐런 장관은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에는 ‘헌법 상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옐런 장관에 이어 재무부 고위 관리들도 6월 초반에 정부 디폴트 가능성을 예고하며, 오는 9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이 회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의회가 채무 상한을 인상하지 않으면, 엄청난 ‘경제 혼란 및 재앙(economic chaos and catastrophe)’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애디예모(Wally Adeyemo) 재무부 차관은 ‘우리는 이미 의회가 국면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느끼고 있다’ 고 밝히면서, 최근의 재정 데이터를 들어, 만일, 의회가 채무 상한을 인상하지 않으면 6월 1일에도 정부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에는 모든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중요한 요소인 국내외 금융시장 및 금리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디폴트로 일어날 상황들; 모든 국민들 일상에 ‘전면적 타격’
한편, 미국 연방 정부 채무 상한은 1960년 이후 무려 78 차례에 걸쳐서 협상을 통해 인상되거나, 연장되거나, 수정된 바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 채무 상환을 포함한 정부 채무 디폴트 위협은 결국 타협으로 끝났고, 실제로 디폴트 사태가 일어나 글로벌 금융시장 및 경제에 타격을 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타협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가 빈발한 것은 물론이다.
옐런 장관은 최근 의회에 보낸 타협 촉구 서한에서 “우리는 과거 채무 상한 협상 교착 상태의 경험을 통해서, 채무 상한 인상 혹은 유보 결정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최후 순간까지 기업 및 개인의 신뢰에 중대한 해악을 끼칠 수 있고, 납세자들의 단기 자금 차입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고, 나아가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고 환기시키면서 의회가 조속히 타결할 것을 촉구했다.
많은 정치, 경제 전문 기구들도 지금 의회에서 채무 상한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양당이 극단적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만일 연방 정부가 채무 디폴트에 빠지는 경우에 일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충격 상황을 예시하고 있다.
CNN은 정부 디폴트 사태가 미국 사회에 몰고올 재앙적 혼란과 충격을 5 가지 방면으로 나누어 전했다. 첫째; 사회보장비 지급 의존도가 높은 수 천만명의 생계 자금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 둘째; 200만 연방 공무원 및 140만 현역 장병들의 임금 및 전역 장병들에 대한 연금 지급이 지연될 것, 셋째; 국가 신용등급 추락으로 금융시장을 직격(直擊)할 것, 넷째;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시장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 가계 및 기업들에 부담을 가중할 것, 다섯째; 최근 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고 고용이 위축될 것, 등을 열거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 탱크인 외교문제연구소(CFR)도 미 정부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게 되면, 미 정부는 정부 기구 운영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은 물론, 미국 경제 및 글로벌 경제에 심대한 혼란과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CFR 보고서는 Goldman Sachs 전문가들이 정부가 채무 상한을 위반하는 경우, 당장 경제 활동의 1/10을 멈추게 만들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 “민주 · 공화 양당이 교차 장악한 ‘뒤틀린 의회’ 구성이 낳은 위기”
이렇게, 정부 채무 상한 인상 여부를 둘러싼 의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화요일(9일), 백악관에서 야당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과 회동을 가졌다. 미 의회, 특히 공화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는 현재까지 이번 정부 채무 상한 인상과 관련하여 현 집권 민주당 진영을 향해 담대한 규모의 정부 지출 예산 감축을 명문화할 것을 촉구하는 반면, 민주당 바이든 정권은 조건 없는 ‘온전한’ 채무 상한 인상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하원은 지난 달에, 이미 현 연방 정부 채무 상한을 대체로 미국 연 총생산의 120%에 상당하는 규모로 설정하는 인상안을 통과시켜 놓고 있다. 단, 이 법안에는 향후 10년 간에 걸쳐 연방 정부 지출 예산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sweeping spending cuts)’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옐런 재무장관은 의회가 초당파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헌법 상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 의회는 2021년 12월, 연방 정부 채무 상한을 31조4,000억달러로 인상했으나,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 미 정부의 채무 수준은 일찌감치 이 상한에 도달한 것이다. 당시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협상 지연에 따른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공적연금기금 투자를 정지하고, 연방 및 주 정부 예산 내에서 지급 순위를 조정하는 등 특별 조치를 취했었다. 당초에는 금년 여름 무렵이 되면 법정 상한을 인상하거나 정지를 결정해야만 정부 디폴트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으나 그간 세수가 예상 외로 크게 감소해 X-Day가 일찍 찾아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회보장 지급, 고령자 의료보험(Medicare), 군인들의 급여 등, 지급을 중단하고 재정 자금을 국채 원리금 상환에 우선 충당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면 당장의 디폴트 사태를 방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는 사회,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엄청날 것은 필지이고, 일반 국민들 불만은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곧 선거 캠페인에 들어가야 하는 두 정당의 입장은 어떤 방향으로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자세가 역력한 것이다.
금년 1월에 몇 차례 투표 끝에 가까스로 하원의장에 당선된 맥카시 의원은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에 대해 바이든 정권이 대폭적인 세출 삭감에 동의하지 않는 한 채무 상한 인상에 찬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 측에 대해 쉽게 양보하기도 어려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이미 담대한 규모의 세출 삭감을 포함한 독자적인 기한 부 법안을 제출해서 하원이 가결해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 법안을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공화당이 가결한 내용 그대로 통과시킬 리는 만무한 상황인 것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도 자신의 역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지원 등이 포함된 세출 법, 2022년 8월 성립된 소위 ‘인플레이션 억제법(IRA)’의 기후변동 대책 등을 철폐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화당 법안을 인정하면, 이미 2024년 재선 출마를 선언한 입장에 강한 역풍이 될 것은 뻔한 노릇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이런 복잡한 양당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지금 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치 정국은 양당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극히 정치색 짙은 줄다리기를 벌이는 측면이 강해, 타결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 Frenkel 교수 “정부는 국가 채무 유효성을 우선해 대응해야” 제언
지금 미 의회에서 민주, 공화 양당이 채무 상한 인상을 둘러싸고 대치 국면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Harvard 대학 프랭켈(Jefferey Frankel) 교수는 한 기고문(Project Syndicate)에서 ‘항상 그렇듯이, 마지막 순간에 타협으로 끝날 것이므로 특히 경종을 울릴 필요는 없다’ 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판은 이전과 다른, 비극적 결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마치 ‘이유 없는 반항’ 영화에서 주인공 역할의 제임스 딘(James Dean)이 달리는 자동차에서 마지막 순간에 뛰어내리는 스릴 넘치는 위험한 행동을 연출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설령, 채무 상한을 인상한다고 해도 이는 정부가 신규 채무로 조달한 지출을 추가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이미 성립했던 세법에 정해진 지출 예산에 따라 발생한 기존 채무의 원리금 상환에 충당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만일, 의회가 재정 적자를 감축하려고 한다면 기존에 성립된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추가로 세금을 늘리거나, 두 가지 모두를 하거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재정 디폴트가 임박한 상황에서 행정부가 택할 몇 가지 방도를 제시한다.
우선, 2011년 클린턴 정권이 당시 채무 상한 협상 당시 제시했던 것처럼 14차 수정 헌법을 발동하는 것이다. 이는 예산법에 정한 채무 상한, 세출 예산, 그리고 세법 규정은 상호 충돌하는 것이고, 만일 예산 집행 과정에서 실제로 충돌할 경우에는 행정부는 수정 헌법 정신에 따라 정부 채무를 우선 충족하고 난 뒤, 공화당이 제기할 위법성 이슈와 함께 법원에서 적법성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또 하나의 기묘한 대안으로는, 재무부가 1조달러 액면의 플래티넘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연준이 이 코인을 매입해서 정부의 채무 상환용 재정 자금 여력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안에 대해서는 적법성이 확실하지 않은 점이 있고, 무엇보다 연준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제기되는 측면도 있다.
다른 대안으로, 당초에 채무 상한을 증액하지 않고도 이미 책정된 세입 예산 만으로 세출 예산의 80% 정도는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출 항목을 차등적으로 순서를 매기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비록 채권 보유자들에 원리금을 상환한다 해도, 다른 채권자들, 예를 들어, 연방 공무원 급여, 사회보장비 지출, 군인 봉급 등 대규모 지출 항목들을 뒤로 미룰 경우, 이런 채무 수혜자들에 대한 지불 의무를 불이행하는 것이 되어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게 뻔하다.
프랭켈 교수는 이런 대체 방안들을 감안해 보면, 공화당이 ‘이유 없는 반항’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일정 기간 동안 일부 항목 지출을 해태(懈怠)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공화당 의원들도 후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면, 그 동안 우선 채권시장이 붕괴될 것이고 지불을 받지 못해 분노한 수혜자들은 투표 성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국민들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 ‘치킨 게임’ 장면을 보게 될 뿐이다.
■ “바이든, 채무 상한 인상 없이 우회하는 방식의 채권 발행 검토(?)”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의회가 아무런 부수 조건을 달지 않고 현 채무 상한을 인상하는 ‘온전한’ 법안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채무 상한 인상을 둘러싸고 타협하지 않는다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면서, 의회에서 채무 상한 인상 이슈가 타결된 뒤에 세출 감축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의 채무 상한 인상 조치없이 14차 수정 헌법 조항이나 다른 극단적 수단을 동원해서 독단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럴 경우, 중대한 헌법 상 위기를 촉발하고 이에 따라 심각한 불확실성을 불러와, 경제, 금융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역대 정권들도 이런 시도는 불가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
옐런 재무장관도 이에 대해서만은 “국가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채무 상한을 인상하는 길이 유일한 방도” 라고 말했다. 애디예모 차관도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해서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14차 개정 헌법을 발동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채무를 상환한다는 것을 보장하는 길은 의회가 채무 상한을 인상하는 길이 유일한 방안” 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논란이 되는 공화당 주도의 법안은 현행 31.4조달러 채무 한도에 1.5조달러를 추가하는 것에 부수해서 행정부의 지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한 상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공화당이 채무 상한 인상과 교환으로 엄격한 세출 삭감을 조건으로 단 것은 민주당과 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프리스(Hakeem Jeffries)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공화당이 제안한 법안은 인질을 잡는 것이고, ‘미국 디폴트 법안(Default on America Act)’ 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공화당이 행정부에 극적인 지출 예산 삭감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재앙적인 국가 디폴트를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며칠 내에 공화당이 이성으로 돌아와 국민들을 위해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회동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조건 없는 채무 상한 인상’ 법안만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단호하게 공언하면서도, 현지시간 화요일(9일) 백악관에서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만나 채무 상한 인상 이슈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현 난국을 타개할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빈 손으로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은 회동 후 “새로운 움직임은 없었다” 고 밝혔다.
이번 대면은 그렇게 큰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에서 열리기는 했어도, 혹시 다가오는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으나 회담은 ‘일단’ 무위로 끝난 것이다. 양측은 종전의 주장을 고집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오는 12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등, 앞으로 X-Day로 알려지는 6월 1일까지 남은 몇 주일 동안에 협상이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야 협상 결과에 대해 공화당 소속 매켄리(Patrick McHenry)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은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보이면서도 최종 타협안은 이미 하원에서 통과시킨 법안과 큰 차이가 없을 것(a lot like)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까지의 협상 과정을 감안해 보면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다가오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디폴트 기한이 임박해 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 일시적으로 채무 상한을 인상하고 협상 시간을 벌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매카시 하원의장은 행정부 측에 입장 선회를 촉구하며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역시 “그런 대안은 우리가 선호하는 플랜이 아니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영(Shalanda Young) 국장은, 큰 관심을 끌고 있는 9일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의 백악관 회동을 앞두고, 미 연방 정부의 채무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채무 상한을 ‘단기적으로도 조정할(short-term fix)’ 의향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동시에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과 조정 기간을 두고 대화를 하고 있음도 시사했다. 영 국장도 디폴트에 다르는 재앙적인 혼란을 경고하며 의회는 언제라도 법안을 상정해서 디폴트를 막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며 이는 정치적 속성이고 ‘벼랑 끝 드라마’ 라고 말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영 예산국장이 채무 상한을 단기간을 위한 조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지금은 채무 상한 인상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길게 연장할 것인가를 두고 협상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백악관 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14차 수정 헌법을 발동해서 행정 권한을 전례 없이 확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디폴트를 막는 것은 의회의 임무’ 라고 강조했다.
■ 英 FT “당장은 어려우나 몇 주일 내에 ‘협상의 장(場)’이 마련될 것”
한편, 영국 Financial Times는 9일 백악관 회동에서 당장 현 교착 국면을 타개할 만한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향후 수 주일 동안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반향을 가져올 수 있을 만한 미국 정가의 재정 협상 무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조건 없는’ 상한 인상을 고집하고 있는 민주당 및 행정부의 채무 상한을 오직 장기적인 세출 삭감 법안의 일환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측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일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FT는 현 상황에서 만일 채무 상한 인상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안으로 ‘미국 국채의 유효성은 의심되어서는 안 된다(validity of US public debt shall not be questioned)’ 고 규정한 14차 수정 헌법 조항을 발동해서 행정부가 아예 채무 상한을 무시하고 국채 상환을 집행하는 방안, 1조달러 플래티넘 코인을 발행해서 연준에 인수시켜 국채 상환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여기에, 의회가 시간을 벌기 위한 현실적인 임시 방편으로 오직 단기적으로 채무 상한을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간 전문가들은 옐런 재무장관의 경고와 달리 X-Day 예상 시한이 6월 초가 아니고, 7월 후반까지는 상환 여력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도 협상 부진 상황이 각 방면에 미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미 의회에는, 지금 어떤 상황에서도 채무 상한 인상 방안에 초당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디폴트로 예상되는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부담, 그 이전에 디폴트 위협 만으로도 치러야 할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채무 상환 능력은 충분한 상황이어서, 비록, ‘디폴트’ 상태가 된다 해도, 이는 단지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세계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 중요한 불안 요소가 가중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남은 기간 중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 참석 등 해외 방문 일정이 빼곡히 짜여 있어 의회 일정도 감안해 보면 6월 1일까지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자들이 회동할 수 있는 시간 여유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향후 미 의회 두 라이벌 정당 지도자들의 회심의 정치적 타결 결과가 지극히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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