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과 자본유출 리스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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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Fed) 기준금리가 5%까지 올랐다. 2008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최고치다. 우리나라(3.5%)보다 150bp 높아졌다.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금리 역전은 국내 금융자산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린다.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나가거나 유입 규모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더욱이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 2천만 달러)다. 무역수지가 주요인이다. 1월 수출이 반도체・철강 위주로 작년보다 14.9% 줄었다. 반도체와 중국 경기의 동시 부진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때 ‘담보 자산’ 역할을 한다. 담보가 든든해야 돈 떼일 염려가 없다. 경상수지가 적자면 한국 금융상품의 투자 매력은 추락한다.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지는 거다.
금리 역전이 순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2022년 말 전후 상이한 양상이다. 2022년까지는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 기간에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국내로 순유입됐다. 그동안 세 차례 금리 역전기(1999.6월~2001.3월/ 2005.8~2007.9월/ 2018.12~2020.2월)가 있었다. 당시 금리 역전 폭은 87.5~150bp였다. 그런데 외국인 자금 169~403억 달러가 국내로 순유입된 것이다.
2023년 들어 외국인 자금흐름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자금흐름 구조가 2022년까지 「주식 유출/채권 유입」에서 2023년 들어 「주식 유입/채권 유출」로 바뀐 것이다. 예컨대 2022년 중 주식은 유출(-60.9억 달러), 채권은 유입(+117.2억 달러)됐는데 2023년 초 주식 유입(+56.5억 달러), 채권 유출(-58.2억 달러)로 바뀐 거다.
이런 외국인 자금흐름 변화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우선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은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 기업에 플러스로 작용할 거라는 외국인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현상은 외국인 채권자금1) 유출(58.2억 달러)이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우리나라 시장금리・경제성장 전망・환율 기대・차익거래유인 2)・글로벌 위험선호 정도 등을 고려해 채권투자를 결정한다. 투자자금 성격과 목적에 따라 주체가 다르다. 투자패턴도 주체별로 상이하다.
채권투자 외국인은 공공기관(중앙은행・국부펀드・국제기구 등)과 민간회사(상업은행・투자회사・증권회사 등)로 나뉜다. 공공기관은 중장기 투자자다. 글로벌 분산투자 차원에서 여러 국가에 걸쳐 골고루 투자한다. 반면 민간회사는 성장・환율 전망・차익거래유인・위험선호 정도 등을 중시한다.
금리 역전기에 주체별 대응 방식도 다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국 상업은행 채권자금이나 헤지펀드 주식자금은 유출됐다. 반면 외국 중앙은행 채권자금, 국부펀드 주식자금은 오히려 유입됐다.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 채권자금에는 공공기관 자금 비중이 더 크다. 최근 외국인 채권자금 순유출이 증가한 이유가 한-미간 금리 역전 때문일까?
금리 역전에 더해 또 다른 이유가 두 개 더 있다.
① 2022년 미 연준 금리 인상으로 미 달러화가 큰 폭 강세를 보이고 채권가격이 급락했다. 동시에 주요국 외환보유액 가치가 크게 감소했다. 국부펀드도 큰 폭의 손실을 입었다. 손실 만회 차원에서 해외 중앙은행・국부펀드가 한국 채권투자 자금 가운데 일부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② 2022년 11월 이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자 미 연준 금리인상이 종료된다는 기대가 팽배했다. 이 효과로 국내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원화가치가 절상됐다. 특히 원화 가치 절상 폭이 주요국보다 더 컸다. 큰 폭의 국내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절상(=달러화 환전 시 수익 증가)은 채권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을 노린 매도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
채권자금 순유출이 한-미간 금리역전 때문만은 아니다. 공공기관 투자 여력 약화・차익거래유인 축소・원화 강세 및 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단기차익 실현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향후에도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국제금융시장 여건, 국내 금융·경제 상황, 투자전략 등이 외국인 자금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 기업 실적 전망이 좋거나 국내 채권 수익률이 높다면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은 유입된다는 점이다. 한국 채권을 추가해야 외국인 투자자가 자신의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면 금리 역전을 감수하고라도 한국시장에 들어온다.
우리 경제의 기초(economic fundamental)를 튼튼히 다지는 것이 내외금리차 확대 여부와 무관하게 대외건전성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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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국인 채권 잔액은 222조원(약 1,800억달러, 2023년 1월말 현재)이다. 주로 국고채・통안증권 등에 투자한다. 외국인 주식 잔액은 약 636조원(약 5,170억달러)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26.9%다.
2) 외국인 투자자는 미 달러화를 차입한 후 스왑시장에서 원화로 바꿔 원화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이때 수익은 「원화채권 금리-스왑시장 원화차입비용」이다. 이를 차익거래유인이라 한다. 차익거래유인이 확대되면 차익거래용 국내채권 매입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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