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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 개념 정립부터 하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6월1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14일 11시46분

작성자

  • 김원식
  •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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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한 언급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주도되어 온 무상복지의 실효성이 한계에 이르면서 또 다른 복지 개념이 정치권의 본격적 화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미 실험을 거친 나라들 간에도 공통된 개념이 충분히 정리된 바 없다. 정치인들이나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가지각색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념에 대한 합리성도 결여되어 공짜에 길들여진 국민들조차 매우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거의 모든 내용들은 단순히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불되는 정부의 보조금 정도로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정부 제도는 단 1원이라도 반드시 목적과 개념이 명확해야 하고, 금액·대상·기간·재원조달 등의 결정 프로세스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추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본소득은 ‘영원히 모든 국민이 똑같이 평생 조건 없이’ 국가로부터 받는 환상적 제도일 뿐이다. 단순히 개념에 기초한 제도의 여론몰이나 정책화는 지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1세기 중반 이후 4차산업혁명의 진행과정에서 불거질 실업의 위기와 양극화 심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실업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대량실업이 발생될 실업은 사실상 재난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극단적 처방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 과연 우리에게 실업 대란이 될지, 혹은 지속적 산업화의 촉매로서 고용창출의 핵심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하기 나름이다. 끊임없는 일자리 창출 노력과 국민 복지를 위한 개혁이 우선 전제되어야 하고 기본소득의 ‘개념’ 및 실체화는 정책 추진에 있어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고용창출에 대한 고민 없이 지레 실업을 가상한 정책에 몰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경제적 후진을 낳을 뿐이고, 그나마 막대한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근로 유인형 복지시스템의 붕괴로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4차산업혁명이 일상화되고 우리 경제가 궤도에서 이탈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도입이 실험된 선진국의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제도를 모두 대체하는 개념에 가깝다. 스위스의 경우 기존의 복지제도를 모두 폐지하고 월 30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제도를 주민투표로 거부하였다. 핀란드는 2천명의 실업자를 대상으로 약 75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성과가 없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핀란드의 기본소득에 대한 진영 간 평가가 엇갈린다고 해도 사실상 ‘실업급여’에 가까운 제도이다. 만족하지 못한 복지를 현금인 기본소득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복지는 돈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효율적이고 치밀한 인프라가 조성되는 것이 먼저다.

코로나사태로 저소득층의 위기가 커지면서 정치권이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본질적으로 빈곤의 해소나 재정의 절감을 위한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가올 선거용에 가깝다.

조건 없이 평생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개념이 제도화되기 위한 논의를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첫째,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가?
둘째,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가?
셋째, 국민들의 복지 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는가?
넷째, 장기적으로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는가?

불행히도 모두 ‘아니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 적합한 기본소득의 개념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기본소득의 개념은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의 범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모든 국민들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현금으로, 재원은 기존의 복지제도를 1:1로 상쇄시켜서 마련 한다. 그러나 지급되는 금액은 얼마가 되든 별도로 결정되어야 할 요소다.

둘째, 특정계층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아동수당, 청년수당 등도 기초연금의 개념이므로 이러한 수당을 모두 전환한다.

셋째, 소득조사를 통하여 빈곤층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할보장급여도 기본소득이다.

넷째, EITC(근로장려세제 : Earned Income Tax Credit)와 같이 근로를 조건으로 저소득층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돈이다. 경제활동은 국민생산에 기여하므로 별도의 재원이 마련될 필요가 없고 기존의 세수로 충당한다.

다섯째, 부(-)의소득세 (Negative Income Tax)로 세금을 내지 않는 계층에 대하여도 일정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세액공제액 및 일정액의 지원금을 소득에 따라 조건 없이 환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초생활보장급여의 수급자들이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15%의 세액공제액을 직접 환급한다. 더 나아가서 식품 구매를 하면 15%의 세액공제를 환급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다양한 복지제도를 효율적으로 개혁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더 개선시킬 수 있는 월 단위 부(負)의 소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현재의 재정 상태로서는 기본소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복지 불만은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다. 현재와 같이 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평등 중심의 공공복지 서비스가 지속되면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면서 다음 세대까지 세습될 수밖에 없다. 어떤 개념을 기본소득으로 할 것인가는 국민의 선택과 책임이고, 그 부담또한 당신들의 자녀들이 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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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06월14일 11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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