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즈벨트의 뉴딜과 한국판 뉴딜정책 (1) 뉴딜의 의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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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지금 우리 경가 처한 어려움을 감안하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추진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딜이 의미하는 바가 사람마다 달리 이해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초 발표될 때 기대했던 바와 그동안 발표된 추진 계획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괴리를 메우기 위해 뉴딜의 본래 의미를 짚어보고 뉴딜정책의 본류였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책을 나름대로 평가하여 보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정책의 의도와 그 한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 뉴딜의 의미,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성공과 실패, ▲ 한국판 뉴딜; 한계와 문제점 등을 순차적으로 게재하고자 한다. |
Ⅰ. 뉴딜의 의미
뉴딜은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일련의 경제정책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지금도 이 말이 저주 쓰인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곤경에 처하기만 하면 정치인들은 뉴딜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딜은 사용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다양하게 쓰인다. 뉴딜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입각하여 정책도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선 뉴딜의 의미를 짚어보기로 하자.
< 최근의 용례 >
지금의 용례에 따르면 루즈벨트 대통령이 행한 것처럼 과감한 정책의 신속한 추진을 의미하는 듯하다. 미국 메사추세츠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인 Edward Markey는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 뉴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I do think there’s an F.D.R. moment.”) 그러면서 그는 그린뉴딜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 FDR은 Franklin Delano Roosevelt의 약자로 루즈벨트 대통령을 지칭하고 FDR moment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했던 그러한 종류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나 순간을 지칭
또 다르게는 광범위한 복지정책을 뉴딜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Goldberg는 새로운 유형의 대공황이 올지도 모르고 그에 따라 새로운 뉴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The New Great Depression Is Coming. Will There Be a New New Deal?" (NYT, May 2, 2020). 이 경우 어린이 돌봄 등에 대한 국고 지원, 유급 병가제도의 도입, 기본소득의 보장 등이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에 포함될 것으로 보았다.
한편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케인즈식 확대 재정 정책을 뉴딜로 이해하기도 한다. 케인즈의 경제이론은 1930년대 대공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이론의 핵심적 내용으로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불경기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건의하고 있다. 하지만 케인즈 이론은 뉴딜 정책과 관련이 없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케인즈의 이론을 적용하지도 않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지도 않았다. 사실 케인즈 이론은 경기조절정책의 의미가 강하고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뉴딜하고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 뉴딜의 어원 >
뉴딜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카드 게임에서 “새로운 게임을 하기 위하여 패를 다시 돌린다.”라는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경제운영체개의 전면적 개편 등과 같은 강력한 정책을 뜻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라고 한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약 30여 년간 경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지만 거대 기업의 탄생으로 독점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하는 소위 도금시대(the Gilded era)에 접어들게 되었다. 마크 트웨인은 당시 미국 자본주의 맹점을 지적하는 글에서 절대 다수인 경제적 약자를 위하여 "새 판"(new deal)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경제적으로 약자들이 어려움을 헤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 1890년대 이후 미국은 독점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사회운동이 전개되고 독과점금지법들이 제정되는 소위 진보의 시대(progressive ear)가 전개되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말을 사용한 사람은 스투어트 체이스(Stuart Chase)이다. 경제학자인 체이스는 대공황이 한창 진행되던 1932년 6월 『New Deal』이란 제명으로 책을 발간하고 자유방임주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한편 정부의 직접적 시장 개입과 통제를 제창하였다. 하지만 체이스는 이 책에서 뉴딜의 정확한 정의는 내리지 않았다. 다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감안하면 마크 트웨인이 생각했던 “새 판”의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쏘련의 발전에 감동하였던 체이스는 이 책에서 미국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쏘련식 경제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마크 트웨인에게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체이스는 직접 만나 나중에 정책 조언을 구하는 사이가 되었다.
루즈벨트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따라 코넥티컷에 있는 마크 트웨인의 집을 방문하였던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악수를 하였고 루즈벨트는 이를 매우 자랑스런 기억을 간직하였다고 회상하였다. 루즈벨트 부인에 따르면 뉴딜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마크 트웨인의 ‘아서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라는 책자는 루즈벨트가 가장 좋아하였다고 한다. 1933년 International Mark Twain Society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기념 메달을 증정하는 자리에서 뉴딜이라는 말을 마크 트웨인의 저서에서 차용하였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루즈벨트가 처음으로 뉴딜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1932년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이었다. 하지만 이 연설에서도 뉴딜의 구체적인 개념이나 정책은 제시하지 못하였다. “미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점을 약속드립니다.("I pledge myself to a new deal for the American people,") 정도로만 표현되었다. 다만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정책, 혹은 종전과는 다른 획기적 정책이라는 의미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하였다. ”이 약속은 단지 선거 구호가 아니라 당장 실행하여야 할 지상명령(It is call to arms.)이다.“라고 강조하였다.
< 뉴딜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 >
뉴딜 정책은 대통령 취임 이후 실제로 추진한 정책을 통해 그 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새롭게 추진하는 입법이나 정책들을 대부분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그 내용이 구제적으로 가시화되었다. 하지만 당시 추진된 정책들의 성격이 워낙 다양하였기 때문에 한마디로 뉴딜정책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의 위기 극복 방안에서부터 경제안정, 고용 및 실업 대책, 경제 회복 방안에 이르는 모든 정책을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였다. 이에 더하여 일련의 경제체제 개혁이나 경제운용방식의 변경 등도 뉴딜의 범주에 포함하였다.
뉴딜정책은 시기적으로 나누어 구분한다, 취임 직후의 뉴딜정책을 제1차 뉴딜이라고 하고 1935년 이후의 정책을 제2차 뉴딜이라고 부른다.
루즈벨트는 대공황 당시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한 시점(1933년 3월 4일 토요일)에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취임 직후 100일 동안을 의회에 특별회기로 요청하고 수많은 개혁 입법들을 처리하였다. 이 개혁 조치들이 제1차 뉴딜정책에 해당한다. 당장의 은행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임시은행조치법부터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일련의 금융관계법들이 속속 처리되었다. 예금보험제도, 금융감독제도, 최저 임금 보장, 작업장 안전 조치 강화 등 제도적 개혁은 지금까지 유지되어 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 토목 사업을 시행하고 정부가 직접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지역개발과 아울러 실업자를 흡수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국가산업부흥법(NIRA: National Industrial Recovery Act)과 농업조정법(AAA: Agricultural Adjustment Act) 등을 제정하여 경제 안정과 회복을 도모하였다. 이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산업 및 농업 생산량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을 택하였다. 산업별 업종별 단체를 결성하고 행동 규약을 제정하여 정부에 보고하고 그에 입각하여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통제하는 식이었다.
제2차 뉴딜정책은 1935년 이후, 엄밀하게 얘기하면 1937년 제2기 연임 시절의 정책들을 의미한다. 제1차 뉴딜정책의 핵심이라고 여겼던 NIRA와 AAA가 1935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을 개혁하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등 루즈벨트는 정책적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 회복이 생각보다 지연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하여 그 탓을 대기업으로 돌리고 대기업을 옥죄고 노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계 세율을 인상하는 한편 기업들에 대해서는 미배당이익세(undistributed profits tax)를 부과하였다. 1935년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 제정을 통해 실업보험, 노령연금 등을 도입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가능케 하였다. 그리고 국가노동관계법을 제정하여 노동조합 결성권, 집단교섭권, 집단행동권, 파업권 등 노조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도 취하였다.
뉴딜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3R로 요약된다. 경제질서의 개혁과 변경(reform),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relief), 그리고 경제 부흥(recovery)을 위한 정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경제 부흥을 위해서는 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빈민 구제 등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국가 기초를 개조하는 부문에서는 개입형 국가 모드로 전환, 정부조직의 개편, 정책 영역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의 일환으로 새로운 사업을 국가가 직접 시행하여 공공 사업 등을 추진하고 관련 기구를 확충하였다. 이와 함께 문제 산업이었던 은행 등 금융부문과 농업 부문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정책을 시행하였다.
< 뉴딜정책의 재해석 >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일련의 정책들을 열거하더라도 뉴딜정책의 의미를 되새기는 게 쉽지는 않다. 이러한 한계를 전제로 어원에서부터 유추 해석하여 몇 가지 의미를 정리해보기로 하자.
첫 번째로는 뉴딜에는 정책 기조의 대대적 변화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루즈벨트가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한 시점은 대공황의 정점이었고 선거 기간 중이었다. 장기간 지속된 불황과 점차 악화되는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전임 정부의 정책과는 다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이에 따라 루즈벨트는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선거 기간중에는 무엇이든 시도해야 한다 (“Above all, try something.”)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action and action now”) 등의 슬로건을 사용하였다. 이는 전임 정부가 자유방임적 정책을 고수하면서 대공황을 막지 못한 것과는 정반대의 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전임 후버 정부는 "...hear-nothing, see-nothing, do-nothing Government"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뉴딜정책은 정부 정책의 획기적 전환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기 위하여 정부의 정책적 자세가 크게 바뀐 것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나라 전체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인식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개인 접촉을 넓히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였다.
또 다른 차원에서 뉴딜은 국민과 정부가 새롭게 체결한 약속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뉴딜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예측하고 기대할 수 있었고 정부 입장에서는 개별 경제주체들이 국가나 경제 전체를 위하여 바람직한 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암묵적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이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여건의 변화에 상응하여 정책을 변모시켜나가는 일체의 행동을 뉴딜로 보았다. 자유방임 경제체제에서는 경제주체들간의 약속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혼자 스스로 독립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는 점에서 “조악한 개인주의” (Rugged individualism)로 표현되었다. 그에 비해 뉴딜정책을 통해 국가와 개인이 일체감을 형성하는 계기를 형성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뉴딜이라는 말은 경제적 난국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혁신적 정책의 과감한 시도나 정책 기조의 확고한 변경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사실 대공황과 같은 경제위기는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상황에서 기존의 대응법이나 관점에 의한 정책으로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종전과는 다른 정책을 택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뉴딜정책은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접근법에 의거 혁신적인 정책을 택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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