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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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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2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25일 19시31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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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중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띄웠던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f8f389df51276d31306ffe6c0f5266e6_1569402 사진 : 뉴스토마토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부당한 통화를 통해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다”며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국기들 앞에서 행한 짧은 성명 발표를 통해, 건국의 아버지들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트럼프의 재임 중 행동을 “취임 선서를 배신하고, 우리 국가안보를 배신하고, 우리 선거의 진실성을 배신했다는 불명예스러운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따라서 오늘 나는 하원 의원들이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탄핵을 반대했었던 민주당 의원들 조차도 이번에는 탄핵을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이유는 트럼프의 행위가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를 배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결심했을까? 결정적 배경은 ‘우크라이나 의혹’이 핵심이다.

‘우크라이나 의혹’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던 중, 차기 대권 경쟁에서 자신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Hunter Biden)에 대해서 강력한 검찰 조사를 하도록 요구하고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이 ‘바이든 문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통령 재직시절인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자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최대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에 대한 검찰 수사를 중단토록 요구했고,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하여 마침내 검찰총장이 해임된 사건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바이든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 문제‘에 관해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Rudolf Giuliani) 전 뉴욕시장과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의 이런 요구를 거절할 경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중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이용햐여 우크라이나 내정에 직접 관여한 주권침해이고, 국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월권적 범법행위를 저지른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게이트'로 명명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런 초유의 극비 사항이 어떻게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을까? 백악관의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에 의해 <워싱턴포스트>(WP)에 제보된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트럼프는 백악관 내부에서도 온통 적들과 감시병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다. 지금 이 문제는 마침내 민주당으로 하여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카드를 빼 들게 만든 매머드급 핵폭탄으로 떠올랐고 이는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 장애물로 등장했다. 그런데 문제는 탄핵의 절벽에 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탈출구는 무엇이고, 그를 구해 줄 구세주는 누구일까 하는 점이다.

이런 미국내 국내정치적 돌발상황 발생의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서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한반도 평화경제, 둘째, 3차 북미정상회담, 셋째,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기한 이 모든 아젠다의 핵심을 단 두 마디로 압축하자면, ‘3차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 띄우기’와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선전 활동’으로 집약된다. 그의 행보 그 어디에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해법과 전략은 없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문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하여 3차 북미회담을 강조하는 바로 똑같은 시간에 국내에서는 국정원장이 김정은의 부산 방문설을 흘렸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예시한 것이다. 국정원장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하여 “김정은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단, “북핵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원칙론”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북미정상회담을 띄우고 국정원장은 한국에서 김정은의 부산 방문 가능성을 띄운 것은 단순한 오비이락(烏飛梨落)성 발언이 아니다. 이는 이미 남북한 간의 치밀한 합의, 조율 없이는 발설할 수도 없고, 발설해서도 안 되는 아주 민감한 내용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뉴욕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3차 북미정상회담과 11월 김정은의 부산 답방을 언급하고, 북한이 이에 쥐죽은 듯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보통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북한과 사전에 긴밀한 협의와 밀약을 하고, 치밀한 각본에 의해 이를 띄우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션을 문 대통령이 맡아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이다.

만일 문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북측과 충분히 합의,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관련된 이런 민감한 발언과 행동을 하고 다닐 경우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지금처럼 숨죽인 채 이토록 '조용한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북측은 문 대통령을 향해 당장 주제 넘는 일을 그만 두라는 말폭탄의 포문을 열면서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 할 노릇”이라거나, “겁 먹은 개가 미국에 가서 꼬리를 흔들고 다닌다"거나, 아니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는 식의 비난을 융단 폭격식으로 쏟아 냈을 것이다. 

지금 북한의 침묵 속에 문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띄우고, 국정원장이 김정은의 11월 부산 방문 가능성을 예시한 것은 잠정적으로 계산된 김정은의 외교스케줄인 것이다. 여기에다 국정원장은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가장 먼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측성 전망까지 언급했다. 이 또한 북한과 모두 조율하고 사전에 인지한 내용일 것이다. 

그러니까 김정은의 향후 외교 행보는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10월 6일을 전후해서 중국을 방문한 후, 11월 25일부터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부산을 방문하고, 이 여세를 몰아 핵협상 카드를 들고 미국을 들어 가는 것으로 짜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방미 이후의 결과에 따라 다시 중국을 들릴지 말지를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왜 김정은은 11월 부산 방문과 이후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을까? 지금 김정은은 자신과 북한의 운명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이 실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초미의 관심사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김정은과 북한의 모든 국가적 자원은 두 가지 문제에 총 집중할 것이다. 

첫째, 남한에서 문재인 정권이 실각하는 것을 막는 것, 둘째,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각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하루 24시간 중 1분 1초도 놓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내년 4월 남한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이 패배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 것인가만 연구할 것이고,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김정은의 계획이 바로 11월 부산 답방과 그 이후 미국 방문 스케줄이다. 그런데 여기에 복병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카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제 김정은의 방미 카드는 탄핵의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거리로부터 멀어질 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김정은의 11월 부산 방문 카드가 성사 될 수 있을지, 성사되어도 내년 4월 총선에 의도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이제 한국과 미국의 국내정치에서 김정은 카드는 그 약발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렇게 만든 돌발 변수가 바로 트럼프 탄핵 카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어떤 또다른 계산을 하는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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