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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본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패인(敗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03일 17시15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3일 17시14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 17

본문

 

<차  례>

1. 들어가며 

2. 언론에 나타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들

 (1)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이념지형의 변화 : 국민의 진보성향화

  <예고된 미래통합당 패배>

 (2) 미래통합당 내부의 패인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민심 지형변화를 몰랐던가?>

  <‘퇴행적 보수’라는 낙인찍힌 미래통합당 이미지> 

  <과거 집착과 조건반사적 반대와 독선주의> 

  <세대교체 실패와 공감능력 부재>

  <새로운 미래 비전(시대정신) 제시하지 못함>

 (3) 그 밖의 패인들

  <공천 실패>

  <막말 릴레이>

  <코로나 방역성공>

3. 정리하며 

 

 1. 들어가며 

 

모두가 깜짝 놀랐다. 21대 총선 지역구 총 253석 중에서 여당이 163석을 차지하고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84석 밖에 얻지 못했다. 나머지 6석은 무소속 5석과 정의당 1석이 가져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적 성과부진이나 혹은 조국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악수를 감안할 때 최소한 과반은 무난할 것이라는 미래통합당 사전 예상은 처참하게 깨어졌다. 왜 미래통합당은 참패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일은 미래통합당의 재건은 물론 건전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415 총선이 있기 전후 6개월 동안 언론에 어떤 분석들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총선결과를 다시 복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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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론에 나타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들

 

(1)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이념지형의 변화 : 국민의 진보성향화

 

많은 언론들이 가장 빈번하게 반복하여 강조하고 지적한 것은 2012년 19대 총선 이후의 이념지형의 변화였다. 즉,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국민의 이념지형이 두드러지게 진보화 되었다는 점이다. 아래 [표.2]에서 보듯이 전 연령층 중 진보성향 국민의 비중은 2012년 21.6%에서 2017년 41.8%로 20.2% 포인트나 급증하였다. 그에 비하여 보수성향 국민의 비중은 2008년 44.3%에서 2017년 33.3%로 11.1% 포인트 떨어졌다. 그 결과로 진보:보수의 인구비중은 2012년 27.5%:44.3%의 16.8% 포인트 보수 우위에서 41.8%:33.3%로 8.5% 포인트 진보우위로 뒤집어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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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념지형의 급격한 변화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비록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이라는 복지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강조했지만 구시대적 인물 등용과 잦은 인사상의 난맥상으로 말미암아 공정과 정의를 바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못한데다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 간 이어지는 최장기간 수출부진이라는 경제실정으로 인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보수지지층이나 중도층을 진보진영으로 변화시킨 원인으로 생각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이념지형의 결과는 2016년 이후 이루어진 네 번의 국가적 선거에서 진보진영에게 4연승을 안겨다 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① 2016년 20대 총선, ② 2017년 19대 대선, ③ 2018년 7대 지방선거 및 ④ 2020년 21대 총선압승이 그것이다. 

 

어떤 정치학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일본 자민당식 뉴-노멀(NEW NORMAL)시대가 도래했다고 하기도 한다.(명지대 김형준 교수) 18대 총선이 있었던 2008년에는 범보수진영이 전 국민의 57.5%로써 30.9%에 불과하던 범진보진영을 압도했으나 2020년 415 총선을 계기로 범보수 41.5%에 대해 범진보진영이 52.2%를 차지하는 뉴노멀 시대의 특징이 왔다는 것이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뉴노멀시대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연령적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1960년 이후 출생)가 개혁 혹은 진보세력으로서 정치지형의 주류를 이루게 되고, 

둘째, 따라서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36.3%) 대신 보수야당심판론(41.5%)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되었으며,

셋째, 이들이 상대적으로 강력한 투표의향을 보이면서 경제적 성과보다는 공정과 정의를 정치의 주된 시대정신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보진영의 투표의향은 82.7%로써 중도층의 투표의향 75.9%나 보수진영의 투표의향 71.8%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영향력이 보수진영보다는 약하므로 강한 결집력을 바탕으로 더 높은 정치참여 행위를 통하여 사회 불평등과 부정부패를 고쳐나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정치참여를 통해 이루어내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개개 인물의 특징이나 구체적인 정책을 따져보기 보다는 당의 이념과 근본철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이것이 이번 415총선에서 수도권 싹쓸이 현상이 일어난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예고된 미래통합당 패배>

 

이런 지형변화에 따라 415 총선을 바로 앞두고 이루어진 여론조사는 미래통합당의 참패를 예고했었다. 3월 말부터 4월 14일까지 시행된 여론조사들은 거의 모두 민주당의 압승을 예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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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로부터 개혁과 혁신을 바라는 진보로의 민심의 지형변화는 실제로 4.15 총선을 통하여 미래통합당의 참패를 보여줌과 동시에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첫째로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선거에서 민주당 싹쓸이 바람이 불었다는 점이다. 

    - 경기도 59석 중 민주당이 51석을 석권(석권율 86%)

    - 서울도 49석 중 민주당 41석 석권(석권율 84%)

    - 충청지역 28석 중 민주당 20석 석권(석권율 71%)

    - 호남지역 28석 중 민주당 20석 석권(석권율 71%)

    - 제주도    3석 중  민주당 3석 석권(석권율 100%)

 

영남지역에서도 40% 이상 득표한 민주당 후보의 숫자가 20대 총선에 비해 21대 총선에서 급등하였다. 부산의 경우 20대 총선에서는 전체 18개 지역구 중에서 8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40% 이상 득표하였으나 21대 총선에서는 18개 지역구 중에서 16개 지역구에서 40% 이상 득표하였다. 대구도 20대 총선에서는 12개 지역구 중에서 4개 지역구 후보가 40% 이상 득표하였지만 21대 총선에서는 12개 지역구 중 11개 지역구에서 40% 이상 득표하였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적 성향의 국민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둘째, 21대 총선 민심은 총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초선을 151명 당선시킴으로써 50.3%에 달하는 현역 물갈이조치를 보여줬다.  20대 국회 초선 의원 132명(44.0%)보다 6.3%포인트나 높았다.

 

셋째, 여성국회의원이 역대 최다인 57명(19%)으로 집계됐다. 지역구 여성의원도 29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정당별 여성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20명,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각각 10명, 미래통합당 8명, 정의당 5명, 국민의당 2명, 열린민주당 2명이었다.

 

넷째, 구(舊)지역주의 세력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되었다. 박지원, 박주선, 조배숙, 정동영, 천정배, 이강래, 정우택 등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최다선 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혹은 공천을 받고도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구지역주의가 퇴색하고 신(新)지역주의, 혹은 이낙연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대망론의 호남결집현상이라고 보는 평론가도 있으나 호남민심이 확실한 인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 미래통합당 내부의 패인(敗因)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민심 지형변화를 몰랐던가?>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변경(2020년 2월 15일)하고 주요 당 지도부들이 개혁혁신 움직임을 보임과 동시에 보수통합 노력을 기울인 것을 보면 이런 민심의 지형변화를 모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연구원의 내부 여론조사도 이런 장기적 이념지형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만약에 여의도연구원이 이런 민심의 지형변화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것 자체도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2월 중순 창당 이후부터 4월 15일 선거 당일까지 두 달여 동안 당 지도부가 민심의 지형변화를 정확하게 읽지 못했고, 그랬기 때문에 근본적인 내부 변화·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웠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진보로의 민심지형변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적재적소에 맞는 ‘이기는 공천’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바뀐 민심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 강력한 증거일 수가 있고 공천된 사람들조차 바뀐 민심에 따라 언행을 극도로 조심하지 못했던 것과 막말 파동에 따른 대처 단계에서 지도부가 단호함을 보이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던 것, 또한 변화된 민심을 정확하게 읽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가 있다. 

 만약에 진보적 성향으로 바뀐 민심에 따라 총선에 참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공천에서나 막말 파동에 따른 대처가 사뭇 달랐을 것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이 높다. 

 

만약 참패의 가능성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천혁신을 못하고 단호한 처단을 망설였다면 그것은 변화·혁신의 방법을 전혀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의지와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일부에서는 보수가 다수이며 상당한 ‘샤이보수’가 존재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샤이보수’가 보다 오히려 ‘샤이진보’가 더 강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말았는데 이 사실 또한 다수가 변화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퇴행적 보수’라는 낙인찍힌 미래통합당 이미지>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바뀐 민심의 지형변화를 사전에 알았던 몰랐던 간에 다수 민심은 미래통합당에 대하여 나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었다. 꼰대당, 막말당, 좀비당, 꼴통당 등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한 평가에서부터 공감능력부족당, 인지능력부족당 혹은 양남당(강남+영남)과 같은 비교적 세련된 언어까지 다양한 형태로 비하되어왔다.(아래[표.2] 참조) 

 

제도나 규율을 거부하고 70년대 야당이 주로 하던 무력에 의존하는 모습, 실패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기는커녕 안하무인격으로 항변하고 대드는 모습, 상대의 존재를 전혀 백안시 하는 태도, 30~40년 전 사고(思考)의 틀에 갇혀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태도. 이런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덧붙여지고 어우러지고 상승작용을 하여 만들어낸 그야말로 공룡과 같은 악성이미지가 형성되어 온 것이다. 

 

이 모든 폄하적 혹평을 함축적으로 한마디로 가장 잘 축약한 것이 ‘퇴행적 보수(한겨레신문)’라는 평가다. 당의 이미지가 ‘퇴행적 보수’라고 덧붙여지면서 미래라는 당명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의 궤변적 반어 덧붙임에 불과해지고 ‘통합’이라는 단어는 ‘오합지중’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연상시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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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래통합당에 대한 악감(惡感)축적은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 철회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서 철저하고 전략적이며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데 미래통합당은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인물이 아무리 참신해도 나쁜 당 이미지 때문에 선거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짧은 선거기간으로 인하여 인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수록 나쁜 당 이미지는 치명적인 악재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21대 총선에서 최종 투표수 격차가 5천 표 이내였던 15개 선거구에서 미래통합당이 전패했는데 좋지 않은 당 이미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는 평론가들이 많다. 

 

<과거 집착과 조건반사적 반대와 독선주의> 

 

언론들은 2016년 촛불시위와 2017년 탄핵 이후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연결되는 보수당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악화되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 없이 보수세력이 친박과 비박세력의 대립으로 점철되면서 ‘도무지 희망이 없는 당’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다시 통합되었지만 그 또한 탄핵찬성 세력이 엉거주춤 탄핵반대세력의 그늘 아래로 뭉치는 형식이 됨으로써 보수당 전체가 마치 탄핵에 반대하는 것 같은 모양을 주게 된 것도 당이 참신한 미래형 이미지를 주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통합된 당 안에서 대안 없는 파당정치가 계속되면서 그치지 않는 친박과 비박의 상호비방이 일어나고 걸핏하면 장외로 뛰쳐나가면서 국민들은 미래통합당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세력’으로 규정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래통합당의 선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하여 박정희 대통령이나 1970년대 성공신화를 내미는 것은 나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과격한 일부 우익단체 혹은 종교단체와 결부되는 모습을 보인 점과 정부여당의 정책을 사사건건 조건반사적 반대를 보인 행태 또한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남북평화정책을 극단으로 몰고 가면서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한다고 하거나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로 전향될 우려가 있다고 과장하는 것은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써 중도층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면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았던 것으로 언론은 보고 있다. 

 

<세대교체 실패와 공감능력 부재>

 

미래통합당의 실패원인으로 세대교체 실패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말로하면 ‘올드 보이’로 가득 찬 무능한 정당이라는 말이다. 많은 중진들이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또한 그동안의 민심을 잃은 것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제대로 된 후진 양성을 위해서 물러나는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부족했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불출마를 선언했어야 했고, 불출마된 자리를 더 훌륭한 삶들로 채워지도록 했어야 했다. 많은 올드 보이들이 좋은 자리를 꿰찬 반면 젊은 초선 공천자들은 ‘사지(死地)’로 내몰렸다는 낙선자들의 불평이 미래통합당의 세대교체 무감각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올드 보이들의 특징은 젊은 세대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의 용어부터 심층심리까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소통능력이 없고 공감능력이나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는다. 공감능력이 없으면 타협능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오로지 독선과 아집에 갇혀서 생각이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배척하며 강경 무력투쟁 일변도로 나가면서 20~50으로부터 ‘행성에서 온 별천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n-번방 사건에 대한 지도부의 이해 부족은 대표적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미래 비전(시대정신) 제시하지 못함>

 

바뀐 민심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로지 1970년대 박정희 신화에 갇혀있는데다가 새로운 젊은 인물로 세대교체도 이루어지지 않은 정당이 내어 놓을 수 있는 정책은 정부여당 정책에 대한 조건반사적 발목잡기 반대가 아니면 케케묵은 낡은 시장주의일 수밖에 없었다. 

   

남북화해 정책의 긍정적인 면을 당의 정책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집값폭등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민간부문의 부동산투기를 제압할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오로지 정부의 정책만을 비판하면서 국민들은 미래통합당을 오로지 강남집값 지지당으로 이해했다. 

 

검찰, 경찰, 사법부, 그리고 사회 내부에 켜켜이 쌓여 온 사회적폐를 해소할 근본적이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로지 공수처법만을 저지하기 위하여 온갖 물리력을 동원한 미래통합당에 대하여 대다수 국민, 특히 중도층들은 박수를 쳐주기보다는 오히려 왜 저러는지 근본적 의도를 의아해 했다. 

 

항상 재벌이나 경제단체 등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면서 영세상인이나 중소기업이나 특수고용직과 같은 소외된 계층의 이익을 외면해 온 것으로 인식된 미래통합당이 낡은 경제관계법(노동법-자본시장법-상법-거래법)체계에 안주할 뿐 21세기형 경제관계법의 방향을 제시 못한 것 또한 국민들이 외면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자유한국당의 민부론과 민평론은 바뀐 시대정신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이명박근혜 시대의 낡은 정책의 짜깁기 집합체에 불과했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없는 어설픈 중도 흉내 내기에 불과했다. 국민이 그토록 바라는 공정과 정의와 자율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20~50을 향한 중도 실용적 복지정책과 성장정책의 철학을 담아내지 못했다. 21세기형 남북정책과 외교정책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고서 어떻게 승리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3) 그 밖의 패인들

 

<공천 실패>

 

어떤 사람은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을 ‘최악공천’이라고 했다. 악명 높은 2016년 박근혜 공천보다 더 나쁜 공천이라고 했다. 

   

상식·합리·원칙이 없는 공천이라는 것이다. ‘막천’이라고 지적한 사람도 있다. 공천관리위원장은 막천이라는 비판을 받고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파동이 일기도 했다. 공관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공관위가 공천한 전체 공천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공관위원장의 사퇴로 말미암아 공천절차 전체가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인천의 한 지역구 공천에서는 민경욱·민현주 공천파동이 일어났다. 공천번복-재공천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늙은이는 안락공천을 독차지하고 젊은이는 험지공천으로 내몰렸다는 비판도 일어났다. 막판에는 여섯 개 지역구에서 공천 뒤집기가 발생했다. 중진들에 대한 무연고지 돌려막기 공천도 있었고, 결정된 공천의 막판 흔들기도 있었다. 갑자기 아무나 내리꽂는 공천이라는 혹평이 횡행했다. 비례대표 공천도 혼란이 일어났고 당 대표와 공관위원장이 사퇴하는 파동이 발생했다. 미래통합당의 공천과정에 있어서는 안 될 문제가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참패하기 위해 일부러 떨어질 사람을 대대적이고 조직적으로 공천한 잘못한 것은 아니다. 만약 공천을 잘못해서 참패했다면 황교안, 지상국, 나경원, 오세훈, 이혜훈, 이준석의 낙선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공관위나 지도부가 아무리 매끄럽게 공천절차를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선거결과가 본질적으로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1) 지형변화와 (2) 미래통합당의 내부적 패인들이 너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막말 릴레이>

 

4.15 총선 말미에 터진 몇몇 후보들의 막말은 미래통합당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대호 후보의 3040대 폄하와 어르신 장애 발언, 그리고 차명진 후보의 쓰리섬 발언 파동은 특히 어디에 표를 찍을지 망설이던 유권자에게 결정적인 악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당 지도부의 제명처리 미적거림이나 혼선 또한 공감능력 부족으로 질타받기에 충분하다. 즉각적으로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점이나 극도로 정치적인 사안을 가지고 법률적으로 처리하려 했던 점들은 미숙하고 또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었음이 분명하다. 윤리위원회의 우유부단한 처리 또한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후보들의 막말이나 신속한 처리미숙이 163:84 라는 참패를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수도권 유권자들이 미래통합당에게 103:16 이라는 참패를 안겨다 준 이유로 믿기는 더 어렵다. 미래통합당의 이미지가 3월 25일 이전부터 원래 많이 나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비슷한 막말 스캔들이었지만 무난히 당선된 민주당 후보도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막말보다는 전체적인 당의 이미지가 당선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믿기에 충분하다.   

 

<코로나 방역(防疫)성공>

 

4.15 총선이 코로나19 사태와 겹치면서 코로나 방역의 성공이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선거결과에 큰 호재가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쪽에서 코로나 사태를 참패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향이 높다. 코로나 블랙홀이 정권 심판론 잠재웠다고도 하고 질 수 없는 선거를 패배시켰다고도 한다. 아마 불가항력이었다거나 운이 선거 판세에 크게 작용했다고 믿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평가도 긍정평가가 74.1%로 부정평가 24.4% 보다도 세배 가까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코로나직전보다 직후에 13%p 상승했고 민주당에게 매주 5%p 이상의 지지율 덤을 얹어준 효과가 있었다고도 했다. 

 

코로나 때문에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이 63%였는데 이는 조국과 검찰개혁이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 43.5% 보다도 훨씬 더 높고 여야의 공천 논란이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 43.0%이나 선거법 혹은 패스트트랙이 투표에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 40.7% 보다도 높다. 

게다가 외국의 언론도 크게 호평했다. 뉴욕 타임즈는 여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데 코로나 방역이 크게 기여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전쟁의 승리라고도 했고 문데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비록 코로나 방역성공이 집권당 압승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더라도 미래통합당이 164:84로 참패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믿기에 주저하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집권당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지인 대구경북에서 왜 참패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과, 둘째로  수도권의 많은 지역구 선거에서 표차가 매우 근소했다는 점을 설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코로나 방역성공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나경원 후보나 오세훈 후보가 지역구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다. 코로나 방역이 다소간에 집권당에게 유리했다고 하더라도 압도적인 승리를 설명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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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리하며

 

이번 4.15 총선을 통하여 국민들의 이념 성향이 확실히 진보성향화 되었음이 입증되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국민이 두드러지게 진보화 되었다. 20~50세대가 개혁진보세력의(1960–2020년대 생)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정권심판론(36.3%) 대신 보수야당 심판론(41.5%)이 득세하고, ‘공정과 정의’라는 정치이슈에 매우 민감해 있으며 촛불정신이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사회불평등이 부정부패 때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공정과 정의실현이 정치적 실용철학이 되었고, 따라서 강력한 투표의향 보이고 있다. 인물이나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당의 기본 철학에 더욱 충실하면서 지역선거에서 특정 당의 싹쓸이 현상을 일으켰다. 최근 네 번의 국가적 선거, 즉 ① 2016년 20대 총선, ② 2017년 19대 대선, ③ 2018년 7대 지방선거 및 ④ 2020년 21대 총선압승으로 진보세력이 4연승 한 것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4.15 총선 전 거의 모든 여론조사는 이미 미래통합당의 패배를 예고했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에서는 이런 지형변화를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근본적으로 이념지형 변화에 대응할 시간과 의지와 능력이 없었다. 지도부 일부는 샤이보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미래통합당의 패배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진보적 이념지형 변화에 맞추어 미래통합당의 정책정강 이념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전국적 선거에서 승리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

 

이와 더불어 미래통합당은 ‘퇴행적 보수’라는 치명적인 내재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2016년 촛불시위와 탄핵 이후 당에 대한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탄핵 지지세력과 반대 세력 간의 갈등, 국회 내 파행, 태극기부대와의 연계 이미지가 당에 덧붙여짐에 따라 꼰대당, 막말당이라는 오명이 더해졌다. 참신한 인물도 이런 나쁜 당 이미지 때문에 선거에 불리해졌다. 

 

실제로 21대 총선 최종 투표수 격차 5천 표 이내 15개 선거구에서 전패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나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내부 혁신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중도층이 외면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후진을 양성하지 못하고 청년지도자를 육성하지 못했다. 조건반사적 독재정권심판론 혹은 사회주의 이념당으로 폄훼하면서 소통공감능력부족 혹은 인지능력부족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되었다.

 

구태의연한 무력투쟁에만 의존하면서 새시대 미래 비전(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했다. 재벌이나 대형 경제단체 등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면서 영세상인이나 소외계층과의 연대를 소홀히 했고, 적폐를 양산하는 낡은 경제관계법(노동법-자본시장법-상법-거래법)체계에 안주하면서 21세기형 미래형 경제관계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시대정신이 결핍된 케케묵은 이명박근혜 정책의 짜깁기에 불과한 민부론(民富論)을 내놓으면서 과감한 진보적 발상전환 없는 어설픈 중도흉내내기에 불과하여 공감을 얻지 못했다. 공정, 정의, 자율이라는 새로운 가치 제시에 실패하고 20~50을 향한 중도 실용적 복지성장정책의 철학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4.15총선 결정적인 패인은 국민의 이념적 지형변화를 능동적으로 체내화(體內化)시키지 못한 결과 수구꼴통당으로 낙인찍힘 때문이었다. 국민의 이념적 지형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퇴행적 보수정당이라는 내재적 결함을 벗어버리지 못한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이념지형 조정과 구태적 이미지를 탈각(脫殼)하는 뼈아픈 노력 없이는 결단코 다수당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에 비하면  공천 잡음이나 막말이나 코로나 사태는 지엽적인 원인이다. 

공천파동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총선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공천 잡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이나 영남의 압도적인 승리가 있었고, 공천문제가 있었던 다수의 지역에서 통합당 후보가 끝까지 선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몇 몇 후보들의 막말 또한 총선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 김대호나 차명진의 발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구에서 승리했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막말이 타 지역 선거결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 

 

 지도부의 우왕좌왕 제명처리 미숙과 혼선 또한 총선 참패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정권심판론 잠재운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블랙홀 혹은 문데믹이라는 평을 듣는 코로나사태 수습성과는 확실히 정권심판론을 잠재웠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코로나수습 성과가 164:84라는 선거결과의 근본원인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코로나 피해가 가장 컸던 대구경북 지역에서 미래통합당의 압승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공천 잘못과 막말, 코로나사태가 모두 없었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이념지형의 변화와 퇴행적 보수라는 당의 낙인 때문에 미래통합당은 415 총선에서 크게 패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그렇다면 미래통합당이 근본적으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1) 진보적 이념지형변화에 맞추어 

   당헌당규와 정강정책을 근본적으로 조정하거나 수정하고, 


(2) 공정과 정의와 청렴과 자율존중과 공동체책임이라는 

   전통적 보수가치에 따라 


(3)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새로운 인물로 당을 새로 구성하여,


(4) 합리적이고 시스템적이며 민주적인 당 운영 체제와 

   윤리체계 확립과 공천절차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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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03일 17시15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3일 17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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