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압승?…총선(總選) 표심의 심층구조를 더 살펴보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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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결과는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야당) 84석을 얻었고, 비례정당들의 비례대표의석까지를 합하면 민주당이 180석, 미래통합당이 103석이다.그런데 여당과 가까운 진보성향의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그리고 무소속까지 합한 범진보진영이 확보한 의석은 190석에 달한다. 반면 범보수로 분류할 수 있는 국민의당 3석과 무소속4명을 합하면 범보수정당 의석수는 110석에 그친다. 그래서 진보 대 보수의 의석수를 ‘190 대 110’이라고 한다.
국회의원 정수 300석 가운데 범여성향의 진보진영이 63.3%를 차지했고, 보수성향의 야당은 36.7%를 차지함으로써 표층 상으로 보면 야당은 여당이 차지한 의석수의 거의 절반 정도 밖에 못 얻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야말로 야당의 대참패다. 특히 여당성향의 진보가 얻은 의석수 190석은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어선 것으로 앞으로 정국운영에 크나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의석수가 5분의 3을 넘으면 개헌 빼고는 무슨 법안이든지 패스트 트랙을 통해 여당의 뜻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 정부여당에 국민들이 ‘절대권력’을 부여했다는 평가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연 그런가? 이번 4.15총선 결과의 의미는 겉으로 나타난 국회의원 당선자의 의석수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심층구조를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민심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 21대 총선의 전체 유권자수는 전국 총 4,399만 4,247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행정안전부는 발표했다. 이 중 66.2%에 해당하는 2,912만 6,396명이 이번 투표에 참가하고 나머지 33.8%에 해당하는 국민 1,486만 7,851명은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 2,912만 6,396명 중 더불어민주당은 49.9%인 1,453만4,058명의 선택을 받았고 미래통합당은 41,5%의 득표율에 해당하는 1,208만7,454명의 국민의 지지를 받은 셈이다. 따라서 여당을 지지한 국민은 총 유권자수에 대비해 보면 33.03%에 불과하다.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숫자이다. 야당출신 지역구 출마자들은 전체 유권자수 대비 27.47%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여당지지율과의 차이는 불과 5.56%p이다. 약 2백45만 명만이 여당 출마자들에게 표를 더 던진 셈이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이라는 선거제도 때문에 표층 구조만 보게 된다면, 민심이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가져다 준 것으로 잘못 판단할지도 모른다. 이제 국민들이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의 힘을 약화시키고, 국정운영을 대통령과 여당 독주로 몰고 나가도 좋다고 허락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언어학에서 문장의 수용성(acceptability) 판단을 위하여 원어민의 직관을 묻는 테스트를 많이 시행한다. 그럴 때 한 문장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가 33.03%나 27.47% 정도가 나오면 이 문장은 둘 다 나쁜 문장으로 판단하게 된다. 투표한 유권자 수에 대비한 득표율인 여당 49.9% 야당 41.5%를 적용하더라도 그 문장의 수용성은 물음 표 두 개(??) 정도를 부여하고 미심쩍어서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장으로 판단한다.
이번 21대 총선결과도 이와 마찬가지로 판단할 수 있다. 여당도 야당도 다 잘못하고 있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첫 번째 민심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집권여당의 오만한 ‘승리 자축’은 앞으로 독(毒)이 되어 자기 몸속에 번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선거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모두 ’거기서 거기’라고 하더라도 ‘한 사람’ ‘한 정당’을 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쪽 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움에 직면 해 있는 정국에서는 여당인 집권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현 난국을 빨리 종식시키고 싶다는 국민의 심정이 5.5%정도가 더 여당으로 쏠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33.8%의 유권자의 마음은 아마도 이 두 가지 중 전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여당이 획득한 지지는 총유권자 수에 비하면 33.03%에 불과하다. 나머지 야당을 택한 27.47%와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33.8%의 유권자들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따라서 당선자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냈다는 기준에서 ‘대승(大勝)을 거뒀다고 자만하는 것은 자칫 화를 자초할 우려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초접전을 벌였던 박빙 지역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에 승자독식에 의해 결정된 국회의원 수만 가지고 이번 선거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런 판단을 기준으로 총선 이전에 실시했던 정책들을 그대로 고집하면서, 전체 유권자의 67%에 해당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화(禍)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지난 3년간의 문재인 정부 경제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소득격차는 더욱 더 확대되고, 청년일자리는 쪼그라들고 제조업분야의 실업이 확대 되면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가 ‘일자리 대란(大亂)’을 일으켜 놓았었다. 그런데도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확산이 이 모든 실정(失政)을 덮어버린 셈이 됐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의 문제다. 전 세계가 경제공황(經濟恐慌)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국가 존망의 갈림길을 만들 것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세금으로 돈을 나눠주는 현금성 복지지원에 중점을 두어왔다. 이대로 간다면 나라 곳간은 바닥나고 말 것이다.
이런 국정운영기조가 총선승리를 빌미로 그간의 잘못에 대한 반성(反省) 없이 그대로 밀고 나간다면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쓰나미에 휘말려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쌓여져 가는데 세금 거둬 복지지출에 대부분을 할애한다면 국가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후손들에게는 빚더미를 물려주어 그들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 우려가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노동개혁은 고사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라는 등의 종래 노동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경우 우리경제는 발전은커녕 퇴보하는 사태를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국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질 것이고, 배고픔을 겪어보지 못했던 우리의 자손들은 빚더미에 허덕이면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 압승으로 거머쥔 ‘절대 권력’은 잘 쓰면 약(藥)이 되겠지만 잘못 쓰면 독(毒)이 되어 국가경제의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승리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반대를 표시한 야당지지표 27.5%, 그리고 침묵한 33.8% 등 60%가 넘는 민심의 향배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지난 3년간의 잘못된 정책들’을 개혁하고 혁신해 새로운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국가전략과 수단들을 철저히 재점검 해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선거결과에서 의석수 확보만 볼 것이 아니라 유권자 표심의 심층구조를 읽고, 또 이해하고 대처할 줄 아는 혜안(慧眼)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인식의 바탕위에서 문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국정 운영에 임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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