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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분열은 계층 고착화 때문이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4월0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03일 10시41분

작성자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남덕우기념사업회 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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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신분제도 부활 조짐과 계층 간 갈등의 심화.


서울의 강남 반포지역의 어느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단지 내 주민들끼리만 서로 결혼하자는 캠페인이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신분제도가 부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선 시대에 양반은 양반끼리 결혼했다. 현시점에서 “양반(兩班)”이 “부자(富者)”로 대체된 셈이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부자여야 자녀도 부자로 살 확률이 매우 높다. 한국의 세대 간 소득탄력성*은 0.4~0.5 수준이다. 세대 간 소득 탄력성이 0.20`~0.27인 핀란드, 스웨덴에 비교하면, 부모 덕으로 자녀가 잘 살게될 확률이 한국에서 1.5 배 정도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마음의 자세는 어떻게 나타날까?

내가 가난하니 내 자식도 평생을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경제사회 질서가 나를 둘러싸고 있다면, 나는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다. 그런 울분의 몸부림에 상위 계층의 천민(賤民) 행태가 파괴적 불을 지르고, 이런 감성을 활용하여, 자기의 정치적 기반을 삼으려는 팬덤 정치인들과 돈을 벌려는 무책임한 일부 언론과 유투버들이 이 불을 더 활활 타오르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져 트럼프의 등장으로 격변하고 있는 세계질서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정지 상태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모든 면에서 다시 후진국으로 퇴행하게 될 것이다.

눈을 열어 바깥 세계를 보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 통합과 사회 평화가 이루어져 있다. 이 나라의 국민 행복도는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 나라의 사회적 특성 중 눈에 띄는 것은 빈곤층 출신의 중산층이나 부유층으로의 신분 상승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활기찬 계층 이동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포용적 제도가 핀랜드 사회에 구축되어있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서 신분이 고정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발전 동력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균등에 있다.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지는 균등한 기회를 통해서 재능있고 노력하는 구성원들의 신분 상승이 가능해질 때, 그 사회는 활력이 가득하고 평화와 통합이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신분 변화의 가능성을 ‘계층간 이동성’이라 한다.

계층 간 이동성은 한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 내에서 다른 계층으로 이동하는 능력과 그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지위의 변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수준, 직업적 지위, 사회적 명성과 같은 다양한 요소의 이동을 포함한다.

한국의 현실; 계층 간 이동성의 둔화

계층 이동성은 사회 구조가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보상 받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척도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으로 계층 이동성을 설명해 왔다. 농촌 출신의 청년이 서울로 상경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중산층 이상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전형적인 상향 이동의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이동성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예컨대 서울 출신 G씨는 부모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아 주거 문제를 쉽게 해결한 반면, 지방 출신 H씨는 고액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서울에서 취업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이처럼 부모 세대의 자산 수준이 자녀 세대의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계층 이동성이 제약받고 있다.

계층간 이동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수직적 이동성은 한 개인이 상위 또는 하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 상향 이동 예시: 서울 외곽 농촌 출신의 I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의 유명 대학에 진학해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대형 회계법인에 입사하여 상위 10%의 고소득층으로 진입했다. 이는 전형적인 상향 이동성 사례다.
    • 하향 이동 예시: 반면, J씨는 부모가 대기업 임원이었고 중산층 이상으로 자랐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하게 되어 부모 세대에 비해 하위 계층으로 내려갔다. 이는 하향 이동성 사례로 볼 수 있다.

수평적 이동성은 같은 계층 내에서 직업, 지역, 산업 분야 등을 전환하는 경우다.
    • 수평적 이동 예시: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K씨가 스타트업 창업가로 전향했으나 소득 수준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세대 간 이동성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계층의 변화를 뜻한다.
    • 세대 간 이동 예시: 부모가 무학력 출신으로 농업 종사자였던 L씨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금융업계에 취업해 고소득 전문직으로 이동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세대 내 이동성은 동일한 개인이 생애 주기 동안 계층을 변화시키는 경우다.
    • 세대 내 이동 예시: M씨는 20대 초반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이후 야간대학 졸업 후 공공기관에 취업해 중산층으로 진입했다.

계층 이동성은 사회적 공정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공정성은 그 사회에 구축되어 있는 포용적 제도에 의해서 제고(提高)된다.

계층 이동성이 높은 사회는 ‘능력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이동성이 낮은 사회는 출신 배경이나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계층 세습 구조로 변질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사회의 낮은 계층 간 이동성을 초래했을까?
1. 교육 기회의 불평등
   N씨는 수도권 출신으로 조기 유학, 사교육, 입시컨설팅 등 고급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P씨는 농촌 지역에서 방과 후 학원조차 다니기 어려웠다. 이는 이후 대학 입시 결과와 직업 선택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
2. 노동시장의 차별적 구조
   한국에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각하다. Q씨는 지방대 졸업 후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고교 동창 R씨는 명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같은 연차임에도 두 배 이상의 연봉 차이를 경험하고 있다.
3. 가족 자산의 영향력
   부모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S씨는 결혼 후 부모에게서 전세금을 지원받아 수도권에 정착했지만, 무자산 가정 출신의 T씨는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월세 생활을 지속 중이다. 이러한 ‘부의 대물림’은 주거 안정성, 교육과 노동시장 참여에도 영향을 주며, 계층 이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초래된 이동성 둔화는 구성원들에게 정신적으로 부정적 신호를 준다.
    • 좌절감과 박탈감
      하위 계층은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개인의 노동 의욕 및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킨다.
    • 사회적 갈등  
      한국에서 청년층 사이에서 ‘수저 계급론’(흙수저, 금수저 담론) 등이 유행하며, 부모의 배경이 계층 이동성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는 세대 간 갈등과 지역,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공정성에 관한 하위 계층의 부정적 인식은 경제 사회질서에 대한 불만과 상위 기득권 계층에 대한 투쟁 의식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나는 아스팔트 위에서 현재 이런 투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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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교육을 통한 높은 계층간 이동성 실현의 교훈


핀란드는 세계적으로 계층 이동성이 높은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핀란드의 세대간 소득 탄력성(IGE)은 0.2~0.27 수준이다. 이는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력이 20~27% 수준이라는 의미다.  핀란드에서는 부모가 저소득층이더라도 자녀가 교육을 통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73~80%이며, 실제로 핀란드 출신의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인 중에서도 농촌, 저소득층 출신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교육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이 계층 간 이동성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핀란드는 OECD, 세계은행 등에서 ‘사회적 평등’과 ‘기회의 평등’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이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높은 계층 이동성 실현 구체내용은 별도 상자에 넣은 글 참조>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의 소득과 자산이 자녀의 교육, 주거, 취업 기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이러한 구조가 계층 고착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위 명문대학 신입생의 40% 이상이 고액의 사교육을 받은 상위 계층의 자녀들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계층간 이동성 제고(提高)없이 한국의 사회적 통합은 어렵다

현재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분열로 정치적 불안과 사회 갈등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거의 심리적 내전 상태에 이른 한국 사회가 다시 통합을 향하여 나가지 못하면 경제력도 쇠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높은 계층 간 이동성은 개인의 생애 경로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과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이다. 교육, 노동시장, 가족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만든다.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 계층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국가 이익과 민생 증진이 정치의 기본 목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모든 진영의 정치인들은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 한국사회의 계층 간 이동성 제고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분열을 먹잇감 삼아 활동하는 일부 언론인들이나 유투버들도 선동적 언어보다는 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미래 지향적 대안 제시에 열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포용적 제도의 구축 방안을 놓고 미래지향적 대안 탐색에 진력해야 한다.

핀란드, 스웨덴의 모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에 적합한 정책 시스템을 정립, 제시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팬덤 정치인들의 국민 분열을 매개로 한 인기몰이와 일부 팬덤 언론인들과 유투버들의 수익 극대화 추구 행위가 결과적으로 국가와 민생을 후진 약소국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역사적 범죄 활동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주석사항)

*세대 간 소득탄력도(Intergenerational Income Elasticity:IGE)는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소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그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계층 간 이동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 핀란드의 높은 계층 이동성 실현 구체적 내용>

 

1. 무상 교육과 균등한 교육 기회

핀란드는 모든 교육 과정에서 무상 교육을 제공한다. 유치원부터 고등교육(대학)까지 등록금이 없고, 교과서, 급식, 심지어 교통비 일부까지도 무상으로 제공됩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가정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 사례: 농촌 출신의 A 학생과 수도 헬싱키의 B 학생은 동일한 공교육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학습한다. A 학생은 지방 소도시 출신임에도 별도의 사교육 없이 지역 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다.이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교육의 질과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 수준 높은 공교육 시스템

핀란드는 사교육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방과 후에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히 대학 입시와 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

    • 핀란드는 교사 선발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에도 석사 학위가 필수이며,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

    • 수업 중심: 암기식 교육이 아닌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기반 수업(PBL)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등을 키워주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 덕분에 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에 따라 학력 격차가 발생하는 한국과는 달리, 핀란드는 공교육만으로도 상향 이동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3. 직업교육과 대학 교육의 균형

핀란드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학생들이 직업교육(폴리텍)과 일반대학 진학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직업계열 학교 역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졸업 후에도 추가 교육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바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등 경로가 유연하다..

 

    • 사례: 핀란드의 C 학생은 부모가 농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폴리텍(직업전문학교)에서 IT 관련 직업 교육을 받는다. 졸업 후 곧바로 지역의 IT 기업에• 취업해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누리게 된다. 이후 필요에 따라 2~3년 후 일반대학으로 편입해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핀란드는 대학 진학이 상향 이동의 유일한 경로가 아닌, 다양한 계층 이동 경로를 마련하여 계층 이동성을 높이고 있다

 

4. 포괄적인 복지 시스템

핀란드는 교육 외에도 보편적 복지 시스템이 계층 이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전 국민 무상 의료: 의료비 부담이 적어 저소득층도 건강한 상태에서 교육과 취업 준비가 가능.

    • 주거 지원: 저소득층 가정에는 주거 보조금과 공공임대주택이 제공되어 주거 안정성을 확보.

    • 실업급여 및 직업훈련: 실직 시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직업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재취업이 용이함.

 

5. 핀란드의 높은 교육성과

핀란드는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학생 간 학업 성취 격차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학생이 유사한 학습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높은 계층 이동성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핀란드는 균등한 교육 기회, 사회 안전망, 유연한 진로 경로가 어떻게 계층 이동성을 촉진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핀란드는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삶의 질과 직결되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만들었고, 이는 하위 계층에서도 적극적인 교육과 노동시장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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