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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과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전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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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02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02일 11시30분

작성자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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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행하는 [정세와 정책 2020-7월호-제14호](7.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방어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 갈등이 신냉전 패권경쟁 수준으로 확대되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질서를 포괄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압박을 위해 미국 고유의 가용국력을 총동원하고 인도-태평양전략 차원에서 일본, 호주, 인도와 공동 행동을 추진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한국 정부에게도 남중국해에서의 항해 자유를 위해 공동 행동을 취하기를 요청하고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 중국을 경제적으로 포위하기 위한 EPN(경제번영네트워크)에 참여하며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을 뿐 아니라 한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등 대중(對中) 적대정책에 가담하라는 식의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국내 일각에서는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주로 협력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노선을 버리고 안보와 경제 모두를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하면서 중국과는 불화를 불사해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를 더 개선·발전시키기는커녕 바로 하루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4월과 9월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서를 정면으로 깨는 안하무인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합의와 협력정책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비무장화를 무산시키며 아예 2000년 6·15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는 의미를 가진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에 병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뿐 아니라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규모 전단 살포를 준비하고 서해에서 군사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다행히 김정은의 군사조치 보류 결정이 6월 24일 보도돼 긴장은 완화되었다. 

 

 본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갈등의 양상을 알아보고 전망하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중 갈등의 양상과 전망 

 

 2017년 말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하고 미·일·호주·인도 4개국 회의가 개최된 뒤, 미국의 중국 포위·견제 전략이 본격화되더니 2018년 10월 펜스 부통령이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이 미국의 국내 정치까지 개입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미·중 신냉전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등 무역전쟁과 산업기술 절도 및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다른 나라 주권 침해 비난, 위안화 조작 비판, 인권문제 제기, 대만에 대한 적극적 지원, 원유수송로인 남중국해의 자유 항해 수호를 위한 군함 통과 등을 거쳐 미국이 중국의 제도 개혁과 입법까지 요구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은 전면적인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시민들의 정치적 자율권 수호를 위한 대규모 시위가 강력 진압되고 중국 전인대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하자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철회 등으로 응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으로는 대중 무역적자가 3천5백억 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근거로 고관세를 누적적으로 부과할 뿐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에 자극받아 경제와 기술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화웨이 등 중국기업들에 대한 직접 제재도 가하고 있다. 또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미국 경제 위축과 성장 저하 상황에서 연준의 양적완화와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의 정면 대결은 피하면서 트럼프의 최고 목표가 재선에 있다는 점을 활용해 그 관건이 되는 미국 선거에서 유동적인 투표성향을 보여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농업지역주(팜 스테이트)들로부터의 밀과 대두 및 돼지고기 수입을 조절하고, 달러 위안화 환율을 적정선으로 유지하여 미국의 대중 공세의 수위와 완급 조절을 시도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진주목걸이 전략 하에 인도양을 중심으로 해군기지들을 건설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2015년부터 43년간 임차하고 중국 해상무역 보호를 이유로 군함을 배치했으며, 작년에 아프리카 지부티 중국 인민해방군 기지에 항공모함 정박이 가능한 군항 건설에 착수했을 뿐 아니라 스리랑카, 몰디브, 캄보디아에도 군 기지 건설을 모색 중이다. 또 현재 2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어 2017년부터 세 번째 항모 건조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1년 4번째 항모 건조에 착수할 전망이다. 

 

 현재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미국 국민들의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미 의회 내 여야 모두 대중 강경책에 공감하고 있으므로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11월 미 대선 이전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로 미·중 갈등이 일정 한도 내에서 통제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가 인기 만회를 위해 중국을 때리고 있지만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권력 연장과 관련된 이 문제에서 끝까지 미국의 압력에 버틸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중관계가 파국을 맞으면 미 증시가 폭락하고 이는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을 유발할 것이 분명하므로 트럼프는 미 증시의 상승 기조 유지를 위해서라도 대중 공세를 일정 수준에서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전술했듯이 현재 트럼프가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부통령에게 지지도가 상당히 뒤지고 있으므로 재선되기 위해서는 경합주인 스윙스테이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 중서부 농업지역인 팜스테이트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트럼프가 우군으로 믿어온 이들의 지지도는 주 생산물인 밀과 대두, 돼지고기의 대중 수출에 달려있다. 따라서 중국의 협력 없이는 트럼프의 재선이 매우 어려우므로 트럼프는 일정 수준에서 중국과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6월 중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하와이에서 만나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재확인한 뒤 중국은 대두는 물론 옥수수, 에탄올까지 모든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릴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예봉을 막고 있다. 

 

셋째,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옥죄면 중국 역시 구글이나 애플 등 미국의 대중 투자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보복할 수 있다. 중국은 홍콩 내 친미세력을 박해할 수도 있다.

 

 넷째,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과도할 경우 시 주석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원유, 가스 등 주요 수입품의 무역 결제를 달러와 경합하는 유로화로 바꿔 달러 기축통화제도를 흔들 수 있다. 미국 패권에 대한 직격탄을 날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수사적으로는 대단하고 요란할 것이고 중국은 정면 대응은 자제하겠지만, 결국 미 대선까지 미·중 갈등은 일정 수준 내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단지 패권 경쟁 차원에서의 양국 간 경쟁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다. 

 

미·중 갈등과 북·미 협상 및 북한의 도발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을 벌이는 것이 북·미 핵협상과 최근 북한의 도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필자는 6월 초부터 감행된 북한의 일련의 도발의 가장 큰 이유는 국내정치적 고려로서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초부터 시도한 남북 화해 및 북·미 대화 추구로 핵 실험장 붕락, 미국인 인질과 미군 유해 송환, 핵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 중단 등 상당한 양보조치를 취했지만, 그 대가로 기대한 대북 제재 완화나 북한 경제 상황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진 데 대한 책임을 한국에 돌린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전제 하에 비록 결정적인 사유는 아니지만 미·중 갈등 고조와 북·중 관계 개선이 북·미 핵협상과 6월 북한의 도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문 대통령은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로 어수선한 한·미 동맹관계를 다잡고 베를린에서 남북이 상호 비방을 중단하고 평화공존하며 호혜적인 협력을 진흥하자는 화해·협력 기조를 제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북한의 완전한 파괴’를 압박했고 북한은 연속적인 중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응수했다. 시진핑 주석은 최악의 상항을 막고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장관급인 대외연락부장을 평양에 파견했지만 김정은은 만나주지조차 안했다. 당시만 해도 미·중관계가 심각한 갈등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중국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에게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들어주려는 입장을 가졌었다. 

 

 문 대통령의 정성과 IOC의 노력으로 결국 김정은은 2018년 초 평창 올림픽에 선수를 보냈고 남북간 특사외교를 통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한국의 중재로 6개월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하고 이를 불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해 북·미 간에 준동맹 관계를 맺는 것을 검토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시진핑 주석은 자칫 김정은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 협력을 넘어 중국의 국익을 침해할 정도로 북·미관계를 진전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한반도 정세 급변에 민첩하게 대응했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전후 두 차례와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 김정은을 중국에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하면서 상황을 관리했다. 시진핑의 지원 의사를 확인한 김정은은 자신감을 가지고 트럼프를 상대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상당히 유리한 합의문을 도출했다. 북한은 1, 2항에서 북·미관계 정상화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얻어내고 3항에서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상적으로 약속했다. 

 

 김정은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한 달여 남긴 2019년 1월 초에 또다시 베이징을 방문했고 시 주석으로부터 생일 축하 인사와 함께 국빈대우를 받았다. 중국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업고 김 위원장은 자신만만하게 기차를 타고 중국 대륙을 종단해 개선장군처럼 하노이로 향했다. 트럼프가 예정되었던 합의는 흥행 계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갑자기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는데, 김정은도 시진핑의 지원을 믿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결국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어처구니없게도 북한은 미국을 탓하기보다 성실한 중재 및 평화 촉진을 추구해온 한국 정부를 원망했다. 

 

 한국 정부의 노력과 트럼프의 흥행 의지가 맞으면서 6월말 판문점 남북·미 3자 정상회동이 성사되었지만, 트럼프에게 북·미 협상은 흥행이 주요 목적이었던 데다, 볼턴 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적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비핵화 1단계를 교환하는 합의는 완강히 반대하고 북한의 선행동이나 양보를 요구했으므로 10월 북·미 실무회담도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오히려 제도적 안정을 위한 체제안전 보장과 발전권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먼저 보여주지 않으면 아예 핵 협상 자체에 나오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미국의 협상 제안을 외면해왔다. 중국의 물밑 지원이 이러한 배짱의 배후에서 작동했다. 

 

 그런데 대북 제재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계속 추가된 데다 올해 들어 코로나 19 창궐로 북한이 외부와의 교류와 접촉을 차단하여 북한의 경제는 더욱 추락해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진데다 지지도도 떨어져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북한과의 협상에는 신경 쓸 여유를 갖지 못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으로 지지도를 반전시키려는 구상도 회담이 기대한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받게 될 비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추진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이 주도해 온 대북 제재와 북·미 핵 협상에서의 난항으로 발생한 경제 추락을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북한이 한국 정부를 대미 사대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정작 대미 사대주의는 북한이 훨씬 더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어쨌든 6월 중 펼쳐진 북한의 대남 도발은 다분히 미·중 갈등 고조로 더 강력해진 중국의 대북 후원 의사에 기대어 내정과 외치의 실패를 염치없이 한국정부에게 돌리고, 실정에 대한 주민들과 군부의 국가 지도부에 대한 비난을 한국에게 전가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최근 보도된 중국의 대북 80만t 식량 지원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고 개성공단, 금강산 지역, 비무장지대 병력 전개, 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재개 직전 김정은이 등장해 이를 보류시킨 것도 추가 행동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크다는 판단과 트럼프와의 협상 틀을 완전히 깨지 말아야 하며, 중국도 한반도의 과도한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 등이 고려된 데 따른 것이었다고 평가된다.


한국의 대응 전략

 

 현재 한국 외교는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북한은 각종 도발로 위협을 가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의 방한 전에는 한·중관계도 정체 국면일 것이며, 동맹국인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내세우면서 대중 봉쇄 및 포위 구도 조성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일본과도 강제 징용 배상 집행과 GSOMIA 갱신, 일본의 대한 제재에 대한 WTO 제소, 아베의 한국 G7 참여 반대 등을 두고 껄끄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 등 정부는 외교·안보 부문에서 중첩된 난관에 처해 있다. 

 

 이에 한국의 대응방안으로 대북, 대미 대중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대북정책에서는 북한이 우리 국민과 영토 및 주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도발을 행하기 전에는 북한의 도발에 명분을 주는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는 것이 시급하다. 몇몇 개인의 표현의 자유보다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 차원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전단 살포 단체들이 자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이를 막으면서 조속히 입법도 해야 한다.  

 

 또 북한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의료 및 방역 지원을 행하고 비료 지원 등을 통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밝혔듯이 우리가 합의 이행을 하지 못한 것이 미국과 모든 사안을 조율하려했고 미국이 이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데 있다면, 향후에는 우리가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은 정책을 집행한 뒤에 미국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남북관계 사안을 모두 미국의 재가를 받는 식으로 집행한다면 북한은 한국과 협상하거나 합의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미국 행정부에게는 시간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다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으므로 현재 최고도로 강화된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시켜주면서 비핵화에 착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대미 정책에서는 우선 지체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 협상을 조속히 적절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현재 미국이 과도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의 국방력 향상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병력이 과다하게 배치되어 있으므로 2만8천500명 중 1만 명 정도는 감축해도 좋다고 제안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이 먼저 감축을 검토한다는 발표를 할 경우에 우리가 받을 충격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전작권 전환에도 긍정적으로 작동할 것이고 우리 군의 정신 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남북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이 러시아의 불성실과 중국의 미사일 개발을 명분으로 중거리미사일(INF)전폐조약을 깨고 이를 동아시아에 재배치하려 모색 중인데, 이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INF의 사거리는 북한을 넘어 러시아 극동과 중국 영토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므로 한국은 단숨에 반중, 반러 국가로 전환될 것이고 사드 배치 시보다 훨씬 더 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과 보복을 불러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관련된 사안을 검토한다. 현재 미국이 한국 정부에게 공개적으로 반중노선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설립 목적과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21세기 시대정신에 적합한 외교 원칙을 내세워 대응해야 한다. 사실 1990년대 초에 소련과 동구가 해체되면서 ‘지구촌 한 마을이 공존과 공영을 지향’한다는 시대정신이 국제사회에서 형성되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이를 공개적으로 지향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 국익을 우선적으로 극대화하는 세계 질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는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 인권을 중시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공영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상호 협력하면서 올바른 진영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인종 차별 문제로 시달리고 있고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환경, 전염병 예방 등 지구촌 공동 협력 사안에서 예외를 인정받으려 애쓰고 있다. 미국 편에 서는 것이 항상 시대정신과 부합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과의 우호관계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고, 동맹도 적절하게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미국만의 이익을 독단적으로 추구하는 데까지 동참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과 도발 억지를 위해 설립된 것이므로 이 목적에 부합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즉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로 ‘전방위적인 평화와 협력 및 번영’을 내세우고 이에 부합될 경우에 미국의 요청에 능동적으로 응할 수 있을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면 어느 나라와의 협력에도 적극 응하지만, 설령 미국이 요청하더라도 북한이 아닌 제3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일에는 참여하기 어렵다고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원유 수송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하므로 이란에게 잘 설명하면서 미국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초청에도 기꺼이 응하며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선언하되 미국과 함께 한국군이 반중 시위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역으로 2017년 트럼프가 “역사적으로 남북한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시 주석에게 들었다고 밝힌 것과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 빈번한 KADIZ 침범, 중화 패권주의의 영토적 야심 등에 대해서는 항상 예의 주시하고, 우리의 주권을 침해할 때마다 강력히 항의하면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부득이 한미동맹의 지역 안보 동맹으로의 성격 변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대중 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 현재 도발을 공언하고 있는 북한의 행동을 견제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하면서 조속히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 한·중  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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