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이 한국 배터리 및 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4월12일 17시10분

작성자

  • 조철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 1

본문

1. 미국 IRA 전기자동차 보조금 도입 과정과 주요 내용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은 작년 8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즉시 발효되었다. 이 법안은 총 7,73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여 기후 변화 대응, 보건 분야 복지 개선, 기업 과세 개편 등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및 인플레이션을 감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IRA에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은 전기차 보조금 문제이다. 

 

2022년만 하더라도 94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였고,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67만대를 생산하여 판매했다. 자동차시장이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차 보조금(소득세액 공제)은 친환경 승용신차(Battery Electric Vehicle(BEV), Plug in Hybrid Electric Vehicle(PHEV), Fuel Cell Electric Vehicle(FCEV)), 친환경 중고차, 친환경 상용차 등에 주어지지만, 우리 대미 자동차 수출은 주로 친환경 승용신차에 집중되고 있다. 친환경 승용신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이 주어지지만, 북미지역에서 조립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한국에서 조립되어 수출되는 전기차는 보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4만 달러까지 보조금을 받는 대형 상용차의 경우 북미지역 자동차조립 요건은 없지만, 25%의 관세가 부과되어 우리의 수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 

 

원래 한·미 FTA에서 2021년부터 상용차도 무관세로 하기로 했었지만, 2018년 재협상 때, 20년을 연장하여 2041년에 철폐하기로 하였다. 이 조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즉시 적용되어 수출 중심인 우리 승용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북미지역 자동차조립 조건 외에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의 광물 및 부품 요구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 둘 다를 충족해야 7,500달러의 보조금이 다 주어지지만,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3,750달러의 보조금만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조립하더라도 이 조건 둘 다를 만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조건은 배터리 관련 세부 지침이 적용을 유예했다. 미국에서 조립된 전기차면 다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배터리 광물은 미국 내 혹은 미국과 FTA 체결국에서 추출 및 처리하거나 미국 내 재생하여 조달한 비율이 2023년 40% 이상, 2024년 50% 이상, 2025년 60% 이상, 2026년 70% 이상, 2027년 이후 80% 이상 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배터리 부품은 북미지역에서 조립되거나 제조된 부품의 가치가 2023년 50% 이상, 2024년 및 2025년 70% 이상, 2026년 80% 이상, 2028년 90% 이상, 2029년 100%가 되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중국 등 미국이 지정하는 우려 외국 집단(a 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조달하는 배터리 핵심 광물(2025년부터)이나 부품(2024년부터)이 포함되는 경우도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하기로 하여 배터리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중국의 배제를 명확히 했다. 

 

지난해 8월 IRA 발효 당시에는 배터리 광물 및 부품에 대한 정의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연말까지 세부 지침을 마련한다는 발표를 했고, 이것이 연기되어 올해 3월 31일 최종 세부 지침이 발표되었고, 올해 4월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지침은 작년 연말에 이미 배터리 관련 세부 지침 백서(안)에 포함되어있던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이다. 광물질을 광물에서 추출한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흑연 등으로 정의할 경우, 생산되는 배터리 대부분이 배터리 광물 조건을 맞출 수 없을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발표된 세부 지침에는 여러 광물질을 혼합 가공한 양극활물질 등을 포함했는데, 이는 미국과 FTA 체결국인 우리나라에서 제조가 가능한 품목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양극활물질 등을 제조하고, 이를 사용해서 북미지역에서 양극재나 음극재를 제조하면 보조금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양극활물질 등을 광물 조건에 포함한 것은 보조금 조건을 맞출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 조치로 양극활물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우리나라 및 우리 기업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FTA 체결국이 아닌 일본에서 공급하는 것도 FTA 체결국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조건이 포함되어 경쟁이 치열해지는 효과도 존재한다. 

f220e40011a16809f40e5721fa3c2904_1681194 

2. 우리 자동차·배터리 산업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

 

작년 8월 IRA가 발효되면서 미국 수출 우리 전기차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아직 현지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 기업의 미국 전기차 판매는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부 지침 발표에서 미국과 FTA 체결국인 우리나라는 현지 공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우리 기업 전기차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기대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 전기차 대미 수출 및 우리 기업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위축되고 있다.

 

 IRA가 시행되기 전인 작년 7월까지는 우리 전기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최대 13%에서 최소 8%를 기록했지만, 이후 5%까지 하락했고, 지난달 6% 대로 상승했지만, 작년 2월에 비해 판매 대수는 감소했다. 다행히 수입차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는 리스 등 플릿(fleet) 판매가 회복되면서 우리 전기차의 판매도 일부 늘어났다. 판매가 큰 폭으로 줄지 않았지만,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고,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은 악화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에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을 완공하여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번 IRA 시행으로 전용 공장 완공을 2024년으로 앞당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정상화되면 현대자동차에 대한 IRA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자동차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생산의 6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의 48.3%(40.9%)를 북미(미국)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자동차 생산의 30.1%(25.4%)에 달한다. 한국GM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 26만대를 생산했는데, 23만대(88.1%)를 수출하였고, 수출의 95.5%(22만대)를 북미에 수출했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 후퇴했던 친환경 정책이 바이든 정부 들어 다시 강화되면서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 점유율은 2021년 3.7%에서 작년 6.7%로 크게 늘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이 50%로 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최근 미 환경청(EPA)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4~60%,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종료되는 2032년까지 64~67%까지 늘린다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이전의 발표에 비해 전기차 보급을 더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f220e40011a16809f40e5721fa3c2904_1681194
결국,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미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등으로 인해 현지 생산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자동차의 국내 생산 및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판매 보조금뿐만 아니라 IRA 시행에 따라 30% 투자세액 공제도 가능하며, 지방 전부 등의 추가적인 지원도 존재한다. 미국 조지아주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에 대해 17억 달러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대당 판매 가격에서 7,500달러 차이와 더불어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상태에서 우리 기업들이 한국에서 생산하여 수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위한 전용 공장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작년에 이미 국내 자동차 생산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비만 고려하더라도 국내에서 신규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출을 위한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는 단순히 생산비 차이뿐만 아니라 수송비에 각종 투자 인센티브, 판매 보조금 등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배터리산업도 마찬가지이다. FTA 체결국이면 전기차 보조금 조건에 포함되는 양극활물질 등과 같은 분야는 국내 생산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배터리 및 관련 부품은 미국에서 생산되어야 해당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경우, 최대 30%까지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더더구나 배터리는 무게 등으로 인해 전기차 생산지, 즉 배터리 수요지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배터리업체만 하더라도 해외 생산 비중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전기차 국내 생산이 없이는 배터리 국내 생산도 힘들다는 것이다. 

 

3. 우리의 대응 방향

 

현재 세계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의 자국 내 생산 및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IRA에 의한 북미지역 생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국제 무역 질서에 크게 위배되는 행위이지만 이를 서슴없이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고,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가 똑같은 조치를 취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에서 전기차나 배터리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기차나 배터리 투자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감한 투자세액 공제나 수도권 규제 완화, 투자보조금 등을 추진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도하며, 전기차 제조시설은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제조 시스템의 적용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미국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함으로서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광물질 추출에서부터, 소재, 배터리셀, 전기차 등의 생산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단 중국 및 중국 기업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된다면 이 역할을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이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IRA에서도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양극활물질 등의 국내 생산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 기초 광물질의 추출 등에서 우리 기업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질의 주요 광산은 중국 이외에 다양한 지역이 분산되어있어 광산개발, 물질 추출 등에서 글로벌 협력을 통해 중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해 국제적 협력에 정부 차원의 노력도 요구된다.

<ifsPOST>​ 

1
  • 기사입력 2023년04월12일 17시1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