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2023년 정세 전망> (1) 국제안보와 한반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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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정세 회고
2022년 국제 안보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만해협에서 양국의 첨예한 대립은 아태지역의 안보정세를 악화시켰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했다. 한반도 안보정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미중 패권경쟁은 양국 간 군비경쟁, 동‧남중국해에서의 무력시위, 연합세력 구축,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새롭게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목적으로 국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제한하거나 후퇴시켜 종합국력의 격차를 다시 벌림으로써 미국에게 유리한 힘의 균형 상태를 이루려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기존 동맹(한미,미일)을 강화했고, QUAD 및 AUKUS를 새롭게 구축했으며, 유럽에서 NATO의 결속력을 강화하여 대중국 견제에 동참시켰다.
한편 중국도 반미(반서방) 세력 규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함은 물론 북한, 이란, 파키스탄 등 기존의 우호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아프간 철수 이후 아프간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일대일로구상을 통해 아프리카와 남미에도 우호세력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대만해협에서 노골화되었다.대만을 흡수통일하려는 중국과 대만의 현재 지위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무력시위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미중 패권경쟁은 공급망 재편과 기술경쟁으로 확산‧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및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제정을 통해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목적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대만, 일본과 기술동맹(연합)을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선전하면서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 와중에 러시아도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유럽의 전략적 요충국인 우크라이나를 확보하여 유라시아 전략공간을 재편하려 하고 NATO는 이를 저지하려 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러 또는 러‧NATO간의 지정학적 충돌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했고, 러시아는 에너지 및 식량을 무기화 하면서 국제 에너지 및 곡물 공급망에 큰 문제를 발생시켰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미중 간 연합세력 구축 경쟁에 러시아가 가세하여 중국과 함께 반미(서방)연합체 구축에 일조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유럽연합과 중국‧러시아 간의 세력 규합, 즉 진영구축이 노골화한 한해였다.
한반도 정세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시작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2022년 내내 이어졌고, 2022년 총39차례 탄도미사일 실험발사와 3 차례의 순항미사일 실험발사를 강행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호 발사 성공과 대출력고체연료 시험 성공을 주장하면서 한미동맹에 초강경 대응의지를 다짐했다. 물론 이에 한미동맹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연말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로 간주되는 F-22 랩터와 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B-52 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되어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끝 모를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한해였다.
2023년 정세 전망
2023년 국제 안보정세도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군사적 경쟁에서 경제적 경쟁으로 확대된미중 패권경쟁은 지속될 것이고, 양안관계 및 남북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식될 가능성이 높아 유럽정세는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중 군비경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는 전략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중국도 미국에 맞서 자국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국제 전략환경 조성에 나설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열세인 해‧공군력 강화와 핵전력 증강을 선언했다. 물론 시간은 걸릴 것이지만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정도의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력 증강 역시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으며, NATO의 군사력 증강, 특히 유럽 강호 독일의 군사력 증강은 러시아 및 중국을 견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즉 국제사회의 힘의 배분(power distribution) 상태를 고려하면, 경제 및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NATO와 아시아 동맹의 반중연합 국력이 반미(서방)연합의 국력을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만일 중국이 미국에 군사적 도전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무력을 통한 대만통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현재 미국 상원에 계류된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이 법제화 될 경우 중국의 무모한 도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법안은 2022년 6월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대만을 미국의 주요 비(非)NATO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45억 달러의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며, 대만 존립이 위협받을 경우 중국 국가주석까지 제재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져 있다. 이 법이 법제화 되면 미국과 중국이 1979년 국교를 수립한 이후 지켜왔던 ‘하나의 중국’ 정책이 폐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 법이 상원을 통과하는 것을 몹시 우려하고 있으며, 법안의 수위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향후 이법이 제정되면 제20차 당대회에서 대만 수복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중국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3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동시에 자국의 경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기술동맹과 국제 공급망 재편이 보다 구체화되고 강화될 것이다. 당연히 중국은 반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와는 달리 현재 국제사회는 경제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즉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완전히 탈공조화(decoupling) 되기는 불가능하다. 이미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높은 관세를 완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첨단 기술과 제품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이 중국으로 향하는 모든 반도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고, 10나노 급 반도체 및 기술 유출이 통제될 것이다. 이는 10나노 이상의 반도체 및 장비 수출이 허용될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반도체 외에 AI,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의 기술 유출은 적극적으로 통제될 것이다. 반면 중국은 자국이 확보하고 있는 주요 자원, 희토류, 리튬, 코발트 등 반도체 및 전략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의 수출을 통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미중 간 경제패권 향배는 중국의 기술개발과 미국의 자원 공급망 재편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무역 단절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신냉전’이라는 용어보다는 ‘선택적 보호주의 강화’라는 용어가 맞을 것이다.
한편 지정학적 충돌로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이 많이 약화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NATO도 무한정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는 없다. 특히 NATO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지경으로 러시아를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러시아는 유라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NATO는 물론 중국과도 지정학적 경쟁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정세가 개선되기는 매우 어렵다. 북한은 현재의 국제질서를 신냉전으로 인식하고 한국과 한미동맹에 대항하고 있다. 즉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아래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ICBM 정상각도 시험발사를 예고했고, 제7차 핵실험도 김정은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 관련 ‘담대한 구상’을 일축한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남북관계 개선의 외교적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 대북 억제력 강화에 나설 것이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한미동맹의 대응 수위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참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고, 한국에 미국 전략자산 배치가 상시화 될 가능성이 높으며, 나아가 전술핵이 한국에 재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대응
윤석열 정부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을 선택했다. 남북 소통이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 개막에는 의견이 일치했으나,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중국은 미국의 IPEF와 Chip4에 한국의 참여가 호혜적이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한국은 북한의 도발억제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주문했으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선택한 상황에서 2023년 한중관계가 개선되기는 매우 어렵고, 북한 도발 억제에 중국이 나서줄 것은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선 감축법’과 ‘반도체 과학법’에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했던 ‘미국우선주의’ 정책 성향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어, 한국을 비롯한 미국 동맹국 및 우방국들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법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IPEF와 Fab4는 물론 반중국연합에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의 반발내지는 이탈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즉 결속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능성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미연합 확대에도 존재한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적 압박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중국의 경기위축으로 과거에 비해 신흥국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 축소되고, 일대일로구상의 부작용(빚의 덫)으로 그들의 반발이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3년 미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된다. 즉 미중 양국은 각자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중 정상회담 이후 여러 분야에서 미중협상이 진행 중이며, 2023년 초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여 왕이 장관과의 회의가 계획되어 있다. 이 회의에서 국제 안보정세 및 경제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타협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3년 특집호 (통권 358호)](2022.12.29)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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