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3% 경제성장 가능한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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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망치 6번이나 바꾼 한국은행의 예측, 믿어도 되나”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9일에 내년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2019년 연간 2.0%, 2020년 연간 2.3%, 2021년 연간 2.4%를 예측하였다.
이번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희망치(希望値)로 보인다.우선 올해 2019년 경제성장률 2.0%는 상당히 낙관적인 숫자이다. 한국은행은 2018년 1월 이후 모두 8차례의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2018년 1월 2019년 경제성장전망치를 2.9%로 제시했었다. 이어 4월의 전망에서도 경제성장률은 2.9%로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10월 전망부터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이래 지금까지 6번이나 연속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수정해왔다.
2018년 4월 2.9%에서 2018년 7월에 2.8%로 하향 수정하더니, 2018년 10월에는 2.7%로 예상하였고, 2019년 1월 2.6%, 2019년 4월 2.5%, 2019년 7월에는 2.2%, 그리고 2019년 11월에는 2.0%로 하향 수정한 것이다. 당초의 2.9%에 비하면 0.9%포인트, 올 들어 1월의 2.6%에 비하면 무려 0.6%포인트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 전망도 2019년 1월 전망에서 2.6%로 전망했으나 역시 두 차례나 하향 수정하면서 2019년 11월 2.3%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전망치를 내놓았다. 어찌 보면 그동안의 세계경제환경 급변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 해의 경제전망을 6번씩이나 하향조정한 것은 한국은행의 부실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은이 경제전망을 하향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근저에는 민간소비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2018년 1월과 10월의 경제전망에서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모두 2.7%로 예상하였으나, 2019년 1월 2.6%를 시작으로 4월과 7월에 이어 11월 전망에서는 소비증가율을 연간 1.9%로 대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2020년의 소비도 2019년 1월의 2.6% 증가에서 11월 전망에서는 2.1% 증가로 하향 조정하였다.
경제성장 기여도의 비중이 큰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보다 낮고,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2.0% 달성이 가능할까? 다소의 희망을 갖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정부지출인 재정 밖에 없다. 올 들어 지난 10월말까지 재정집행률은 예산의 85% 수준인데, 남은 재정여력은 12% 내외로 보인다. 남은 예산 12%를 모두 소진하고, 정부지출 승수가 예상보다 높다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지도 모른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성장률 2.0%를 달성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소비가 하반기에 예상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점이 어두운 경제성장 전망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1.8%로 예상하고 있지만, 실제는 1.6~1.7%로 낮아질 공산이 크다. 이미 지난 3분기 잠정집계에서 1.72%로 나타났으나 4분기에 이 보다 더 높아질 확률은 상당히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정부소비는 전년 동기대비 6.8% 증가로 민간소비 증가율의 4배에 가까웠다. 이러한 정부소비와 민간소비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소비증가율의 둔화를 정부지출이 메워주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한은이 발표한 2020년의 경제성장률 전망 2.3%도 올해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내년 전망치 2.3%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미래연구원이나 일부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2020년 경제성장률을 1.8% 내외로 보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민간소비 부진을 들 수 있다. 한은은 내년도 민간소비 증가율을 연간 2.1%로 올해 1.9%보다 0.2%p 높아지는 것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는 너무 낙관적인 수치 아닌가 싶다. 즉, 생산과 소득이 줄었는데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차입을 제외하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도 설비투자가 올해 보다 크게 늘어나리라고 전망했는데,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한은은 내년도 설비투자증가율을 4.9%로 잡았다. 이는 올해의 -7.8%에 비하면 ‘급증’으로 표현할 만 하다. 물론, 일부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마이너스에서 내년 플러스로 예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세계경기부진과 수출부진 등을 감안해 볼 때 설비투자 증가율이나 규모는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미중 무역분쟁, 중국이나 미국 등 주요국 경기둔화, 일본 수출규제 등 국제경제여건의 악화를 감안해 본다면 다소 과도하게 낙관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올해와 거의 비슷한 560억 달러로 예상했다.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예산은 올해보다 약 44조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늘어난 재정지출의 국내총생산(GDP)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에는 얼마나 영향을 줄까?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로 ‘정부지출승수’라는 것이 있다.
정부지출승수란 정부지출이 추가적으로 1원 늘어날 경우 유발되는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지출승수가 1이라고 가정할 경우, 정부가 재정지출을 10조원 추가로 늘리면 이후 GDP는 총 10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지출승수가 1이라면 내년도 GDP증가는 44조원에 달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지출승수는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정부지출규모라도 경제성장기여 효과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0년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예산규모가 300조원이 안되던 2010년에 추정된 2000년~2009년의 재정승수는 평균 0.74 내외였다. 이중 정부지출승수가 0.88, 조세승수가 0.61 정도였다.
그러나 예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승수가 낮은 복지지출이 많이 포함되면서, 최근 추정된 연구에 따르면 조세승수는 거의 반으로 줄어든 0.32, 정부지출승수는 조세승수보다 훨씬 많이 감소한 0.23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44조원의 예산이 늘게 되면 분기당 실질 국내총생산은 평균 0.14%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감안해 본다면 재정기여를 높게 평가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너무 낙관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년 예산이 아무리 슈퍼 예산이라고 해도 2020년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추정치 2.3%는 실현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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