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적법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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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헌법 제97조에 '행정기관과 공무원에 대해서 감사원이 직무 감찰'하도록 되어 있으나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니므로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일주일이 지난 6월 9일 여론에 밀렸는지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한해서만 감사를 수용하기로 했다. 최근 제기된 특혜 채용 대해 국민적 의혹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계속 감사를 거부하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그러면서도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 고유 사무를 감사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거 관리나 북한 해킹 대응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받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감사는 채용비리 의혹에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법을 위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기관이, 법규를 들먹이며 감사를 거부하고, 스스로 감사범위를 정하겠다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헌법 97조와 감사원법 어디를 봐도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를 찾을 수 없다. 감사원도 선관위는 선거관련 행정사무를 하는 행정기관이므로 감사대상이 맞고,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정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법에는 감사 제외 대상으로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관위는 국가 공무원법 제17조를 근거로 감사원의 인사 감사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규정은 행정부의 자체적인 인사 감사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아니다. 또한 선관위는 감사원의 인사업무 감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2016년과 2019년에 선관위 공무원에 대한 인사관련 업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서 관련 공무원에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제까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선관위는 자녀 특혜 취업 외에도 북한 해킹에 대한 보안 점검 거부도 비판받고 있는데, 이런 내부 비리, 태만 문제는 감사원의 감찰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선거관리 업무가 그간 감사원의 감사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선관위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2년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항도 선관위로부터 자체감사결과를 제출받아 감사원이 감사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히고 있다.
선관위는 자녀특혜채용 의혹 등을 통해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특권을 방패 삼아 자기들의 이익을 공유하는 부도덕한 모습을 보여줬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감사거부 행위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실추시켰다.
모든 시·군·구에 조직을 갖고 있고, 전체 직원이 3000명이나 되는 선관위는 재외 국민 투표까지 관리하며 해외에 직원을 파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거를 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조직이다. 권력이 클수록 부패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렇게 거대하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에 대해 감사원 감사 없이, 자체 감사만 하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선관위의 조직이기주의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되어 있지만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감사원법 2조에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감사원에 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으며 대통령에게 뭘 보고했느냐가 국정감사나 국회 질의의 단골 메뉴이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치적 중립성은 선관위 뿐만 아니라 감사원에게도 소중하다. 선관위는 더 이상 감사거부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선관위에 대해서는 인사특혜 의혹 외에 소쿠리에 투표지를 옮기는 황당한 업무 행태 등 조직 전체의 운영문제를 종합감사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비대한 선거 관리 상설 기구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선거관리 공무원에 엄청난 재량을 주고 있는 불명확한 선거법을 개선할 필요가 없는지 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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