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증세보다 새로운 복지전략을 논의할 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22일 20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04분

작성자

  • 서상목
  • 인제대학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메타정보

  • 33

본문

지금은 증세보다 새로운 복지전략을 논의할 때
  최근 복지에 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남지사의 무상급식비 지원거부, 교육감들의 무상보육 예산편성 거부에 이어, 기초단체장들이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확대되지 않는 한 ‘복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최근 야당 대표가 증세를 위한 ‘대타협 기구’의 조속한 구성을 여당에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지난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현재 국내경기가 극도로 부진해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세는 필연적으로 경기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일본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통화 확대정책을 구사하다가 최근 소비세 인상으로 경기가 다시 침체로 돌아섬으로써 아베노믹스가 진퇴양란의 위기에 봉착한 사실을 우리는 되새겨보아야 한다. 

 

201412222053468h671h3ybh.png
 

  둘째, 중장기적 시각에서도 지금 증세조치는 현명한 정책선택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한국은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 복지지출은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 경제성장은 낮아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현재의 복지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사회복지지출의 GDP 비율이 2013년 9.6%에서 2020년 12.7%, 2040년 22.7%, 2060년 28.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에 대한 논의는 그 시기를 가급적 늦추는 것이 선진국들의 고부담-고복지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책이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증세에 관한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증세논쟁을 유발한 복지시책들이 중장기적 시각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최근까지 경제발전과 사회복지발전 간 균형을 유지해 온 근본적 이유는 역대정권에서 복지정책이 나름대로 합리성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통은 지난 지자제선거, 총선, 그리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 시책들은 막대한 재정소요에 비해 그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실 무상복지시책들은 과거에 민주노동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던 정책으로 지난 대선과정에서 민주당이 복지이니셔티브를 잃지 않으려고 먼저 제안한 것을 새누리당이 그 범위를 오히려 확대함으로써 정부정책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기초연금도 수혜자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최근 공무원연금의 개혁마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정책의 강행을 위해 증세를 추진하는 것은 국가재정위기를 초래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은 복지전략을 새롭게 짜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생애주기별 맞춤복지’를 제안했고, 이의 실현을 위한 사회복지 전달체계 구축과 복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내용으로 사회보장기본법을 전면 수정한 바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복지정책과 관련해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적극 건의한다. 이는 무상복지 개념의 적용은 저소득층에 한정시키고, 여타 계층에게는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문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인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생산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복지-고용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추진상황을 살펴보면, 전달체계 개편작업이 부처이기주의의 장벽에 걸려 근본적인 것이 되지 못하고 미봉책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하면 복지와 고용 관련한 정부부서를 통합하는 등의 과감한 조치를 취해서라도 대통령 임기 중 통합된 맞춤형 복지-고용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행정체계를 만들고 이에 필요한 인력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20141222205416m93k890679.png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어 수혜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식의 복지는 세계화와 저성장 시대를 맞아 그 효용성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복지정책이 고용과 연계되어 경제성장과 보완적으로 추진되고, 복지사업의 추진에 있어서도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사회금융의 개념을 도입하여 경영원리가 적용되는 ‘새로운 복지시대’가 열어가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증세를 위한 대타협 기구’가 아니라 ‘창조적 복지국가 구현을 위한 기획단’을 만들어 운영할 것을 적극 제안한다.   ​                  

33
  • 기사입력 2014년12월22일 20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0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