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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비율(레버리지)의 국제비교에 주목하자! -맥킨지 보고서를 중심으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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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26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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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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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경제에서 완전한 정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은 정보가 완전하다는 가정으로 특이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채무에 대한 인식이다. 개인들은 가계, 기업, 정부부문의 일원으로 경제행위를 하는데, 합리성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완벽한 정보를 가진다면 채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채무는 미래소득을 앞당겨 지출하는 것에 불과하고 또 개인들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감안하여 지출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도 가계, 기업, 정부부문 전체의 총채무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

 

완전한 정보 하에서 채무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갖고 있다. 1958년 모딜리아니-밀러(F. Modigliani and M. Miller)는 기업의 가치가 채무-자본비율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부문에서도 1974년 배로(R. Barro)가 리카아도의 대등정리(Ricardian Equivalence Theorem)를 들며 국채-조세의 구성비율이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펠드스타인(M. Feldstein), 멀리즈(J. Mirrlees) 등 많은 경제학자들은 가계의 현재에 대한 시간선호는 소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만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현재와 미래가 다른 가치를 가질 이유가 없다면 가계가 채무를 특별히 선호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들은 모두 완전한 정보를 전제로 한다. 정보가 불완전한 현실 경제에서는 가계, 기업, 정부는 모두 채무를 더 많이 부담하려는 유인을 가진다. 채무비율은 지렛대를 의미하는 레버리지(leverage)라 불리는데, 작은 힘으로 큰 성과를 내는 도구를 은유하는 표현이다. 채무를 더 많이 부담할수록 기업의 수익은 더 커지고, 정부는 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가계 역시 더 풍요로운 현재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는 수익뿐만 아니라 손실도 역시 증폭시킨다. 자산가치나 수익이 하락할 때 고정적인 이자지급과 원금상환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와 경제활동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McKinsey Global Institut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경제 전체의 레버리지(채무비율)를 파악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부분의 분석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금융부문의 채무증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MGI는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선진국들에서 레버리지가 매우 광범하고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다시 말해 레버리지의 증가가 금융부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가계, 기업, 정부 전체에 골고루 나타났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경제 전체의 총채무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국지적이고 단편적인 위기가 전면적이고도 지속적인 경제위기로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의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그 어느 곳이 주머니처럼 위기를 안고 있는데, 그 주머니가 폭발할 때 총채무비율의 증가는 인화물질 역할을 한다. 설령 그 주머니가 폭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총채무비율의 증가는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누출시키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경제위기가 발발하면 대출시장은 급속히 얼어붙고 레버리지 감축(디레버리지, deleverage)을 황급히 해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에 정책입안자들은 평소 점진적인 디레버지리를 추구해야 한다. 

 

2010년 MGI는 ‘채무와 디레버리지(debt and deleverage)’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2012년, 2015년 그리고 2018년에 전 세계의 레버리지 급증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국가별, 부문별 그리고 채무의 성격을 중심으로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디레버리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나 2018년에는 25개 개발도상국들을 추가로 포함하였다. 부문별로는 가계, 비금융기업, 금융기업, 정부를 구분하고 부동산(기업부동산과 모기지) 관련 레버리지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였다. MGI는 선제적인 디레버리지 대응을 촉구하고자 글로벌 경제의 취약 지점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MGI에 의하면 글로벌 총채무의 GDP대비 비율은 2000년 87%, 2007년 142%, 2014년 199%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선진국들의 총채무비율은 대략 280%에 달했는데, 당시 개발도상의 대규모 국가들의 레버리지는 훨씬 낮았다(중국 159%, 브라질 142%, 인도 129%, 러시아 71%).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디레버리지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개발도상국들에서도 채무비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어딘가에 주머니처럼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MGI는 2015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급격한 레버리지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총채무비율의 급격한 증가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MGI는 그 요인들을 ‘부동산 대출의 집중’, ‘그림자 금융의 급격한 증가’, 그리고 ‘지방정부의 부외(off-balance)차입’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 이후 주요 도시에서 약 60% 증가하여 상해 핵심 지역에서는 파리, 뉴욕에 버금가고 있다. 또 복잡하고도 불투명한 금융중개 구조를 가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 GDP대비 약 30%에 달하며,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따른 부외채무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채무비율이 55%에 불과하여 이들을 관리할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의 심각한 둔화 또는 금융위기 없이 디레버리지를 할 수 있을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MGI는 한국의 레버리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한국의 총채무비율은 2015년까지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표 1> 참조). 더욱이 2010년 보고서에서 MGI는 한국의 가계부문 레버리지를 미국, 영국, 스페인, 캐나다와 함께 선진경제 5대 위험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주택융자와 관련된 가계부문의 레버리지가 스페인, 영국, 미국에서는 2008년 이후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과 캐나다에서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18년에 100%를 돌파하며 계속 증가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부문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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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MGI 보고서들은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 부문별 레버리지의 국제비교를 통하여 우리나라 경제를 진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총채무비율과 부문별 레버리지, 그리고 위험수준이 높은 하위부문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그 문제점을 발굴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합리적으로 분석한다면 관행과 제도의 선진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채무증가를 유인하는 편향적 정책들을 정리해야 한다. 가계부문에서는 주택임대보다 주택소유를, 월세보다 전세를 우대하는 정책들을 적극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부문에서도 자기자본보다 사채와 차입금을 부추기는 정책들을 파악하여 정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부문에서도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적자편향적인 유인 구조들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둘째, 금융위기에 따른 급격한 디레버리지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디레버리지를 슬기롭게 모색해야 한다. 경제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탈피하고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디레버리지를 단행해야 한다. MGI는 1930년대 이후 전세계 45건의 디레버리지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노르딕(스웨덴, 핀란드)의 경험을 모범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계, 기업, 금융기관들의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정부채무는 증가하였다. 노르딕 국가들은 부실채권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중장기적 재정개혁과 민간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경제성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레버리지를 방치하는 일본은 노르딕 국가들과 극히 대조적이다. 일본은 부실채권 정리를 미적대면서 수십 년에 걸쳐 은행들이 기업의 부실채권에 시달리도록 방치하였다. 또한 일본에서는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을 게을리 하여 생산성이 높은 수출주도적인 기업과 90%에 달하는 소규모 비생산적 기업들이 병존하는 이중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비생산적 기업들의 연명을 위해 사회 전반에는 보조금들이 횡행하고 외부와의 경쟁은 단절됨으로써 사회 전반의 생산성은 하락하였다. 디레버리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일본은 다행히 순수출 증가로 생산성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한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모두 순수출을 증가시키려 할 것인데, 어쩌면 이는 불가능한 현실이 될 것이다.

 

현실에서는 완전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들은 채무를 더 많이 부담하려는 유인을 가진다. 많은 다양한 연구들이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각 부문의 레버리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의 적정 수준은 국가별 부문별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경험적 법칙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 법칙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의 우리 처지를 감안하여 전세계 평균 이상의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것이 우리가 급격한 디레버리지의 고통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다. <ifsPOST> 

 

<참고문헌>

1. McKinsey Global Institute, Debt and deleveraging: The global credit bubble and its economic consequences, January 2010.

2. McKinsey Global Institute, Debt and deleveraging: Uneven progress on the path to growth, January 2012.

3. McKinsey Global Institute, Debt and (not much) deleveraging, February 2015.

4. McKinsey Global Institute, Rising Corporate Debt: Peril or Promise?, Discussion Paper,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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