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가능한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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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조업 위기의 절박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를 필두로 한 정부 부처 9개가 참여하여 준비하고 민간과의 협의를 거친 후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이라는 계획을 발표되었다. 오랜 전부터 국가미래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민간단체들이 ‘제조업 위기’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다소 늦은 느낌이 들지만 정부가 종합대책을 만들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우선 반가운 일이다. 제조업의 주요 당사자인 민간 경제단체들 즉,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이 환영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보면 산업계의 기대감도 제법 큰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통령 주재 하에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를 열어 제시한 계획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평가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 발표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라고 저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렇게 의욕적으로 제시한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이 과연 제조업의 활력을 되돌리고 나아가 우리 제조업들과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큰 호응을 보일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제대로 짚은 모습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 제조업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핵심 방향을 제대로 짚은 것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우선, 제조업의 향후 발전 방향이 융복합화에 있을 것이므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이업종간 융합을 강조하고 있고, 제조업 내에서도 ‘제조 소프트파워 이니셔티브’를 추진함으로써 제조업들이 그동안 독자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해서만 미래의 신산업을 만들어 가려고 해 왔던 방향을 서비스업과 소프트파워의 접목을 통해 제조업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제조업 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인식되어 온 두 가지 정책 방향, 즉,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 제고, 주력산업의 혁신과 사업재편 지원의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나아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생태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도 제시되었다. 즉, 산업생태계를 ‘도전과 축적 중심’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고, 이를 위해 정부도 제조업의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 조치와 목표도 담아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와 그 정책이 실현되었을 때 이루어질 우리 제조업의 모습을 담은 구체적인 양적 수단과 목표도 몇 가지 제시되고 있다.
먼저, 아직 예비 타당성조사 등을 거쳐야 하지만 ① 2030년까지 3대 핵심 신산업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에 정부 R&D 자금을 8.4조원 투자함으로써 민간으로부터 180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도하고, ② 100대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하며, ③ 새로운 분야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알키미스트 프로그램 지원규모도 현재의 100억원에서 2030년까지 7,000억원으로 증대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달성되는 우리 제조업의 모습으로는 2030년까지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25%에서 30%로 높이고, 제조업 생산액 중 신산업 비중을 16%에서 30%로 높이며, AI 팩토리 2천개를 구축하여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의 인식은 옳게 했지만, 실천 의지는 부족한 모습
그러면 이러한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일부 언론이 주장한 ‘기존 정책의 종합판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비판은 논외로 하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아직도 실천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계획의 제명부터 문제를 안고 있다. ‘르네상스’란 말 자체가 이미 ‘과거에 화려했으나 이제는 거의 사라진 것(본래는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부활시킨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지금 우리 제조업은 아직도 세계시장에서 매우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 제명이 사라진 것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 활력이 떨어진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이 계획이 ‘새로운 활력’의 관점이 아니라 ‘기존 제조업’의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융합화와 협업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제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힘 즉, 서비스, 소프트파워 등은 여전히 계획의 주체적 요소의 하나로 등장하지 못하고 이 계획의 주체인 제조업이 밖에서 가져와서 사용할 보조적 요소 정도로만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출발했으므로 참여한 부처들의 리스트에도 과거부터 제조업에 일정 정도 지원 기능을 하던 부처들만 망라되고 있고, 서비스와 소프트파워의 주체가 되어야 할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등은 제외되어 있다. 앞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에는 반드시 이들 부처들도 주된 참여자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산업은 망라되고 있지만 탄생을 가능하게 할 제도적 변화는 언급 없어
기업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에서 향후 우리 산업의 미래 비전으로서는 역시 새롭게 태어날 신산업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이 계획은 다행스럽게도 핵심 3대 신산업만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미지의 새로운 분야에서도 그 가능성을 찾기 위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신산업에 대한 핵심 정책으로서 역시 기술개발은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수없이 경험했던 신산업 탄생의 핵심 열쇠로서 발견된 기업들의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더 나아가 신산업 탄생을 두려워하는 기존 산업들의 저항 등에 대한 고려 즉, 제도적 변화에 대한 정책 의지는 표명되고 있지 않다. 어쩌면 신산업 탄생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결정적인 조치는 바로 이러한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기껏 기술개발을 해놓고도 기존 산업의 반대와 그에 연계된 규제에 의해 신산업 탄생이 가로막혔던 경험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점도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가 풀어야 할 큰 숙제인 셈이다.
향후의 신산업은 이 계획에서 잘 지적한 대로 제조업과 서비스, 그리고 소프트파워 사이의 융합화와 협업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이 융합하고 협업하기 위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 사이의 만남,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들과의 만남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들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대표적인 장벽으로서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이 언급되고 있다. 융합과 협업이 일어나게 하려면 먼저 이러한 장벽들부터 허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의 경쟁력만이 아니라 미래 역할에 대한 시각 부족도 아쉬운 점
우리 제조업은 지금까지 수출을 통해 국내에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그리하여 제조업은 우리 경제에 닥친 수많은 경제위기들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제조업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이런 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제조업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대상으로서만 여겨져 왔다. 어차피 제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르네상스’ 계획이라면 제조업이 돈 벌어오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넘어서는 더 가치 있는 역할을 하는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즉, 우리 제조업이 국민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국민들의 프라이드도 높여줌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서 사랑 받는 산업이 되도록 하는 일이다.
우선 우리나라가 당면하기 시작한 심각한 문제들, 이를테면 환경보호, 안전,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들을 푸는 데에 우리 제조업들이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 제조업들이 ‘돈 버느라고’ 이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역할만을 해 온 것은 아닌지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다음으로 우리 제조업들도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들을 활용해서 세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열어가는 역할을 조금씩 모색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선진국 제조업들이 그렇게 열어놓고 검증해 놓은 시장에 후발자로 참여하여 높은 제조경쟁력을 무기로 ‘돈을 벌어가는’ 존재로만 비쳐진 모습에 대해서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제조업만큼 국력을 쏟지 않았지만 오히려 세계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열어가는 문화계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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