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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망하게 하는 확실한 법칙-혼군 #16-2: 전한(前漢) 원제 유석(BC75-BC49-BC33) <D>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1월26일 16시5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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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혼군(昏君)의 사전적 정의는 ‘사리(事理)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다. 암주(暗主) 혹은 암군과 같은 말이다. 이렇게 정의하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혼군의 숫자는 너무 많아져 오히려 혼군이라는 용어의 의미 자체를 흐려버릴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통틀어 사리에 어둡지 않은 군주가 몇이나 될 것이며 어리석지 않은 군주가 몇 이나 되겠는가. 특히 집권세력들에 의해 어린 나이에 정략적으로 세워진 꼭두각시 군주의 경우에는 혼주가 아닌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의 혼군 시리즈에서는, 첫째로 성년에 가까운 나이(17세) 이상에 군주가 된 사람으로서 군주의 역할이나 올바른 정치를 펴지 못한 군주로써, 둘째로 결국 외부 세력에 의해 쫓겨나거나, 혹은 제거되거나, 혹은 국가의 존립기반을 크게 망쳐 놓은 군주를 혼군이라고 정의하였다. ​

 

<17> 서복이라는 사람의 경고(BC66)

 

전에 곽씨들이 사치하고 교만을 자행할 때 무릉 사람 서복(생)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 곽씨들은 분명히 망할 것입니다.  

      대개 사치하면 불손하게 되고,

      불손하면 필히 윗사람을 모욕할 것인데

      윗사람을 모욕하는 자는 도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 중에서 여럿이 해를 끼칠 것입니다. 

      곽씨 일당이 집권한지 오래 되었으므로 

      해를 끼치려하는 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천하가 해를 끼친 데다가 

      스스로 도를 거스르기까지 했으니

      망하지 않기를 어떻게 기대하겠습니까“        

 

곧바로 상소를 올렸다.

 

     ” 곽씨가 지극히 흥성하고 또 폐하께서 깊은 사랑을 보이셨습니다.

       마땅히 억제하여 멸족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상서가 세 번이나 올라갔는데 올라올 때 마다 즉시 황제에게 보고되었다. 그 후 곽씨들이 모두 주멸되었고 곽씨를 고해바친 자들이 모두 공을 인정받아 봉작되었다. 어떤 사람이 서생을 위하여 이렇게 상서를 올렸다.

 

    ” 신이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굴뚝 곁에 불에 잘 타는 나무를 쌓아 둔 주인을 보고 어떤 손님이

      불이 날 수 있으니 굴뚝을 고치시고 

      또 땔감을 옮기시어 화재를 예방하십시오라고 권했습니다..     

      주인은 듣기만하고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지나서 그 집에 정말로 불이 났습니다.

      다행히 이웃들이 도와주는 바람에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주인은 소를 잡고 술을 대접하며 이웃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만

      정작 불이 날 것을 경고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보답이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그 손님의 말을 들었으면 소를 잡거나 술을 대접할 필요가 없었고

        화재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 않았습니까.

        지금 공을 논하고 손님을 초청하셨지만 

        어찌 불이 날 것을 예견한 손님에 대해서는 아무 보답이 없으시고

        머리카락을 태우고 이마에 화상을 입은 사람만 최고로 대우하십니까?’

       그 주인이 깊이 깨닫고 불을 예견하 사람을 초청하였습니다.

       지금 무릉 사람 서복은 여러 번 상서를 올려서 곽씨의 만행을 지적하였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조처하실 것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서복의 말을 진작 듣고 조처하셨더라면 

       나라는 땅을 쪼개고 분봉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옛 신하들이 역란주멸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왕에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오직 서복만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오니  

       폐하께서 깊이 살피시어 땔감을 부뚜막에서 옮기는 계책을 행하시어

       머리카락이 불에 타지 않도록 준비하십시오.“  

 

황제(선제)는 마침내 서복에게 비단 열 필을 내렸고 이어 관직을 내렸다.

 

<18> 곽광 가문의 멸족에 대한 평가

 

처음 선제가 황제가 되었을 때 한고조 묘를 참배했는데 이 때 곽광과 같은 어가를 탔다. 어린 황제는 속으로 두렵고 무섭기가 마치 가시가 등에 있는 것 같았다. 이 후 장안세가 거기장군이 되어 곽광 대신 장안세가 어가를 동승하게 되자 황제는 심히 편안하고 마음이 놓였다. 세속에서는 곽씨 일가의 멸족사태는 곽광이 어가에 참승할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평했다.    

역사가 반고는 곽광가문의 몰락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다.

 

    ” 곽광이 강보에 싸인 아이를 위탁받고 한황실이 의지하는 몸이 되었는데 

      국가를 바로잡고 사직을 안정시키어 소제와 선제를 세웠으니

      주공이나 아형인들 어찌 그와 비교하겠는가.  

      그렇지만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스리는 방도를 모르며 

      대의에 어두웠으니

      음란한 처가 사악한 모의를 거듭하고 딸을 황후로 세우며

      심히 가득 채우는 욕심에만 사로잡히니 

      결국 뒤집어지는 화를 겪어

      겨우 삼년 만에 일족이 죽음을 맞게 되었으니 어찌 슬프지 않은가.

반고가 못 배운 것과 도를 깨우치지 못한 것으로 곽광을 비판했다면 사마광은 곽씨의 씨를 말린 것에 대해서는 선제를 박하다고 비판했다.

 

<19> 위상(魏相)의 의병, 응병, 분병, 탐병, 교병론과 부전론(不戰論)

 

위상이 상서를 올려 이렇게 말했다.

 

     “ 신이 듣기에 폭거를 일으킨 난적을 죽여 난을 구한 사람을 의병이라하고 

       의로운 군사를 일으킨 사람을 왕이라 합니다.

       적이 나에게 미칠까 두려워 부득이 일어난 사람은 응(应)병이라고 하고

       응병의 군사를 일으킨 사람을 승(胜)이라 합니다.

       작은 이유로 분노를 일으키고 분을 이기지 못한 사람을 분(忿)병이라고 하고

       분병을 일으킨 사람은 패(败)자​라고 합니다.

       사람의 땅을 빼앗아 이득을 보려는 사람을 탐(贪)병이라고 하고

       탐병을 일으킨 사람을 파(破)라고 합니다.   

       나라가 큰 것에 기대고 백성의 수효가 많은 것을 믿고서

       적에게 위엄을 보이고자 하는 것을 교(骄)병이라하고

       교병을 일으킨 사람은 멸(灭)이라고 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사람의 도리일 뿐만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이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흉노족들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한나라 시민의 자격을 얻게 되었는데 봉직을 얻고 즉시 돌아간 후

       변경을 침범한 적이 없었습니다.  

       비록 둔전군사를 둔다고 한 들 

       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 못합니다. 

       지금 여러 장군들이 군사를 일으켜 적지로 들어가고자 하지만

       신은 그런 사람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변방은 몹시 궁핍합니다. 

       아들과 아버지는 모두 동물 가죽옷을 입고서 풀뿌리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방비를 하지 못해 두려움에 떨고 있어서

       병사를 일으킬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군사를 일으키면 반드시 흉년이 온다고 하는 세간의 말은

       고통과 상심의 기운이 대지의 음양의 조화를 상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출병하여 비록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올 걱정이 두려운 것은

       재해의 변란이 그로 인해 발생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군국을 다스리는 자들이 제대로 뽑힌 사람들이 못되어서         

       풍속은 심히 각박하고 수재와 한재가 겹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제가 부형을 살해하거나 아내가 남편을 죽인 숫자가 금년에만 222건이 넘습니다.

       신은 어리석어서 이것 때문에라도 적은 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옵니다.

       지금 이런 여러 것을 고려하지 않고 

       끝내 군사를 일으키시어 솜처럼 가볍고 가느다란 원한마저 

       멀리 있는 야만족에게 끼친다면

       ‘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계손의 걱정이 전유(나라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담장 안에 있는 것’​이라는 공자님의 말씀입니다.

  

황제는 위상의 말을 듣고 군사 일으키는 것을 그만 두었다.

 

<20> 위상(魏相)과 병길(丙吉)(BC64)

 

위상은 평소 한나라 과거 역사를 즐겨 공부했으므로 수시로 황제에게 글을 써서 보고하고 깨우쳐주었다. 한나라 건국 이후의 국가가 취한 여러 조치들과 가의(贾谊)、조조(晁错)、동중서(董仲舒)와 같은 훌륭한 신하들의 말과 주청을 들어 시행한 것들을 여러 조목을 만들어 황제에게 올렸다. 위상은 또한 칙서를 받고 군국으로 부임하는 사람들과 휴직자들의 이동 사항을 낱낱이 황제에게 보고했으며 반란이 일어나거나 비바람의 변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부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 위상이 몸소 황제에게 보고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사대부 병길과 함께 위상은 황제를 충성스럽게 보필했고 황제 또한 이 두 사람을 몹시 믿고 소중하게 생각했다.    

 

병길이라는 사람은 매우 신중하고 후덕하여서 자신의 올바름이나 능력을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황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입은 은혜를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정 누구도 그가 어느 정도로 황제의 신임을 받고 있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액정의 관비 측이라는 사람이 사람을 시켜서 상서를 올렸다. 자기가 예전에 아보의 공, 즉 황제를 어렸을 때 키운 공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범죄로 말미암아 고문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관노 측은 사람을 시켜서 병길에게도 그 사실을 알게 하였다. 액정(궁궐) 책임자가 어사대부 병길에게 그 건에 대해 보고하였는데 병길은 이미 그 사실의 내막을 알고 있었으므로 관비 측에게 말했다.

    

     ” 너는 전에 황손(선제)을 성실하지 못하게 양육하지 않았느냐. 

       감독에게 매를 내려야 할 것인데 어찌 공이 있다고 말하느냐.

       오직 위성사람 호조와 준양사람 곽정경이라는 사람이 

       황손을 기른 은혜를 받아야 할 것이다.“  

 

병길은 황손 양육의 공을 표창하기로 결정하고 황제에게 그렇게 주청을 올렸다. 황제는 호조와 곽정경을 찾았으나 이미 죽은 뒤라서 그 자녀들에게 후하게 상을 내렸다. 관비 측은 면죄하고 관비에세 서인으로 신분을 바꾸어 주면서 십만 냥의 은전을 내려주었다. 황제가 직접 그 사실을 듣고 보았으나 병길이 황제 양육의 공이 있었음을 끝내 말하지 않았으므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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