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3> 누증의 원인과 배경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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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가 늘어난 원인이나 배경을 알아야 한다.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코자 하는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원인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문제는 그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계부채는 간단한 이론 모형을 구축하여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가계는 기업과 달리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표적 경제주체를 내세워 의사결정방식을 모형화 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이런 이유로 가계부채가 늘어난 배경이나 원인을 한두 가지 요인으로 지목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달라질 수도 있다. 심지어는 사회적 풍토, 문화적 배경 등이 그 원인으로 거론될 여지도 없지 않다.
가계부채 급증 원인에 대한 규명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제까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늘어온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대략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한 시기이다. 그 이후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가 몇 번에 걸쳐 반복되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전체 기간에 걸쳐 공통적 요소가 작용하기도 하였지만 시기별로 특수한 요인이 가세하기도 하였다. 각 시기별로 가계부채가 늘어난 배경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취합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누적된 원인과 배경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여러 원인과 배경 요인을 토대로 가계부채가 늘어난 근본 원인을 추론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가계부채는 현행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맹점이 집약적으로 표출된 현상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부각하게 될 것이다. 즉 가계부채 누적의 근본 원인은 저성장, 고령화, 소득 양극화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한 위험을 오로지 개인이나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이 시각은 나중에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는 데 기본방향으로 활용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가 급등하는 시기는 2000년대 이후 대략 다섯 번 정도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그 직후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기업들이 외부 자금 의존도를 줄임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기업 대신 가계를 주요 대출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시점이다. 가계부채 관련 통계를 가계신용으로 통일한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대략 4번의 시기에 걸쳐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났다. 2004~2007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시기가 그 첫 번째 시기였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및 2010년대 초 불경기가 심화되었던 시기에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주택 경기 활성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였던 2015~2016년 기간에도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20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의 기간이다. 개략적으로 다음 그림(오른쪽 그래프)에서 가계신용 증가율이 높았던 시기들이 이 기간들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와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외환위기 기간 중과 2000년대 초 무렵이었다.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외환위기의 핵심 원인은 기업들의 높은 외부자금 의존도, 즉 과중한 채무였다. 1997년 초부터 기업부도가 연쇄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당시 외화 조달 창구 역할을 하던 은행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결과 외자 도입이 중단되고 외자가 유출됨으로써 달러가 부족해지고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외환위기가 기업들의 과도한 외부자금 의존 경향에 연유하였기 때문에 그 이후 기업들은 외부 차입을 자제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금융기관들은 기업 대신 가계를 주요 대출 대상으로 삼아 소위 소매금융(retail banking) 전략을 강화하였다. 앞의 그림 왼쪽 그래프에서 보듯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금융기관의 대출 중에서 기업 대출 비중은 급격히 낮아진 반면 가계 대출 비중은 대폭 상승하였다. 금융기관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종전의 30% 수준에서 외환위기 이후에는 60%로 급등하였다.
기업의 대출 수요 감소를 대체하여 가계 대출이 늘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등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금융 자원이 희소하였던 당시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것을 일종의 특권이나 혜택으로 인식하였다.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체 투자기회가 많았던 개발연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풍토에서 가계 대상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개발 적용 등 금융기관들의 대출 전략 변경에 힘입어 당시 가계대출이 급증하였다.
한편 금융기관의 대출 행태 변화가 초래된 데에는 금융규제 변화도 배경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은행에 대하여 BIS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이 규제는 은행의 자산(대출)들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 평균한 위험가중자산에 대비하여 일정 비율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을 확보토록 하는 규제이다. 1995년부터 국내 은행들에게 BIS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화하였지만 외환위기 이전에는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이 규제에 따르면 담보 위주의 가계대출에 대해서 위험 가중치를 낮게 적용한다. 예컨대 당시 적용된 BIS비율 위험가중치는 기업대출의 경우 100%가 적용된 데 비해 주택담보대출은 50%를 적용하였다. 이 규제를 적용하게 되면서 은행의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에 비해 유리해졌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른 대출 한도가 가계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욱 커졌다. 달리 말하면 같은 자본금의 크기를 전제하더라도 가계대출은 기업대출에 비해 두 배 정도 더 많이 대출할 여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04~2007년 주택가격 폭등기>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정책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하였다. 세계적인 경기 위축 등을 배경으로 국내 경기도 위축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통화당국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2001년 2월 8일 5.25%에서 5%로 인하한 이후 3.5%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인하하였다. 2005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정책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였다.
저금리 정책은 당시 주택매수 심리를 자극하였다. 결과적으로 2001년 말경부터 주택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가계대출 수요도 덩달아 확대되었다.
한편 당시 정부의 주택정책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주택가격을 폭등시키고 말았다. 2001년 말 경부터 주택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였음에도 2003년 취임한 노무현 정부는 주택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2006년에 이르러서야 송파, 검단, 파주, 동탄 2기 등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였다. 주택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이 주택 공급을 위축시켰고 결국 주택가격 폭등을 초래하였다. 당시 정부는 주택거래신고제, 분양가 상한제, 투기과열/투기지역 지정제도 등 수 많은 수요 억제 대책을 강구하였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를 새롭게 도입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더욱 촉발하게 되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결국에는 부동산 가격으로 전가되는 속성이 있다. 특히 선호지역에서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세금의 가격 전가가 비교적 용이하였다.
결국 주택가격이 오랜 기간에 걸쳐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었다. 이 결과 국민들의 주택 매수심리가 자극을 받게 되었고 나아가 주택 거래가 많아지고 신규 입주 물량 확대 등을 배경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였다. 주택시장 불안이 가계대출 급증의 직접적 배경 요인으로 작용한 대표적 사례였다고 하겠다.
이 사례에서 보면 가계대출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택가격의 비정상적 폭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자 한다면 일반인들이 과민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주택시장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게 된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당시 가계부채 급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주택시장 개입 혹은 일방적인 주택정책 등 정책 실패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주택시장의 이상 과열을 배경으로 2003년 카드대란이 진정되었음에도 2004년 이후 2007년까지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났다.
한편 2002년경까지는 신용카드 사용 확대가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당시 정부는 탈세를 방지하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 그리고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대하여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그 사용을 촉진하였다.
이러한 정책을 배경으로 카드회사들 사이에 경쟁이 심화되었다. 개인 신용도 평가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길거리 가판대에서 사은품을 제공하는 등 호객행위를 하면서까지 카드를 발급하였다. 결과적으로 미성년자나 학생, 그리고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기관 거래가 어려운 계층 등 카드 신용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상당량의 카드가 발행됨으로써 소위 카드대란이 발생하였다.
신용카드를 통한 가계신용 증가는 2004년 이후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당국에서는 신용카드 사용 촉진책의 상당 부분을 폐지하고 개인들의 신용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금융기관들이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 운용함으로써 신용카드 발급은 정상화되었다.
<2010~2011년 불황기>
2008년 중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가계신용 증가율이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파급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금융시장 불안, 신용경색, 실물 경기 위축 등이 이어지고 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었다. 그동안의 높은 가격 오름세에 대한 경계심리도 작동함으로써 주택가격 급락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신장세가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신용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었다. 당시 서울은 주택 경기가 침체되었지만 지방에서는 주택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였다. 2010년 하반기 이후 주택거래량 증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다. 그러나 주택 거래량 확대가 당시 가계대출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하였다.
이 시기에는 전세가격 상승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새로운 요인으로 등장하였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주택 구입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대신 전세 수요가 확대되었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계기로 입지가 좋은 저렴한 아파트 청약을 노리고 주택 구입을 뒤로 미루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났다. 반면 은퇴자들이 주택을 노후 소득원으로서 활용하는 과정에서 전세 공급은 위축되었다. 금리가 낮게 형성되면서 전세 자금으로는 생활자금을 확보키 어려워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생겨났다. 이 결과 전세가격이 폭등하였는데 이것이 가계부채 증가를 초래한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더하여 이 시기에 전세자금 대출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가계대출 증가에 크게 기여하였다. 정부는 전셋값 상승에 대응하여 전세대출 확대로 대응하였다. 2008년 전세대출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2013년에는 그 한도를 상향 조정하였다. 주택가격이 안정된 가운데서도 전세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전세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결론적으로 전세대출 제도는 가계부채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전세대출 제도는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이 서로 상승 압력을 주고받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전세대출이 활성화되면서 전세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었다. 매매가 대비 높은 전세가격은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하였다. 전세자금 대출을 매개로 갭투자 등이 가능하여 주택 매수 수요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대출 확대는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고 나아가 주택 거래 확대 및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세가격 상승과 관련하여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아쉽다.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거나 전세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방안 등 근본적인 논의나 대책은 전혀 없었다. 이 대목에서 보면 특정 사안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보다 대증적이고 임시방편 식으로 대응하려는 정책적 접근방식이 가계부채와 같은 문제를 초래하는 근원적인 문제라고 볼 여지가 생기게 된다.
한편 이 시기의 특징으로서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차원의 가계대출 수요가 증가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기 퇴직이 늘어나고 이들이 자영업으로 진출하면서 자영업 대출이 급증하였다. 자영업자 중의 상당수가 가계대출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여 자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자영업의 경우 기업과 가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자영업 대출의 상당 부분이 가계대출에 포함되었을 수 있다. 은퇴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일부 중장년층에서는 생활비의 일부를 대출에 의존하는 경향도 심해졌다. 저성장으로 소득이 줄어든 저소득층에서는 부족한 생활안정 자금을 대출에 의존하기도 하였다. 교육비 의료비 등의 필수적 지출에 충당하기 위하여 차입을 늘이는 경우도 늘어났다1).
1)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생활비 충당 목적의 대출 비중이 19% 정도에 이르고 교육비 대출 비중도 6%에 달하였다. 그 이후 대출 용도나 목적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일관되게 나오지 않아 생활비나 교육비 등의 부담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 다만 가계금융조사에서 ‘1년후 가계부채 증가 원인 예측’에서는 생활비와 교육비 지출이 부채 증가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 이상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높은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2015~2016년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추진기>
이 시기에는 주택 건설 확대 대책을 계기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 변화로 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여러 가지 적극적인 정책을 구사하였다. 소위 ‘주택매매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이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정부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1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다른 어느 정책보다 앞서 발표하였다.
2014년 7월 24일 “새 경제팀의 부동산정책”에서는 더욱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하였다. LTV DTI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선, 재건축·재개발 규제 개선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LTV DTI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던 당시에 제안됨으로써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인식되기까지 하였다.
이후에도 주택 매입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들이 이어졌다. 2014년 9월 1일 대책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단축하고 분양권 등을 전매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2014년 12월 29일, 소위 “부동산 3법”을 입법한 것이다.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등 3법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재건축부담금 부과 유예기간을 3년 연장한 효과는 매우 컸다.
일련의 조치에 따라 2015년 이후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2015년~2017년 기간 중 아파트 분양과 착공이 대폭적으로 확대되었다. 재건축부담금 부과 유예기간을 3년 연장한 혜택을 보기 위하여 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을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분양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당시 가계신용은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하였다. 집단대출이라 함은 신규 분양 아파트 입주예정자 등의 차주 집단에게 일괄 승인 방식으로 실행되는 여신을 말한다. 이주비, 중도금 및 잔금 등을 대상으로 집단대출이 이루어진다. 집단대출은 보증기관 혹은 건설사가 지급을 보증한다는 측면에서 일반 주택담보대출과는 차이가 난다.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 단계에서는 가계대출로 잡히지 않는다. 마지막 잔금대출 단계에 이르러서야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 등의 일부가 잔금 대출과 함께 해당 가구에 대한 대출로 계리된다.
당시 가계신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대응하여 당국에서는 2016년 2월부터 수도권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였다. 이는 자금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엄격히 심사하고 대출도 분할상환 조건 등으로 운영할 것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집단대출은 이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가계신용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 조치는 가계신용 증가를 억제하는 데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 시기에는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통한 가계신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또 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금리가 더욱 낮아지면서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자금이 유입되었다. 이 금융기관들은 가계를 대상으로 상가 등을 담보로 활용하는 대출을 크게 확대하였다. 투자자들 역시 저금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가 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하였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수신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들로 예금이 몰리면서 결과적으로 금융권간 대출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역설적으로 가계의 차입을 촉진 지원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었는데 이 역시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서민지원정책 확대가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세대출 확대에 더하여 서민 실수요자 내집 마련 지원 대책이 강구되었다. 그리고 정책모기지대출도 늘어났는데 이는 서민의 내집 마련과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적격대출’을 공급하였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수준이 한끝 높아진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금융자금을 서민들에게 정책적 차원에서 확대 공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 금융자금의 운용 주체는 어디까지나 금융기관들이다. 그럼에도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당국에서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출을 확대하도록 지도 명령하는 방식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민금융지원은 상당 부분이 관치금융의 잔재로 볼 여지가 있다. 그리고 정책금융으로 인하여 가계부채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정부의 규율 부재도 한 원인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금융자금을 활용하여 손쉽게 정책 과제를 해결하려는 안이한 생각들이 아직도 온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거리이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 혼란기>
2020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에는 주택 매매가격 및 전세가격 속등으로 주택 매매 및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이 시기에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2019년까지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지방 주택가격이 2020년에는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아래 그림 왼쪽 그래프).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주택정책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추가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거의 소진되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에 더하여 전세가격마저 높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2020년 7월말 임대차 3법의 개정이 전세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되었다.
주택가격 앙등으로 주택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주택거래량이 폭증하였다(아래 그림 오른편 그래프 참조).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주택담보대출이 대폭적으로 확대되었다.
최근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데에 젊은 층이 크게 기여하였다는 것이 새로운 특징으로 여겨진다. 주택가격의 대폭적인 상승 등으로 미래 불확실성을 감지한 젊은 층에서 적극적인 금융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주택대출은 주로 전세자금대출이 대종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년층의 주택 구입이 확산되었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청년층의 경우 주택 매입 시 금융기관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여타 연령층에 비해 훨씬 높은 특징이 있다.
주택과는 별도로 청년층의 신용대출도 급증하였다.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주식 투자 목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청년층의 신용대출을 늘였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대출 확대 배경에는 금융기관간 경쟁도 한 몫을 차지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청년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하고 모바일 기반 비대면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시중은행도 대출 한도 상향 및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비대면 상품에 부여하고 전자금융을 기반으로 청년층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데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자영업 대출 역시 가계신용 증가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 19에 따른 방역대책으로 대면거래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개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의 매출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업을 이어기 위해 운전자금 등을 대출에 의존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19로 매출 감소 충격을 크게 받은 도소매, 숙박음식, 여가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2021년 3월말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831.8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개인사업자대출은 541.0조원이고 가계대출은 290.8조원으로 집계되었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1년 6월호).
이와 더불어 주식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주식투자용 가계대출 급증하였다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10여년 이상 횡보하던 주가가 코로나 위기 와중에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KOSPI가 2020년 3월 19일 1,457에서 2021년 7월 6일 3,305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이를 배경으로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급증하였다. 주식시장의 장기적 횡보로 방관자적 입장을 택하던 개인투자자들이 2020년 이후 적극적 매수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개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2020년 48조원에 달하였고 2021년에는 1~8월중에만 69조원에 달하였다.
이와 같이 주식투자가 급증하는 데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신용대출로 충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의 ‘(2021년) 4월중 통화동향’에 따르면 4월에 가계에 대한 ‘기타대출'이 11.8조원 증가하였다. 그 이유는 4월 28일~29일 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공모주 청약에 약 81조원의 자금이 몰렸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신용대출로 주식청약증거금을 납입하였기 때문이다. 주식청약이 월말이어서 월말 현재 신용대출 자금이 회수되지 못함으로써 4월중 가계대출이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을 증가한 것이다. 근래 주가 상승을 배경으로 많은 기업들이 공모주를 모집하였고 이 과정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이 금융기관 대출, 그것도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게 높아졌다.
개인들이 이와 같이 주식투자에 몰두하게 된 것은 주택가격 급등과 연관이 있다. 근래 주택가격이 급등함으로써 정부 말만 믿고 주택을 구매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소위 “벼락거지”가 되었다. 졸지에 보유 재산이 빈약해진 것으로 느낀 사람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투기성 투자활동에 집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요약과 정리>
가계대출은 기본적으로 주택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구입 수요가 확대되면 주택 거래가 많아지고 그에 수반하여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2010년대 이후에는 전세 대출이 새로운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등장하였다. 한편 가계대출을 통해 주택 수요가 많아짐으로써 주택가격을 상승시킨 측면도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면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인다2). 아무튼 우리나라 국민들이 높은 주택가격에도 불구하고 굳이 주택을 구입 소유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누적되어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다만 어느 것이 선행하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주택에 대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집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다. 한국인들에게 주택은 기필코 소유하여야 하는 필수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주택은 단순히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물의 개념을 넘어서 여러 가지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는 가치재로 인식되고 있다. 주택 소유는 자아성취의 한 단계로 여겨지며 자수성가의 징표로도 여겨진다. 이에 더하여 주택은 한 가구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동시에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후 보장에 도움이 되는 최후의 안전판으로도 활용된다. 나아가 주인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는 부차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루더라도 집을 소유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다시 말해서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당연시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주택시장의 불안은 가계부채의 급증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생활형 가계대출 수요도 상당하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도 가계부채의 주요 구성 항목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계대출 수요는 전반적인 저성장과 경제활동 위축, 고용 부진 및 조기 퇴직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사회보장제도가 불완전하고 연금 등의 축적도 미진하여 대출에 의존하여 생활용 자금을 차입하는 경향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대에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점이 반영되어 있다. 자영업자에게는 개인부채와 기업부채의 구분이 모호하다. 기업이나 법인의 부채는 부도 및 파산 으로 그 부담이 종결될 여지가 있다. 그에 비해 개인부채와 관련하여서는 채권자의 소구권(recourse rights)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게다가 금융기관들은 기업이 차입하는 경우 그 대표자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이미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부도 등과 같은 금융 절차적 방법으로는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 설사 부도를 내더라도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보장장치가 거의 없고 사업재생 프로그램도 제대로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은 한계 상황에서도 사업을 지속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은 업황에 관계없이 사업을 지속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결과적으로 차입을 더욱 확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근래로 올수록 투자 목적 자금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데도 유의하여야 한다. 주택 구입에도 투자 혹은 투기적 요소가 많아졌다. 즉 주택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대출을 활용하여서라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리고 대출을 활용한 투자의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상가 등에 대한 투자용 대출이 상당히 활발하였다. 최근에는 주식투자용 자금 대출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이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박한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최근의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이 역시 주택가격 상승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겠다.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무주택자들은 자산의 처지를 부정적 혹은 비관적으로 인식할 여지가 많아졌다. 미래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그에 반해 저성장으로 기업들의 노동수요가 위축됨으로써 가계의 수입원이 점차 위축되고 사회보장제도의 미비 등으로 추가적인 생활비를 스스로 확보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요인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그에 뒤처진 사람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어려워지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반복되었고 점차 그 정도가 심화되어왔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적극적인 차입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 측면이 있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 이외에도 금융기관의 행태 변화 및 대출시장의 경쟁 구조 형성, 그리고 정책적 모순 등의 요인도 가계부채를 확대하는 요인이 되어왔다.
특히 정책적 모순이나 부조화와 관련하여서는 몇 가지를 필히 지적하여야 하겠다. 먼저 주택 정책의 실패는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여 년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이 정부의 주택정책은 완전히 실패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개인이나 가계 스스로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주택 문제가 심해지면서 정부는 가계부채를 증대시키는 여러 대책들을 강화해오는 모순도 야기하였다. 전세대출 제도를 도입하고 활성화한 것이나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을 부추긴 것, 그리고 정책적 목적으로 민간 금융자원을 수시로 동원하는 것 등이 그 사례라 하겠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도모하지 못한 것에 더하여 임시방편적 대응 수단을 강화해온 것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근원적 원인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주택정책과는 별개로 거시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동안 거시경제정책은 부채 누적, 금융불균형의 심화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경기진작에 중점을 두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1990년대까지는 정기예금 등의 금리가 자산 수익률과 버금가는 높은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해왔다. 경제성장률 저하에 대응하여 단기 거시경제정책 수단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어왔다. 2000년대 이후 실질금리가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최근에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더욱 낮아졌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자산의 가격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2001년 1/4분기를 기준으로 정기계금, 실물자산, 주택(서울아파트), 주식(KOSPI)의 현재 가치를 계산해보면 정기예금의 가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금리는 낮은 반면 자산 가격은 상승하는 상황에서 차입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자산을 구입하고자 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무리한 거시경제정책 운용은 더욱 현저해지고 있다. 사상 최저의 금리에 더하여 확대 재정에 의한 경기 부양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 2019년부터 통합재정수지가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2020년에는 그 적자폭이 71조원에 달하고 금년 중에도 적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2019년 7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여 2020년 3월에는 사상 최저수준인 0.5%까지 인하하였다. 이와 같은 이완적 거시경제정책은 경기를 회복하는 데에는 제한적인 효과를 내는 데 그치고 그 부작용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투기 열풍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돌이켜 보면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경제성장정책이 미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실물 부문에서 기업의 투자 등을 확대하는 방안이나 적극적 산업정책이 체계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시행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반기업 정서 등을 배경으로 기업에 대한 억압적 규제를 강화해온 측면이 있다. 그 결과는 경제성장률의 점진적 하락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성장세 둔화에 단기 거시경제정책 수단으로 대응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융 불균형의 누적과 같은 부작용이 많은 이완적 거시경제정책을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이완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가계부채 누적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점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가계부채 누적의 근본 원인에 대한 추론>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가계부채 누증은 전반적인 경기 부진과 사회경제적 취약성의 결과라 하겠다. 사실 우리나라는 전통사회가 산업사회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공동체적 요소들이 급격히 와해된 반면 새로운 체제가 형성되지는 않은 단계로 볼 수 있다. 근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사회경제적 취약성이 점차 현재화되는 양상이다. 저성장, 고령화, 소득 양극화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한 위험을 조직이나 사회, 국가 등이 흡수하지 못하고 오로지 개인이나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여러 분야에서 정부가 개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방안의 성격들이 금융적 수단을 통해 임시방편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오히려 그 대책으로 인하여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편 정부의 정책들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을 야기하는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여파마저도 개인과 가계가 떠안아야 하는 단계에 진입하였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가계들은 험난해진 현실에서 “각자도생”의 상황에 내몰린 결과가 지금의 가계부채 누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소득원이 줄어들고 고용 안정성이 크게 위협 받는 상황에서 개인 스스로 안전책을 강구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현실이 가계부채 누증의 핵심적 원인이자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연재 순서>
1.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 무엇이 문제인가?
2.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2> 얼마나 늘었나?
3.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3> 누증의 원인
4.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4> 부채 수준과 질(質)에 대한 평가
5.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5>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① 단기적 관점
6.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6>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② 장기적 관점
7.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7>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③ 최악상황과 시사점
8.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8> 과거 대책의 연혁
9.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9> 종전 대책의 특징과 문제점
10.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0>현행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식의 문제점
11.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1> 바람직한 대책의 모색 ※ 이 제목은 집필과정에서 다소 변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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