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오페라 이야기 <2> 최초의 오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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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오페라는 어떤 작품이었을까?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의 발생지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아직도 결론이 나지는 않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호기심은 어떤 것이든 최초의 것을 따지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최초의 오페라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최초로 만들어진 오페라는 카메라타 운동(16세기 말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문학 모임으로 오페라를 탄생시키는데 기여하였다)의 핵심 멤버였던 오타비오 리누이치(Ottavio Rinuccini)의 대본에 야코포 코르시(Jacopo Corsi)백작과 야코포 페리(Jacopy Peri)가 공동으로 곡을 붙인 “다프네”이다. Jacopo Corsi백작은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라고 주창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후원자였기도 하다. 갈릴레이의 아버지인 빈첸초 갈릴레이(Vincenzo Galilei) 역시 카메라타의 멤버로 활동했다.
오페라 “다프네”는 1597년에 작곡되어 1598년에 Corsi 백작의 궁에서 초연되었다. 월계수를 뜻하는 “다프네”는 숲의 요정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강의 신인 페네이오스(혹은 라돈이라고도 함)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딸이다. 어느 날 아폴론에게 엉터리 사냥꾼이라는 비웃음을 받은 에로스는 심술이 나서 아폴론에게는 사랑에 빠지게 하는 화살을, 그리고 다프네에게는 사랑을 식게 만드는 화살을 쏜다. 그 이후로 다프네에 대한 아폴론의 끊임없는 구애가 시작된다.
하지만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 다프네는 그를 피해 도망치기 바빴다. 아폴론의 손아귀에 잡힐 처지가 된 다프네는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빌었다. 그러자 그녀의 다리는 땅 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고 손가락은 나뭇가지로 그리고 머리카락은 푸른 잎들로 변하여 한그루의 월계수가 되었다.
아폴론은 월계수로 변한 그녀를 안았지만 딱딱한 나무껍질 아래로 두근거리는 다프네의 심장 소리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비탄에 빠진 아폴론은 월계수에게 영원한 푸르름을 선사하고 월계수를 항상 품기로 한다.
신화를 소재로 한 이 오페라는 현재 극히 일부분만 전해지고 있어 내용이 이럴 것이라 추정될 뿐이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는 어떤 것일까? 역시 Ottavio Rinuccini의 대본에 Jacopy Peri와 줄리오 카치니(Giulio Caccini)가 곡을 쓴 에우리디체(Euridice)이다. 이 작품은 1600년 프랑스의 왕 앙리 4세(1553~1610, 재위기간 1589~1610)와 메디치가의 프란체스코 1세의 딸인 마리아(마리 드 메디시스)의 결혼식 행사에서 초연되었다.
에우리디체는 물의 요정으로 리라의 명수였던 오르페우스의 아내이다. 결혼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에우리디체가 꽃을 꺾다 독사에게 발뒤꿈치를 물려 죽고 만다. 슬픔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를 찾기 위해 저승까지 가서 자신의 특기인 리라 연주로 저승의 신인 하데스마저 설득한다. 하데스는 에우리디체를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며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지하 세계의 터널을 빠져 나가기 전까지는 결코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하세계를 막 빠져나가기 직전,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체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뒤를 돌아보고 만다. 산자와 죽은 자가 서로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지하세계의 법칙에 따라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체를 영원히 잃게 되고 만다. 결국 오르페오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아내를 만나게 된다.
신화 속 이야기는 이처럼 비극적으로 끝나지만 결혼 축하연에 상연될 공연이 비극적 사랑으로 끝나서는 안 될 터이니 오페라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낸다. 그 이후로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이야기는 오페라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초기 오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곡가인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의 오르페오는 최초로 현대 오페라 비슷한 형태의 오페라로 꼽힌다. 오페라의 개혁을 주도했던 18세기의 작곡가 글루크Christoph Willibald Gluck)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도 있다. 하이든이 작곡한 오페라 “철학자의 영혼”(1791)에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작품은 작곡 당시에 공연이 되지 않아 잊혀져있었지만 뒤늦게 곡이 발견되어 16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인 1951년에서야 피렌체에서 초연되었다.
그런가하면 서곡인 “천국과 지옥의 캉캉”으로 더 유명한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지옥의 오르페우스”도 있다. 이 작품은 코믹버전의 오르페우스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형태를 오페라타(Operetta-Opera에 축소형 어미 etta가 붙어 작은 오페라라는 의미이다)라고 하는데 오페라보다 내용이 가볍고 연주 시간도 짧은 오락성이 풍부한 음악극이라고 보면 된다.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는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자신의 버전으로 개작하기도 하였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러 작곡가들이 오르페우스를 소재로 오페라를 작곡하였다.
해리슨 버트위슬(Harrison Birtwiste)의 “오르페우스의 마스크”와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오페라 “오르페”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오페라뿐만 다른 형태의 음악들도 볼 수 있는데 리스트는 교향시 “오르페우스”와 스트라빈스키는 발레 음악으로 “오르페우스”를 꼽을 수 있다.
이 이외에도 수많은 작곡가들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를 소재로 작곡하였다. 영국의 내셔널 오페라가 로열오페라하우스와 함께 2019/2020 시즌에 오르페우스를 주제로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 버트위슬의“ 오르페우스의 가면”, 글래스의 “오르페” 4편의 오페라를 시리즈로 공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프네 역시 수많은 작곡가들이 같은 소재로 작곡하였다.
독일의 최초의 오페라 역시 1627년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iütz)가 리누치오의 “다프네”를 개작한 작품이고 가장 최근의 작품으로는 1938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목가적인 오페라 “다프네”가 있다. 클래식 음악에 신화가 등장한 것은 오페라의 탄생과 함께이다. 400여년이라는 오페라의 역사 속에서 오페라의 소재도 다양한 변천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오페라의 소재가 되었던 “다프네”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아직까지도 다양한 예술장르에 영감을 주는 것은 인간이 영원히 갈구하는 근원적 감정인 “사랑”때문이 아닐까?
“오페라는 르네상스라는 나무에 최후의 가지에 핀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했던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의 글귀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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