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79) 바톤 이어가며 꽃피우는 꿀풀과 식물들: 2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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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67회) 이 난을 통해 꿀풀과 식물들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른 봄 피기 시작하는 조개나물부터 시작하여, 광대나물, 자주광대나물, 벌깨덩굴, 석잠풀, 꿀풀까지의 봄에 피는 풀꽃들과, 여름철에 피는 익모초, 산층층이, 그리고 쉽싸리까지 바톤을 이어가며 꽃을 피우는 꿀풀과 풀꽃들을 다루었지요. 이번에는 한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꿀풀과 풀꽃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한여름과 가을에도 쉽싸리, 익모초 등은 지속적으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한여름이 되어야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풀꽃들을 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묘하게도 이때부터 꽃을 피우는 녀석들은 꽃보다도 식물 전체에, 특히 잎에 강한 향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 식물들의 잎을 따서 향을 맡거나 씹어 보면 독특한 향취를 느낄 수 있지요.
먼저 박하를 소개합니다. 그 이름을 들으면 바로 민트향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강한 향의 주인공이지요. 우리 기후에도 잘 적응하고 있지만 본래 이 풀꽃은 더 따뜻한 곳이 고향인데 조금 서늘한 곳으로 올라오면서 더 향이 짙어진 식물이라고 합니다. 꽃은 역시 층층으로 매달린 잎 아래 즉, 잎겨드랑이에 모여서 피는데 작은 꽃들이 뭉쳐서 마치 둥근 솜뭉치 같은 모습으로 층층으로 피어납니다.
다음으로 배초향을 소개합니다. 필자의 고향인 부산 지방 근처에서는 이 식물의 잎 몇 장을 따 넣어 끓인 된장찌개의 맛을 모두가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 잎을 ‘방아’라고 불렀는데 그래서 이 풀꽃의 다른 이름으로 ‘방아풀’이라는 호칭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긴 꽃대를 올리고 그 윗부분에 꽃을 빼곡하게 매다는 모습이 제법 보기 좋아서 서울 주변에서도 곳곳에 이 꽃을 화초처럼 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꿀풀과 식물들의 잎겨드랑이마다 층층으로 꽃을 피우는 특징을 가장 잘 살려서 참으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꽃을 피워내는 층꽃이 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작은 꽃들 하나하나의 모습도 동글동글한 낱아처럼 생겨서 제법 예쁘지만 그 작은 꽃들이 층층으로 묘한 색깔의 둥근 원의 무리를 이룬 모습은 제법 볼만 합니다. 아쉬운 것은 이 꽃을 자연에서는 거의 볼 수 없고 오직 공원이나 정원의 화단에만 심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산을 오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산박하와 오리방풀을 소개합니다. 이들 두 꽃은 배초향과 비슷한 이미지로 긴 꽃대를 올리고 그 꽃대 윗부분에 많은 꽃무리를 피워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꽃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피어나기도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 두 꽃의 피어나는 모습을 보통 사람들은 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이들 두 꽃을 구분하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올 정도로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두 꽃 구분에도 열을 올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산박하는 그 이름과는 달리 그다지 향이 강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리방풀은 산박하보다는 보라색이 옅어진 꽃을 피우는 편이고, 잎의 끝부분이 길쭉하게 뾰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구분의 포인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즈음 주변 산에 오르면 종종 만날 수 있는 향유와 꽃향유를 소개합니다. 향유(香薷)는 역시 식물 전체에 향을 품고 있고 그 잎이 부드러워 나물로 섭취해 와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두 꽃 모두 위쪽으로 꽃대를 올리고는 그 꽃대에 작은 보라색 꽃들을 매다는데 위에서 소개한 배초향과는 달리 꽃들을 한쪽으로 치우쳐서 매다는 것이 재미있는 특징입니다. 향유는 꽃향유보다는 훨씬 큰 식물로 자라면서 가지를 많이 펼치고 가지 끝마다 많은 꽃대를 올리는 편이지만 막상 꽃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데 비해, 꽃향유는 비교적 작은 크기로 (10-20cm 정도) 자라고 대체로 한 식물이 꽃대 하나씩을 올려서 꽃을 피우지만 향유보다는 훨씬 탐스러운 보라색 꽃무리를 매다는 것이 특징이지요.
쓸쓸해지는 산행길에 향유나 꽃향유라도 만나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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