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패권경쟁과 한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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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하는 ‘월간 SW중심사회 10월호’(2021.10.12.)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미중 경쟁, 글로벌 패권이 향하는 곳은?
4차 산업혁명의 전개와 함께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가속화되어 전개되고 있다. 최근 벌어지는 경쟁은 좁은 의미의 기술경쟁을 넘어 산업과 무역뿐만 아니라 외교와 동맹 및 군사·안보 영역에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 이슈가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경쟁의 쟁점으로 부각되는 양상마저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두 강대국이 글로벌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중 양국과 밀접한 안보동맹과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디지털 패권경쟁’의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중 디지털 패권경쟁의 양상을 3개 범주, 10대 이슈로 나누어 살펴본다.
미중 기술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갈등
최근 미중 기술경쟁의 가장 큰 현안은 반도체다. 미국의 원천기술이 전세계 거의 모든 반도체에 사용되는 가운데 최근 쟁점이 된 것은 파운드리이다. 이 분야에서 미세 가공기술을 갖춘 업체는 계속 감소하여 현재 7나노급 이하의 최첨단 미세 가공이 가능한 곳은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 미국의 인텔뿐이다. 여기에 중국이 추격 중이지만 중국 업체인 SMIC는 14나노급만 가능하다. 중국의 낮은 반도체 자급률도 문제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45%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도체 수입액은 원유 수입액을 상회한다. 이에 ‘중국 제조 2025’는 70% 자급률의 목표를 내걸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를 대중국 압박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5G통신장비 문제로 논란이 된 화웨이의 공급망을 차단하기 위해서 TSMC를 압박하고 SMIC를 제재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기존의 대중국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 비중이 44% 밖에 안 되는 반도체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쇼어링을 추구하는 한편, 미국의 반도체 기술혁신과 생산역량 증대를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반도체 기술역량을 강화하는 지원책 확대로 맞섰다. 2020년 8월 중국 국무원이 반도체 산업 진흥책을 발표한 데 이어, 2021년 3월에는 실행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반도체와 함께 쟁점이 된 분야는 배터리, 전기차, 친환경 소재 등과 같은 이른바 그린테크(GreenTech)이다. 반도체와는 달리 배터리 분야는 중국 업체들이 앞서가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 34.9%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2위인 한국(36.2%)을 제쳤다. 그러나 배터리는 기술력보다는 생산력이 중요한 분야인 데다 반도체만큼 업체간 기술격차도 크지 않고 대체기술이 나올 가능성이 큰 분야라는 점이 향후 중국의 우위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은 170만 대, 북미는 50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중국의 희토류 생산은 전 세계의 약 80%를 차지하고, 친환경 소재 및 물질의 점유율도 약 45%이다.
이들 분야는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여서 미중 갈등이 악화될 경우 미국의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자동차 사업에서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소재의 자국 내 개발 및 생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2050년 탄소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재와 물질에 대한 수요가 약 6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 일본, EU 등과 그린테크 공급망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에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본격 진입이 변수가 될 것이다. 다만 여타 분야와 달리 그린테크는 미중 협력도 매우 필요한 분야여서 안보 이슈를 제외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기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바이오·제약 기술경쟁이 세간의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의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에서 드러났듯이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10배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 mRNA 방식과 같은 기술혁신도 유발되었다. 이 분야의 미중 경쟁도 치열히 전개되어 미국은 화이자 이외에도 모더나, 노바백스, 얀센 등을 개발했고 중국은 시노백, 시노팜, 칸시노 등을 개발했다. 그러나 중국 백신의 안전성과 그 개발과정, 특히 임상시험의 불투명성은 논란거리다. 미중 간에는 코로나19 백신외교 경쟁도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리더십 공백을 드러냈던 미중이 백신의 전략적 배분을 통해 리더십 회복을 위한 경쟁을 벌인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오·제약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도 불거졌다. 미국은 의료장비와 의약품 생산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의료장비나 부품이 미국 수입에서 큰 비중 차지하는데 초음파 진단기기에서는 2018년 기준 22%가 중국산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료의약품 공급 지연이 발생하면서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100일 공급망 검토’에 제약 산업을 포함시켰다. 미국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중국의 공격적 R&D 투자, 자체적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 규제철폐 정책 등으로 인해 미중 간 바이오·제약 분야 기술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전개
최근 미중 경쟁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한 기술경쟁의 양상을 넘어 플랫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또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예전부터 표준 경쟁 또는 플랫폼 경쟁의 주요 대상이었다. 오늘날에도 미중 양국은 미래 국가전략 차원에서 AI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AI이니셔티브’나 ‘AI국가안보위원회(NSCAI)’ 등을 통해 적극적인 AI전략을 선보였고, 중국도 군민융합 차원에서 AI기술 우위 확보에 주력하고있다. AI분야에서 미국은 원천기술, 중국은 응용기술에서 우세라는 평가다. AI플랫폼 경쟁의 양상은 미국의 GAFA가 오픈소스 개발플랫폼 및 범용플랫폼을 제공하며 경쟁의 판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은 BAT 등이 국내의 방대한 로컬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적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AI분야에서 미중 갈등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것은 아니다. 기술혁신에 먼저 치중하고 제재는 나중에 하자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러나 만약에 미국이 AI분야의 설계·장비·전문기술의 수출을 통제한다면, 장차 큰 갈등 거리가 될 수 있다. 최근 AI규제 정책·윤리 등을 놓고 양국 간의 마찰이 빚어진 바 있다. 2019년 10월 미국이 인권 탄압과 국가안보 등을 빌미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불법 감시에 연루된 지방정부 20곳과 기업 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여기에는 센스타임, 메그비, 이투 등 중국의 대표적 안면인식 AI기업이 포함되었다. 한편 2020년 하반기 틱톡의 미국 시장 퇴출 논란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장차 미중 기업 간에 디지털 콘텐츠 추천 AI알고리즘을 둘러싼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는 AI를 활용하여 이미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경쟁의 핵심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담아내는 인프라가 클라우드 컴퓨팅이고, 이런 점에서 클라우드 시장 경쟁은 데이터 플랫폼 경쟁을 의미한다. 글로벌 클라우드 분야는 아마존 AWS, MS애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3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 중국 클라우드 기업들도 급속히 성장하며 추격하고 있다. 그중 알리바바가 선두인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아시아로 확대 중이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중국 내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거대 테크기업들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전략을 추구하지만, 2010년의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와 2017년의 클라우드 온리(Cloud Only)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정부도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국가 주도의 보호 주의적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미중 양국 간 대립의 핵심에는 데이터 국지화(Localization) 또는 데이터 주권의 이슈가 있다. 미국과 중국은 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 데이터의 초국적 이동과 데이터의 국지화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최근에는 데이터 안보 이슈가 쟁점이다. 미국은 2020년 제시한 ‘클린 네트워크’ 구상 일부로서 ‘클린 클라우드’를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중국이 독자적인 클라우드 역량 구축의 행보를 자극했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미국 클라우드 기업의 자국 시장 진입을 제한해 왔는데, 2017년「네트워크안전법」에 이어 2020년「데이터보안법」의 제정 시도를 통해서 이를 강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데이터 해외 유출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플랫폼 경쟁은 오프라인 공간까지도 포함하는 이커머스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분야의 선두 기업은 아마존 AWS다. 그러나 아마존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2019년 7월 중국 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중국 이커머스 시장은 알리바바가 점유율 61%로 장악했는데, 거대한 플랫폼을 수립하는 차원을 넘어서 생활전반에 걸쳐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2016년부터 알리바바는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동남아 지역 사업에 중국의 사업모델을 적용한 데 이어, 일대일로 구상의 대상 국가들을 상대로 넓혀가고 있다. 장차 북미와 유럽 및 일본을 점령한 아마존의 권역과 동남아 및 기타 일대일로 대상 지역을 겨냥한 알리바바 권역의 충돌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경쟁과 연동되어 핀테크(FinTech), 특히 모바일 간편결제 분야에서도 미중 양국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결제는 미국의 페이팔이 원조이지만, QR코드나 안면인식 결제 등을 활용한 핀테크 분야는 중국이 앞서갔다. 중국인의 90% 이상이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사용한다. 알리페이는 신용카드 보급이 더딘 동남아 지역으로도 확장했다. 이러한 중국의 기세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2018년 CFIUS가 앤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를 제지하더니, 2020년 들어서는 앤트그룹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며 제재의 칼을 뽑아 들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러한 미중 핀테크 갈등의 기저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 신용카드 기반 SWIFT 시스템에 대한 중국 CIPS 시스템의 도전이 자리를 잡고 있다.
미중 디지털 플랫폼 경쟁의 불꽃은 2020년 후반기에 SNS 분야로 옮겨 붙었다. 미국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광고 기반의 ‘개방형 SNS 플랫폼’ 모델로 시장을 주도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분야에서 유튜브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정부는 2003년부터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주요 SNS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 사이 중국 텐센트의 위챗이 일종의 ‘폐쇄형 메신저 플랫폼’을 앞세워 온라인 종합백화점과 같은 매우 폭넓은 비즈니스를 전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통한 해외시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2020년 9월 미국 정부는 바이트댄스의 틱톡이나 텐센트의 위챗에 대한 사용 금지를 시도하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특히 OTT 경쟁에서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시네매치 알고리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등을 내세우며 앞서가고 있다. 여기에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내세운 디즈니 플러스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중국에서는 아이치이, 유쿠, 텐센트비디오 등의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BAT는 영화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들 중국 기업은 단순 콘텐츠 공급모델을 넘어서 인터넷 커뮤니티형 모델을 추구한다. 최근 중국 시장의 포화로 인해 동남아와 같은 해외시장에서 미중이 경쟁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사용자들의 시간을 확보하는 경쟁의 전개라는 차원에서 디지털 게임 비즈니스는 OTT 서비스의 가장 큰 경쟁자로 손꼽힌다. 콘솔게임 분야는 MS·소니·닌텐도 등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 분야의 신흥강자는 중국, 특히 텐센트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미국 플랫폼 기업들도 적극 진출 중이다. 2020년 CFIUS는 라이엇게임즈와 에픽게임즈에 개인정보 처리 내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러한 행보는 이들 업체의 지분을 보유한 텐센트에 대한 제재의 전주곡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기술경쟁의 안보화와 미중 지정학 경쟁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경쟁 또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최근 부쩍 국가안보의 렌즈를 통해서 해석되고 있다. 5G는 통신인프라와 산업 및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놓고 양국이 벌인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 분야이다.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5G 기술의 선두주자인데, 2017년 기준으로 화웨이의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28%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화웨이의 기술적 공세에 대해 미국은 사이버 안보 또는 데이터 안보 문제를 빌미로 제재를 가했다. 오랜 역사를 갖는 미국과 화웨이의 갈등은 2018년에 재점화되어 그해 12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체포로 절정에 달했다. 2019~2020년에는 화웨이 공급망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이어졌다.
화웨이 사태의 특징은 사이버 안보 분야의 동맹외교와 밀접히 연계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전선에 ‘파이브 아이즈’로 알려진 미국의 동맹국들이 동참했다가 분열되고 다시 결집하는 행보를 반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추진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다차원적인 국제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일대일로 구상의 대상인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외교 추진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들을 대상으로 5G 네트워크 장비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였다. 화웨이는 사업 분야를 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다변화했으며, 중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5G 경쟁의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적 대응책도 모색하고 있다.
우주 분야의 미중 경쟁도 큰 쟁점이다.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의 도전적 행보가 이어졌는데, 중국 최초 유인우주선 선저우5호 발사(2003), ASAT실험 성공(2007), 우주-사이버-전자 통합 ‘전략지원군’ 창설(2016), 양자통신위성 발사(2016), 우주정거장 텐궁2호(2016), 창어4호 달뒷면 탐사(2019),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 마무리(2020). 텐원1호 화성 착륙(2021), 중국 로켓 창정5B호 추락(2021) 등이 그 사례들이다. 우주굴기로 알려진 중국의 행보에 대응하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주군 창설(2019)을 포함한 우주정책을 가속했다. 특히 2025년까지 인류 최초의 달기지 건설(5년이내에 유인화)을 목표로 한 중국과 경쟁하며, 미국은 유인 달탐사와 달 연구기지 건설을 포함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2024년까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화성우주헬기(인저뉴어티) 비행에서도 나타났듯이 최근에는 화성 탐사 경쟁도 벌이고 있다.
우주 분야의 미중 경쟁은 민간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상업화 관련 분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뉴스페이스(New Space)로 알려진 우주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는 미중 우주경쟁의 새로운 차원을 엿보게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인한 위성활용 서비스, 위성항법시스템, 우주영상 및 데이터활용 서비스 등의 활성화 과정에서도 미중 두 나라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20년 10월 55번째의 베이더우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미국의 전 지구적 위성항법시스템에 상응하는 자체적인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일대일로 대상국들을 대상으로 하여 베이더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주 분야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군사기술, 이른바 밀리테크(MiliTech) 분야의 미중 경쟁에도 주목해야 한다. 민간 AI기술경쟁과 더불어 AI·로봇기술을 적용한 자율무기체계(AWS)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14년 11월 이후 미국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서 ‘3차 상쇄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2017년 10월 제19차 당대회 이후 군민융합 차원에서 현대화된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전략군 등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사이버-물리 시스템(CPS)의 구축이나 제조-서비스 융합 등도 미중 경쟁의 중요한 항목이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민군 겸용(dual-use) 기술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양국의 군사혁신 모델 경쟁도 진행 중이다.
전통적으로 군사안보 분야의 첨단기술은 다자 또는 양자 차원의 수출통제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범위가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이다. 미중 기술 갈등의 맥락에서 미국의 제재는 중국의 민간기업에 대한 제재에까지 확장되었다. 예를 들어, 2021년 6월 미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핵, 항공, 석유, 반도체, 감시기술 분야 59개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첨단분야 민군 겸용 기술의 수입규제와 연계된 ‘정치화’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데이터 유출과 감시를 이유로 중국의 민간기업인 DJI의 드론을 ‘잠재적 위협’이라고 경고하며 군사시설 주변에서 사용을 금지했고, 미군 기지에 하이크비전, 다후아 등 중국 기업이 납품한 CCTV의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래 권력이 걸린 미중 경쟁 속에서
2018년부터 2019~2020년을 달구었던 화웨이 사태는 미중 패권경쟁에서 첨단기술과 사이버 안보 문제가 지닌 국제정치학적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게다가 한국에도 불똥이 튀면서 5G통신장비 도입 문제가 단순한 기술·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외교·안보적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래 국력을 좌우할 첨단기술 분야의 미중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사이버 동맹외교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도 이에 맞서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전략적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 사태와 같은 도전이 다시 한번 제기된다면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까? 이 글에서 살펴본 3개 범주, 10대 이슈들은 모두 이러한 종류의 고민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좀 더 면밀한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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