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도입과 은행 산업; 진화(evolution)냐? 혁명(revolution)이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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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세기에 들어 전세계적으로 촌각을 다투며 진보하는 정보통신(IT) 및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은행 산업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거래 시스템에도 괄목할 만한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외 금융 네트워크를 통한 각종 ‘지급·결제(payment and settlement)’ 시스템의 발전은 가장 전형적인 분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어느 나라에서는 ‘현금(cash)’ 사용이 급격히 감소하자, 일상 생활에서 아예 ‘현금’ 사용을 배제하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Covid-19 팬데믹 사태라는 글로벌 재앙을 겪는 동안에 비대면 경제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현찰을 사용하지 않는(cashless, contactless) 지급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Bitcoin’, Facebook의 Libra 등, 암호화폐(Cryptocurrencies)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안전하고, 원장(ledger)에 기록되어 추적이 가능하고,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는 자금 이체 수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왔다. 이에 자극되어,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들이 법정통화(fiat money) 및 금융, 경제 전반에 가져올 잠재적 충격에 대비하는 등, 다양한 동기와 목적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CBDC란, 특정 국가의 ‘법정통화(fiat currency)를 가상적 형태(virtual format)로 발행하는 것’으로, 금융 당국이 발행, 규제하는 ‘전자 기록(electronic records)’ 혹은 ‘디지털 토큰(digital token)’ 형태를 가지게 된다. 아직은 선두 주자인 나라들 경우에도 초기 실험 단계에 있고, 대부분 국가들이 연구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아직 정형화된 CBDC 형태가 정립돼 있는 것은 아니나, 향후 대다수 국가들이 CBDC 도입을 본격화하는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통상 전반에 전례가 없는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올 것은 분명하다. 아래에, 그간 알려진 관련 연구 검토 사례들을 정리해서 일반의 CBDC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 각국 중앙은행들이 실험, 도입 검토 중인 다양한 CBDC 유형들
사실,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 도입을 위한 연구 검토 및 초기 실험을 시작한 것은 이미 몇 해 전부터의 일이다. Bitcoin을 위시한 암호화폐들이 일상의 모든 경제적 거래에서 단일 주권(主權)이 복잡하게 규제하는 기존 통화 형태를 벗어난, 그리고 국경을 넘어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는 ‘대체적(代替的) 통화제도(alternate currency system)’를 표방하고 나서자, 일반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에 자극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들 암호화폐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전세계적인 생태계가 급속히 형성되자, 각국은 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CBDC의 도입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처지에 따라 관심도는 다양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아직 암호화폐 영역이 기존 정통 금융 인프라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기존의 금융 질서를 단순화시키거나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선제적인 대응 수단으로 자체적인 디지털 통화의 개발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차이점은, CBDC는 암호화폐와 달리 해당 정부의 보증을 받는 법정통화이고, 운용 기반도 반드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80여개국이 CBDC의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가운데 전형적인 사례가 스웨덴 중앙은행 Riksbank로, 국민들의 일상 거래에서 ‘현금’ 사용이 급격히 감소하자, 대체적 지급 수단으로 공식 통화인 크로나화(krona貨)를 전자식 버전으로 발행하는 ‘e-krona’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도, 신중한 검토 끝에, 최근 연준(FRB) 주도로 국내 지급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CBDC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각국이 도입하려는 CBDC의 형태는, 우선 거래에 관여하는 주체들의 범위를 기준으로, 크게 나누어 ‘도매 혹은 은행 간(wholesale) CBDCs’ 또는 ‘소매 혹은 범용(retail) CBDCs’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소매 CBDC’는 다시 접근성 혀용 방식에 따라 ‘전자 지갑’을 통해 현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가치 혹은 현금 기반 접근 방법(value, cash-based access)’과 은행 구좌처럼 이용할 수 있는 ‘토큰 혹은 계좌 기반 방법(token, account based)’ 두 가지 변형을 상정할 수가 있다. 단, 이들 다양한 형태는 서로 배타적이기 보다 함께 병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관점은, 나라마다 CBDC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과 목적이 제각각 상이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방대한 인구 규모에 비해 기존의 금융 인프라가 지극히 열악해서 CBDC 도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금융 서비스 제공 영역(financial inclusion)을 대폭 확장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에 공통된 컨센서스는 CBDC가 해당국 법정통화를 ‘일반적으로’ 대표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기존 법정통화의 원초적 역할인 거래 단위가 되고, 가치의 저장 수단이 되며, 일상의 교환 중개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나라도 전면적으로 CBDC를 도입, 통용하고 있지 않다. 다만, 스웨덴, 영국,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실험적 통용 단계 전후에 있다. 따라서, 향후 실험적 통용 결과로 발견될 많은 문제점 혹은 교훈을 얻을 것이다. 이에 자극을 받아,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오던 미 연준도, 최근, CBDC 형태의 새로운 달러화(貨) 발행을 위한 본격적인 예비 검토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CBDC 도입에 가장 앞선 중국의 ‘e-Yuan(DCEP)’ 실험 배경과 현황
현 시점에서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고, 선두에 있는 나라는 이미 실험적 통용에 들어간 중국이다. 중국 중앙은행 중국인민은행(PBoC)은 작년에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는 플랜명으로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위한 중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나아가, 일부 주변국들과 협조하며 국경을 넘은 지급 결제 시스템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구체적으로, 작년 4월 이후 4대 도시 지역에서 시험에 들어가, 예를 들면, 쑤저우(蘇州) 지역 근로자들은 급여 일부를 DCEP로 받았고, 선전(深玔) 지역에서는 복권 당첨자들에게 DCEP로 지급했다. 상점 주인들은 어떤 형식의 디지털 방식으로 결제를 받는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DCEP도 반드시 받게 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2년 동계 올림픽에 맞춰 DCEP 사용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베이징, 상하이를 포함하고, 홍콩도 국경을 넘은 지급 결제를 시험하기 위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 시험 운용에 들어간 DCEP 플랜은 중국 유일의 ‘법정 디지털 통화’이고, 두 단계(two-tier)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상업은행들(non-banks 포함) 및 Alibaba, Tencent 등 기술기업 포함)이 최종 사용자와 중앙은행을 연결하는 중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중요한 점은, DCEP는 분산형(decentralized) 암호화폐가 아니고,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중앙집중식으로 통제하는 네트워크 상에서 운용되는 점이다. 따라서, DCEP 거래자 익명성(匿名性)이 보장된 것이 아니다.
중국이 디지털 통화 도입에 선구자로 나선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텐센트의 ‘WeChatPay’, 알리바바의 ‘AliPay’ 등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는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전자 결제(e-Payment) 시스템이 일찌감치 정착됐다. 따라서, 중국이 CBDC 도입을 서두른 것은 이들 전자 결제 시스템이 중국 경제에서 강력하고 확고한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 이른 것에 대한 정면적인 대응이다. 민간 부문에서 디지털 결제를 통한 새로운 통화의 도입에 성공하자, 중국 정부는 ‘통화발행익(seigniorage)’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위안화’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느끼고 DCEP 도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디지털 위안화 도입은 몇 가지 다른 관점에서 큰 매력을 가진 결정이었다. 첫째, 정부 차원에서 거시 경제의 통제에 유용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요 조절을 위한 금융 및 재정 정책 시행에서 금리 수단보다는 통화의 직접 발행이 더욱 효과적인 것이다. 둘째, 정부의 거시적 사회 통제 수단으로 유용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위안화 발행으로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미 달러화와 글로벌 통화 패권 경쟁에서 대미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줄 충격 등 DCEP를 선구적으로 도입함에 따른 리스크도 함께 부담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 BIS 작업 팀이 제시하는 CBDC 도입에 따른 ‘3 가지 공통 원칙’
한편, 이렇게 중국 및 일부 소규모 경제의 개도국들이 앞장서 CBDC 도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국가들도 자국 고유의 CBDC 도입을 위한 연구 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는 있으나, 보다 신중한 자세다. 그런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 주도로 영국, EU, 일본,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미국 등 중앙은행들이 참여한 협업 팀이 CBDC 도입의 전형적 모델 구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다국적 협업 작업 팀이 발표한 보고서(CBDC; foundational principles and core features, 2020. 10. 8.)의 핵심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지난 수 백년 간 각국 중앙은행들이 ‘신인(信認)된’ 통화를 발행함으로써 거래 단위, 가치 저장, 교환 매개 등의 수단을 제공하는 ‘공공재(public good)’를 창출해 온 역사를 전제했다. 그리고, 지금 급격한 기술 진보로 현금 사용이 급감하는 한편, 간편하고 유용한 디지털 지급 수단이 대거 출현하는 환경에서, 일반 대중이 사용할 ‘디지털 통화’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CBDC 설계, 관련 인프라 구축, 발행 일정 등은 어디까지나 주권(sovereign)상 결정이며, 단지, 각국 공통의 필수 원칙 및 핵심 양태 등에 대한 이해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CBDC 도입과 관련한 3 가지 원칙으로는, 첫째, “기존 통화 및 금융 안정을 유지할 것(Do no harm)”;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을 위해 기존의 통화 및 금융의 안정을 해쳐서는 안되고. 둘째, “기존 통화와 공존(Coexistence)”; CBDC는 기존 법정통화와 배타적이기보다 병존하거나 상호 보완하는 것이어야 하고, 셋째, “혁신 및 효율성(Innovation and efficiency)”; CBDC 도입을 통해 경쟁과 혁신을 조장하고 지급 결제 시스템의 효율을 증진하는 것이 될 것을 제시했다.
또한, CBDC에 구현될 핵심적 특성으로, ① 도구적 특성으로, 기존 현금 및 민간 화폐들과 교환이 가능할 것; 현행 현금처럼 사용에 편리하고, POS, P2P 등 거래에서 충분히 수용가능할 것, 최종 사용자들이 비용이 없거나 저비용으로 사용가능할 것, ② 시스템적 특성으로, △사이버 공격에 안전할 것 △최종 결제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것 △운용 상 오류로부터 즉각 회복 가능할 것△24시간/주7일/365일 사용 가능할 것 △모든 경제 거래에 활용될 수 있을 것 △경제 확대에 대응할 충분한 규모의 확대가 가능할 것 △ 민간 지급 결제 시스템과 호환적으로 작동할 것 △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것, 그리고, ③ 제도적 특성으로 △중앙은행은 CBDC 발행과 관련한 확실한 권한을 확립할 것 △ 인프라 및 참여 주체들이 CBDC 통화의 자금 이체, 저장 및 보관 등과 관련하여 적합한 규제 기준을 충족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동 보고서는 CBDC 도입은, 대중의 일상 경제 활동에 디지털화가 급격히 확산하는 현 시점에서, 중앙은행들에게 통화 및 금융 정책의 핵심이 되는 대중 ‘신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중앙은행들은 CBDC 도입을 추진함에 있어서, 공공의 신인 유지를 위해 ‘주의깊게, 공개적으로, 그리고 협업적 방법으로(cautiously, openly and collaboratively)’ 실행할 것을 강조했다.
이 작업에 참여했던 BIS 카스텐(Agustin Carstens, General Manager BIS)씨는 CBDC는 중앙은행 통화의 기술 진보의 전형이고, 이의 도입으로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걸맞는 안전하고, 중립적이고, 최종적인 결제 수단을 제공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향후 소매(retail; 개별 주체 간 거래 결제) CBDC는 현재 민간 부문이 제공하는 실시간 자금 이체를 통한 ‘신속 결제 시스템’ 및 이들을 지원할 ’24시간/주7일/365일 운용되는 도매(wholesale; 은행 간 거래) CBDC 시스템과 항시적으로 결합되어, 현행 지급 결제 시스템의 혁신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 CBDC 도입의 ‘비용 vs 이익’ 예시; 경제 시스템에 가져올 영향들
BIS 작업팀은 앞서 소개한 보고서에서 CBDC를 도입할 경우에 고려할 요소들을, 디자인 측면 및 기술적 측면으로 구분해서 예시하고 있다. 우선, ① 디자인 선택에서는 도구(instrument) 디자인 구상에서 두 가지의 기초적이고 보완적인 요소들로, ‘예금 구좌’ 처럼 이자 지불 형태로 할 것인가, 그리고 ‘현금 형’으로 발행할 경우에 개인 보유 한도를 설정할지 여부다. 다음으로, ② 거래 기록의 핵심이 될 원장(ledger) 디자인에서, 중앙집중형으로 할지, 분산형으로 구상할지의 선택이다.
어느 경우에도, 원장 디자인의 경우 고려할 5 가지 요소로는 원장의 구조, 거래 진위 확인, 기능성, 접근성, 지배구조 등이다. ③ 유인(incentive) 디자인에서는, CBDC 운용과 관련한 자본적 지출 및 비용 부담을 관련 주체들 간에 분배하는 문제이다. 중앙은행이 원활한 공공재 창출 기능을 수행한다는 목적 및 ‘통화발행익(seigniorage)’을 감안해서 비용을 전담하면 사용료의 부과를 회피할 수가 있다.
이들 요소들을 감안하면, CBDC 도입에는 이에 따르는 비용(costs) 부담과 기대되는 이익(benefits)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CBDC 도입으로 기대되는 이익은 무엇보다도, 금융 서비스 제공 영역을 확대시키는 한편 거래를 단순화하여 정부의 금융 및 재정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동시에, 주로 통화의 발행, 관련 규제 및 감독 등 업무가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에 의해 중앙집중식으로 실행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도 상정할 수가 있다.
우선 구체적인 이익으로는 ① 통화 정책 집행 용이; 중개 은행을 통한 방식과 달리, 중앙은행이 경제 내 통화를 직접 살포함으로써 통화 정책 집행이 용이, ② 해외 자금 이체 편리성; 해외 자금 이체를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어 송금 업무가 혁명적으로 개선, ③ 제3자 리스크 완화; 금융기관들을 매개로 하는 자금 결재 절차에 따르는 리스크를 해소, ④ 익명 거래 처리로 거래자 신분 보호; 현찰 거래와 마찬가지로 익명 거래가 가능해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능, ⑤ 금융 서비스 제공 영역 확대; 특히, 저개발국 등에서, 금융 서비스 소외 국민들에 서비스 제공 영역을 확장할 수 있고, ⑥ 정부 역할의 효율성 증대; 정부의 제반 역할에서 노력 절감을 통한 효율성 제고 가능성, ⑦ 불법 거래 방지 기능; 모든 거래가 디지털 형식으로 기록을 남겨서 불법 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기대된다.
반면, CBDC의 운영이, 이 제도의 속성 상, 주로 중앙은행에 의해 중앙집중적 방식으로 실행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불이익도 상정된다. 구체적으로는 ① 중앙 집중처리에 따른 문제; 미 연준 등 중앙 정부 당국이 일반인 및 은행들의 거래 관련 데이터를 총괄하게 되는 점, ② 잠재적 개인 프라이버시 위험; 중앙 집중 처리하는 당국이 거래자들의 디지털 신분 확인 정보를 독점함에 따른 위험성, ③ 법률적, 감독자 문제; CBDC의 경제 내에서의 역할 정립 및 규제 주체 문제, ④ 경제적 강국이 발행하는 CBDC가 약소국 통화 침해 가능성; 예를 들어, 미국 디지털 달러화가 에쿠아도르 CBDC를 대체할 위험성 등 다양한 잠재적 불이익을 가지고 있다.
■ CBDC와 겨루게 될 ‘기존 법정통화’, ‘통화 정책’ 그리고 ‘암호화폐’
결국, CBDC의 도입은 중앙은행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이에 따른 보유 자산 및 부채 규모나 구성을 선택하게 될 것이나, 이런 선택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상정되는 영역은 주로 기존의 법정통화(fiat money) 영역, 자유재량적 정책(discretionary policies), 암호화폐(cryptocurrencies) 등으로 상정할 수 있다.
우선 법정통화 측면을 살펴보면 현행 법정통화 운용은 전적으로 중앙은행의 ‘신인(信認)’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1930년대 금본위 제도가 붕괴된 이후 독립적인 중앙은행은 아무런 외부 연계(anchors)가 없이 물가안정 책임을 가지고 자유재량적으로 통화 공급을 결정해 온 것이다. 그러나, 금융이 불안정해지고 심지어 위기 상황이 빈발하자 이러한 자유재량적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는 희박해지게 됐고, 심지어는 공식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급기야, 종전의 중앙집중식 통제를 벗어난 분산기장형 혁신적 지급 수단인 민간 발행 암호화폐가 등장했고, 글로벌 영역에서 채택될 것을 주장하며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하는 빌미를 주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중앙은행의 통화에 대한 ‘신인’에 도전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는 중앙은행들이 나서서 CBDC 발행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아직은 CBDC와 암호화폐 간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미 연준(FRB) 파월(Jerome Powell) 의장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각국이 통화의 기본적 역할에 대한 정의에 보다 근사한 중앙은행 주도의 CBDC 도입이 본격화되면 지금 거대한 글로벌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암호화폐들은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CBDC 도입은 이에 따른 기대 이익과 예상되는 비용 요인들을 적절히 조정해야 하는 ’trade-off’ 관계가 될 것이다. 여기서, 중앙은행들이 가장 고심해야 할 관점은 토큰형(token based)이냐 계좌형(account-based)이냐를 불문하고, 익명성(anonymity)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불법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다분한 불투명한 통화를 발행하는 것은 수용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취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계좌형 CBDC이다.
그럴 경우에는, 이런 형태의 CBDC 도입으로 전체 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미칠 엄청난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모든 최종사용자들(end users)의 계좌를 관리하는 형태로 운용하게 되면, 종전의 중앙은행 기능을 훨씬 넘어서 일반 대중을 향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민간 주체들에 직접 여신(credit)을 제공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은 현 중앙은행 패러다임과 비교하면 가히 ‘혁명적’ 변화가 되는 셈이다.
■ CBDC와 상업은행들; 진화(Evolution)냐? 혁명(Revolution)이냐?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CBDC 도입과 관련해서 상정되는 각종 부작용(drawbacks)을 감안하면, 당장 CBDC 도입을 고려할 수 있는 나라들은 대체로 신용카드 등 대체(代替) 지급 수단이 널리 확산되어 ‘현금(cash)’ 사용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한 나라들로, 이미 일상 거래에 ‘현금[現札]’ 사용을 금지한 스웨덴이 꼽힌다. 아니면, 경제 규모가 대단히 소규모라서 도입 및 운용 절차가 지극히 간편한 나라들로, 최근 Ecuador, Tunisia, Senegal, Estonia 등이 CBDC 도입을 선언했다.
그런 점에서, 아직은 향후 주류 형태의 CBDC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출현되고, 어떻게 작동할 지는 예단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향후 CBDC 도입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급속도로 진행될 것만은 분명하다. 아울러, CBDC가 어떤 형태로 도입되더라도, 기존 통화 및 금융 시스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몰고올 것도 확실히 예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업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 전체의 기존 영업 행태에 혁명적인 변혁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특히, Covid-19 글로벌 재앙을 겪는 과정에서, 비대면(非對面) 경제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현찰 사용을 배제한 비대면 지급(cashless, contactless payments)’이 극적으로 늘어나자, 각국 중앙은행들의 디지털 화폐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렇게, CBDC 논의가 가속되는 배경에는 단순히 디지털 지급 수단 도입 논의에 그치지 않고,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새로운 강력한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가지고 있다. CBDC 도입으로 개인 및 기업 등, 일반 주체들에 현금 공급 및 대출이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 그룹은 작년 9월 다국적 논단 OMFIF의 디지털 통화 전문팀과 공동으로 개최한 ING DMI Digital Forum 웨비나에서, CBDC 도입이 본격화되면 상업은행들이 당면할 주요 핵심 이슈들을 제기한 적이 있다. 여기서는, 우선 CBDC 도입과 관련해서 중앙은행, 상업은행 및 기술기업들이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고, 非은행(non-bank) 금융기업들도 CBDC 운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비나 참가자들은 CBDC 도입에 따른 이득(benefits)이 정통 상업은행들의 비지니스 모델, 경영 전략 및 운영에 관한 리스크보다 훨씬 크다는 견해에 일치했다.
ING 보고서는 웨비나 참가자들의 컨센서스는 ‘중층구조 모델(Two-Tier Model)’의 CBDC 도입을 전제로, 중앙은행이 상업은행들에게 디지털 통화를 분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시나리오 하에서는 CBDC 도입으로 상업은행 및 금융 시스템 전반에 주는 충격은 최소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단, 기업 및 가계에 대한 대출 제공 및 금리 부리 문제 및 예금 제공의 어려움 등은 여전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은행 산업 보호가 궁극적인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CBDC 도입에 즈음해서 ‘금융 안정’이라는 과제는 더욱 중요한 목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은행들에는 ‘소매형 CBDC’보다 ‘도매형 CBDC’가 타격이 적어”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CBDC를 도입할 것인가는 각 중앙은행이 추구하는 고유의 목적과 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종전의 지급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목적 외에도, 금융 서비스 제공 영역의 확장이나, 금융 범죄 혹은 지하 경제를 방지할 목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민간과 공적 부문이 각자 어떤 영역으로 역할을 분담할 것인가에 집중될 것이다.
최근까지 상업은행들은 CBDC 도입 움직임과 관련해서 중앙은행들이 소위 은행간 거래 영역에 도입되는 ‘도매형(whole) CBDC’에 집중할 것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검토해 왔다. 이런 은행간 거래 형태의 CBDC 도입에 따라, 참여하는 금융 기업들은 국경을 넘은 지급 절차가 단순하게 개선되어 거래 속도가 빨라질뿐만 아니라, 거래 비용도 절감되고, 거래 과정에 오류 가능성도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은행들로서는, 무엇보다도 예상되는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 많은 중앙은행들은 소위 ‘소매형(retail) CBDC’ 도입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만일 중앙은행이 이런 소매 형태의 CBDC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그 결과로 은행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것이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일반 경제 주체들이 자유로이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일부 상업은행들의 업무가 중앙은행에 의해 인수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리스크 없는 새로운 통화’ CBDC의 창설은 경제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는 것이기는 하나, 중앙은행, 상업은행 및 금융시장에는 새로운 도전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상업은행들은, 중앙은행은 물론, 거대 기술기업들과도 생존 여부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소매형(retail) CBDC에서 가장 핵심적인 선택은 과연 ‘디지털 토큰(token based’ 형태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구좌(account based) 형태’를 취할 것인가, 여부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슈는 중앙은행들이 새로 도입하는 CBDC를 직접 공급할지 아니면 상업은행 등 중개 기관들을 경유해서 공급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상업은행들에게는, 가장 순수한 형태인 ‘구좌형’ CBDC를 도입해서 중앙은행이 직접 일반 경제 주체들에게 통화를 공급하는 경우가 타격이 가장 클 전망이다.
이 경우, 상업은행들이 중앙은행을 상대로 대출 영업의 원자(原資)가 될 예금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은행이 CBDC에 이자를 부리(附利)하는 경우에는 경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대출 영역도 마찬가지다. 또한, 만일 은행 예금 인출(bank run)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 중앙은행이 ‘최후의 대출자’로써 은행들에게 대출을 지원할지 여부도 핵심적 선택 과제가 될 것이다.
■ “은행들, 혁명적 환경 변화에 새로운 비전과 전략으로 대비해야”
그러나, 가령, 중앙은행이 일반 주체들을 직접 상대하는 ‘소매형 CBDC’ 형태로 도입하려고 결정한다고 해도, 당분간 중앙은행 스스로 이러한 리테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형편이라서 상업은행들의 핵심 업무 영역을 단시일에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중앙은행들은 CBDC를 상업은행들을 통해 공급하는 채널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안이 중앙은행들 스스로 신용카드 발급, 투자 상품 제공 등 대고객 리테일 금융 서비스 제공 태세를 갖추기 위한 설비 및 운영 체제를 구비하는 데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 인력, 그리고 관련 리스크를 피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원리적으로는, ‘토큰형 CBDC’가 실제로는 ‘디지털화(化)된 현금’인 셈이어서 원장(ledger)을 통한 확인 기록 및 유지 관리에 따른 부담이 없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가장 적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비(非)금융 ‘Big Tech’ 기업들(Facebook의 ‘Libro’ 처럼)을 금융 영역에 일원으로 참여시키는 경우에는, 은행들은 이미 극심한 경쟁으로 마진이 축소되고 있는 마당에, 대고객 관계에서 더욱 힘든 도전에 직면하게 되고 이익 기회는 더욱 축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CBDC의 도입은 상업은행들에게는 장래의 운명이 걸린 가장 심각한 경영전략 상의 과제를 안겨주게 될 것이다.
최근, 블록체인(Blockchain) 및 일부 국가 CBDC 관련 논의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Accenture사의 한 전문가(John Velissarios, MD)는 지금 전세계 80% 이상의 중앙은행들이 진행하고 있는 CBDC 도입 논의는 “이전에 없던 혁신적 상황” 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상업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고유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상업은행들은 이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일반 고객들을 상대할 업무 전개 태세, 서비스를 제공할 플랫폼 구축 및 유지 관리 능력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주체도 상업은행들보다 나은 대응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각국은 주로 토큰(token) 기반의 소매형 CBDC와 은행 간 거래 영역의 도매형 CBDC를 병행하는 ‘이중 구조의 금융 시스템(two-Tier banking system)이 유지될 것으로 상정했다. 아울러, 상업은행들은 당면한 급변하는 대세에 순응하는 혁신적인 경영 전략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CBDC 도입으로 경제, 금융 분야에 전개될 새로운 시대에, 은행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새로운 태세를 갖출 것을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대응 방안으로 첫째, 향후 CBDC 도입 진척 상황을 정밀 추적하면서 은행 경영 비젼을 일신하고 새로운 전략을 정립할 것, 둘째, 새로운 경영 인프라를 구축할 것, 셋째, 대고객 접점(POS)에서 백오피스(back office)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의 광범한 수요 변화에 즉응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 넷째, 혁신적 금융 서비스 상품들을 개발할 것 등을 제시했다. 상업은행들은 바야흐로, CBDC 도입이라는 혁명적인 지각 변동에 즈음해서, 이런 대세에 즉응하는 새로운 발상을 구현하지 않으면 생잔을 보장할 수 없을 유례없는 엄혹한 상황의 촌전이라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고, 시기의 문제이지 CBDC 도입은 필지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에 따라, 모든 은행 경영자들은 때묻은 구각(舊殼)을 과감하게 벗어나서, 기초적 발상에서부터 혁명적으로 전환할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정부도, 금융 당국도, 한 치도 뒤쳐지지 않을 비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도도한 시대의 흐름에 각고의 노력과 민첩한 행동으로 대처하면 살아남을 것이고, 대세에 안이하게 뒤따라가려 하면 반드시 패퇴한다는 것이 정리이다. 이제 ‘정체(停滯)가 곧 퇴보(退步)’인 시대가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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