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오페라 이야기 <1>“오페라는 너무 어렵잖아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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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오페라는 일반적으로 대중적인 예술장르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비교적 접근도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오페라야말로 사람 사는 얘기가 물씬 묻어나는 예술이다. 나의 졸필(拙筆)이 오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원고 청탁을 수락하였다. 너무 딱딱하지 않게 좀 더 쉽게 오페라에 접근 할 수 있도록 오페라에 대하여 얘기를 풀어볼까 한다. 때론 한편의 오페라의 이야기로, 때론 오페라 현장에 몸담는 사람으로서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눌 예정이다. 2주에 한번씩 이 글을 통해 여러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오페라와 가까워지길 바란다. |
오페라 탄생의 단초(端初), 카메라타(Camerata)운동
“오페라는 너무 어렵잖아요, 고상한 사람들이나 보는 거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뭘요...”
내가 오페라를 제작자하는 일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늘 내게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사실 오페라는 르네상스의 붐을 타고 금융업으로 물질적인 풍요를 누렸던 피렌체에서 1500년대 말에 탄생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인문학의 열풍은 피렌체에 수많은 문학가들과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그 중 유서 깊은 은행가 가문인 조반니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서도 로마와 그리스의 고전에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몇몇 젊은이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원형 그대로의 그리스의 비극을 재현하는데 몰두하였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오페라이다.
르네상스 이전, 음악의 중심은 교회였다. 하지만 교회 음악이 너무 기교에 치우치거나 지나치게 복잡해져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가사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되자 그리스의 고전처럼 단 선율로 된 모노디(하나의 선율)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운동을 일컬어 카메라타(Camerata)운동이라 하는데 이는 오페라 탄생의 단초가 되었다.
카메라타 운동은 대단한 의미가 아니고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 ‘조그만 방’에서 시작된 운동이라는 뜻이다. Camera는 이태리어로 방을 뜻하며 ‘ata’라는 축소형 어미가 붙어 Camerata가 작은 방을 의미 한다. 그러니까 돈 좀 있고 예술을 좀 즐길 줄 안다는 상류층의 젊은이들이 시작한 새로운 문화적 유희가 오페라이며, 이는 탄생과 더불어 당시 가장 핫한 예술 장르로 떠올랐다.
피렌체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각 지역의 군주들이 작든 크든 오페라를 연주할 수 있는 홀을 궁정 내에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들은 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메세나 활동을 통해 자부심을 느끼거나 메세나를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오페라는 귀족들과 왕족들을 위한 최고의 예술이자 오락으로 자리 잡았다.
그 내용도 초기에는 신화나 영웅 아니면 성서의 이야기들로 다소 고리타분하였다. 하지만 점차 사랑, 분노, 질투, 복수, 우정 등 인간 본연의 감정과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점차 오페라는 귀족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문화이자 오락이 되었다.
1637년 동서교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최초의 공공 오페라극장이 문을 열게 된다. 최초의 오페라 “다프네”가 피렌체에서 탄생한지 꼭 40년만의 일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오페라는 최고의 예술장르이면서 또 가장 대중적인 예술이 되었다.
베네치아의 막강한 부호 Tron 가문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연극용 극장이 화재로 소실되자 그 자리에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지만 귀족이나 왕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오페라를 대중에게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공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티켓을 판매하여 누구나 돈만 내면 오페라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정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세계 최초 공공 오페라극장 ‘산카시아노(San Cassiano)’의 성공
산 카시아노 극장의 성공으로 같은 거리에만 10개에 달하는 오페라 극장이 문을 열었고, 베네치아에만 22개의 오페라 극장이 성업하였다. 사람들은 전날 발표된 오페라 주인공의 아리아들을 저잣거리에서 흥얼거리고, 오페라 아리아가 당시 가장 유행하는 노래가 될 만큼 오페라의 인기는 높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늘 오페라에 대한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고 오페라를 보며 눈물을 훔치며 울기도 하고 박장대소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주인공들도 더 이상 귀족이나 왕, 또는 신이 아닌 우리 옆집에 살만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신분을 초월한 귀족과 창녀의 사랑, 지고지순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군대에 간 사이 고무신 거꾸로 신고 배신한 애인에 대한 복수, 권력자의 일탈과 욕정, 부자들의 탐욕, 정치인들의 권력싸움 등 일상과 밀착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들로 요즘의 안방 드라마나 영화 같은 역할을 오페라가 한 것이다. 하긴 요즘 우리가 보는 드라마의 내용도 오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지금은 작고한 모 개그맨이 “딸랑 딸랑~”하며 권력과 정치권을 풍자한 코미디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미 그 당시 작곡가들이나 대본가들은 오페라를 통해 사회적 이슈나 문제들을 제기하였으며, 관객들은 이를 통해 마치 간지러운데 손이 닿지 않았던 곳을 누가 긁어 주는 것처럼 통쾌함을 느꼈다. 오페라의 가수들은 요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오페라 작곡가들 역시 워낙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다 보니 정치적으로 휘말리거나 이용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에 비유하면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1순위로 꼽혔으니 오페라가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케 한다. 예술은 만드는 사람의 의도와 의지도 투영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도 투영시킨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오늘날도 인간, 환경, 노동, 사회적 불평 등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는 오페라 작품들이 작곡되고 제작되고 있다.
오페라가 탄생한지 400년이 훌쩍 넘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모진 질병 속에서도 예술은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라는 역병(疫病)을 만나니 예술가들은 테라스음악회, ZOOM 음악회 등을 통해 예술에 대한 더 강한 갈망과 열정을 표출했다. 오페라는 이처럼 우리에게 먼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과 또 당면하는 사회 현실과 밀착되어 우리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이소영 단장은?
-부산대학교 음악과 학사 졸업
-이탈리아 베로나 국립음악원 피아노과 석사 졸업
-이탈리아 베로나 국립음악원 성악과 석사 졸업
-베로나국립음악원 음악과 조교과정 이수
-이탈리아 베르첼리 G.B.Viotti 아카데미 성악과 수료
-이탈리아 파엔짜 아카데미 성악과 수료
-이탈리아 Gianni Mastino Opera Singing 국제코스 음악코치 수료
-이탈리아 파도바 마리안 미카 피아노아카데미 수료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대상없는 “금상” 수상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해외합작부문 “대상“ 수상
-2011년 신한국인 대상 수상
-제2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오페라 부문 최우수상 수상
-제3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공연분야 최다 관객상 수상
-제18회 한국메세나대회 Arts&Business상 수상
-2016년 자랑스러운 부산대인상 수상
-2017년 대한민국 음악대상 오페라 해외부문 대상 수상
-前 이탈리아 Gianni Mastino Opera Singing 국제코스 오페라 음악코치역임
-前 부산대학 음악과, 부산여자 대학교, 부산 카톨릭 대학교 음악교육원 외래교수
-前 부산예술중고, 브니엘예술중고 출강
-前 한국 합창 조직위원회 상임이사
-前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
-前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장
-前 대한민국 오페라단 연합회 이사장
-現 솔오페라단 단장
-現 대한민국오페라발레축제추진단 이사장
-現 대한민국 오페라단 연합회 명예이사장
-現 산마리노공화국명예총영사
-現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이사
-現 KBS 전국 시청자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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