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6)산사나무와 팥배나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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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씩 나무사랑 꽃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제법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횟수가 적어서 아쉽다는 생각도 합니다. (결코 더 많이 쓰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편집위원회는 잘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나무들이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비슷한 시기에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무들의 변화가 한창인 때 (특히 꽃을 일제히 피워낼 때) 해당 나무들을 다루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번에 다루려는 두 나무 산사나무와 팥배나무도 그런 케이스이지요. 이 두 나무는 조금 시기를 달리하여 5월 초, 중순에 꽃을 활짝 피웁니다. 제법 주목을 할 만한 멋진 모양의 잎들을 펼친 뒤에 그 잎들 위에 꽃대를 내밀고 거기에 하얀 꽃송이를 펼친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럽지요.
5월 1일 서울시립대 팥배나무
5월 1일 서울시립대 산사나무
5월 8일 대모산 산사나무: 드물게 옅은 분홍색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5월 8일 대모산: 바위 틈으로 벋어나온 팥배나무
그렇지만 지금 이 두 나무는 꽃을 피웠던 그 자리에 작은 열매들을 맺고 있는데 그 모습도 제법 볼만합니다.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라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가까이 가서 관찰해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두 나무의 꽃 모양이 비슷한 이미지인 반면에 열매 모양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팥배나무 열매가 팥알 모양으로 완전히 닫힌 둥근 모양인 데 비해, 산사나무 열매는 윗부분에 꽃이 달렸던 흔적을 그대로 달고 있지요. 가을에 열매들이 완전히 익어도 비슷한 모양을 유지합니다. 다만 가을에 잎들이 떨어지고 나면 이 열매들이 도드라지게 나타나 모두들 주목하게 될 겁니다.
5월 27일 분당 중앙공원 팥배나무
5월 27일 분당 중앙공원 산사나무: 열매들 위에 져버린 꽃자국이 남았습니다.
산사나무.
저는 이 나무만 만나면 마음이 설레입니다. 어쩌면 제가 나무에 꽂히게 된 것도 이 나무를 만나면서부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 나무의 잎이 특이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단풍나무가 결각이 심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잘 아시겠지만 산사나무의 결각도 매우 깊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 잎을 세로로 세우면 제 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중국 국빈 영빈관에 해당하는 조어대에서 묵을 기회가 있었을 때도 이 나무를 보았습니다. 제가 초기에 나무책을 탐독할 때 이 나무가 경복궁 안에 심어져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 이 나무가 예전부터 한국, 중국 모두에서 대접받았다는 말이겠지요.
산사나무 하면 산사춘이라는 술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나무 열매가 가을에 빨갛게 익으면 단맛과 좋은 향을 준다고 하네요.
잎이 다 떨어진 뒤에 열매만 달려 있어도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2015년 5월 10일 세종시 금강수목원
2015년 8월 24일 북경 조어대 (영빈관)
2015년 9월 16일 캐나다 토론토 근처
2016년 9월 21일 서강대 교정
2016년 9월 24일 분당 중앙공원
팥배나무는 그 이름이 주는 의미와는 다르게 배나무와는 친척 관계가 상당히 먼 나무입니다. 비슷한 느김을 주는 콩배, 아그배 등이 배와 가까운 사이인 것과는 다르다는 말씀이지요. 산사나무와 함께 같은 장미과에 소속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실은 이 나무의 열매는 크기나 마지막 잘 익은 색깔이나 모두 팥의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작은 열매를 씹어보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아닙니다.) 배맛이 난다고 해서 이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꽃과 열매가 충분히 예쁘고, 단정한 잎 모양마저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관상수로서의 가치가 충분합니다만, 산에서 잘 자란 이 나무를 보면 그 회색빛 등걸의 깨끗한 모습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산사나무는 키가 비교적 작은 나무입니다만, 산사나무는 숲에서 자라면 다른 나무와 경쟁하느라 제법 큰 키로 (10-15m 정도) 자랍니다. 임경빈 선생은 '나무백과'에서 팥배나무를 소개하면서 이 나무의 한자 이름인 甘堂과 관련한...
4월 24일 아차산에서 만난 팥배나무는 다른 나무들의 견제를 받지 않아서 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 9월 27일 분당 중앙공원
2015년 12월 11일 여의도공원 (열매가 달린 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가 보입니다.)
2015년 12월 12일 분당 중앙공원
팥배나무와 산사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나무들이라고 많은 나무학자들이 대접하고 있습니다. 나무에 관한 저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준 원로 수목학자 임경빈 선생이 쓴 세 권의 '나무백과'는 물론, 국립수목원 원장을 역임한 이유미 선생이 쓴 '우리나무 백가지'라는 책, 그리고 박상진 선생이 펴낸 '궁궐의 우리 나무'라는 책 등에서 모두 이 두 나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대접에 걸맞게 이 두 나무는 주변의 산에서도 다른 나무들과 경쟁하면서 자라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공원들에도 심어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공의 공간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는 우리 나무들로서, 즉, 가장 이상적으로 '사랑받을 만한 나무'들의 자격을 갖춘 셈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줄 이 두 나무의 열매들을 다시 감상하기를 기대합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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