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 평가:핵 억지력 강화와 전략무기 운용을 위한 군사지도부 개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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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8호(5.26)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하는 것입니다. <편집자> |
지난 5월 2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최고군사정책결정기구인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개최해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을 제시했다. 또한 북한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기 위한 중대한 조치들을 취했다. 그리고 리병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을 당중앙군사위원회의 2인자 직책인 부위원장직에 선출하고,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을 대장 계급의 김수길 총정치국장보다 더 높은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으로 진급시키는 매우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전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는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이 선출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군의 3대 핵심 실세(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상)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리병철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장이 한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었던 최고군사정책결정기구의 제2인자 직책에 선출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리병철 군수공업부장은 상장(한국군의 중장에 해당)이기 때문에 차수인 박정천 총참모장, 대장들인 김수길 총정치국장과 김정관 인민무력상보다 계급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리병철 군수공업부장을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이라는 2인자 직책에 임명한 것은 단기간 내에 ‘핵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그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을 김수길 총정치국장보다 더 높은 차수 계급으로 진급시켰다.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군대의 인사와 정치사상사업을 관장하는 총정치국장은 군사작전을 관장하는 총참모장과 같거나 더 높은 계급에 임명되어 왔는데 이 같은 오랜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군부 내의 핵심정책결정기구인 조선로동당 인민군위원회의 최고 책임자는 총정치국장이다. 따라서 그동안 총정치국장의 계급이 총참모장과 인민무력상 등 군부 내의 다른 간부들과 같거나 더 높은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박정천 총참모장을 총정치국장보다 더 높은 계급에 임명한 것은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정세 따위가 급격하게 움직이거나 변하는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국지전이나 전면전 같은 비상상황에서 총참모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승인 하에 핵과 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들의 사용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5월 24일자 북한 로동신문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무력[군사력] 구성에서의 불합리한 기구, 편제적 결함들을 검토하고 바로잡기 위한 문제”,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편성하여 위협적인 외부세력들에 대한 군사적 억제능력을 더욱 완비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되었고,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보도에 비추어볼 때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핵과 미사일 및 화력을 운용하는 부대들을 새로 조직하거나 확대개편하고 다른 부대들을 해체하거나 통폐합하는 조치들을 취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이미 2019년 12월 하순에도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개최해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에 맞게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문제, 일부 부대들을 소속 변경시키는 문제와 부대배치를 변경시키는 중요한 군사적 문제와 대책들”이 토의 결정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토의 결정된 새로운 군사적 대책들에 관한 명령서들 등 총 7건의 명령서들에 직접 서명함으로써 군사조직과 지휘체계 개편이 보다 구체화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핵전력 강화를 가속화하고 군사조직과 지휘체계의 중대 개편을 단행한 배경으로는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감 상실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준비하기 위한 남한의 군비 증강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고, 특히 미국의 경우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 되어 북한 문제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쓸 수 없는 현재 상황이 북한에게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전작권 전환을 위해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있는 남한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현재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화하고 기존의 총정치국장 우위의 군사정책결정 및 군사지도체계에 대수정을 가하면서까지 ‘핵전쟁’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방역협력과 대북 개별관광 및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는 ‘대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 그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전략적 협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간의 신냉전으로 인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적 협력은 더욱 더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어떠한 현실적인 안보전략과 남북협력을 추구할지 우리 사회 내부에서부터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합의 또는 접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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