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국때리기와 대선판 뒤집기- 미·중 충돌과 한국의 대응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연일 강도를 더해가면서 불을 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론 공방으로부터 시작된 미·중 양국의 갈등은 이제 정치, 경제, 군사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전면적인 정면 대결도 불사하는 사실상의 ‘신(新) 냉전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 미국이 연일 강도 높은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에 대해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그 문제를 매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다음 날 폼페이오(Pompeo)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 결정(보안법 제정)은 홍콩의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death knell)’가 될 것”이라고 규탄하면서 “중국이 끔찍한 계획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오브라이언(O’Brie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미 NBC 방송에 출연해서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것은 큰 실수(big mistake)”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이를 밀어붙일 경우 미국은 홍콩에 부여하는 경제, 무역, 비자발급 등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고, 중국에 대해선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 CBS 방송에서 그는 중국의 코로나19 은폐 의혹을 20세기 최악의 참사였던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비유하면서 “우리는 결국 (중국에 의한 은폐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경 입장 고수를 천명함으로써 양국 갈등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 같은 미·중 간 첨예한 갈등의 도화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미국내 대유행(팬데믹)이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와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고,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던 경제 성과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에 코로나 대처 실패로 인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살균제 인체 주입’을 비롯한 잇단 트럼프의 말실수가 겹쳐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에게 뒤지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트럼프의 불안과 초조는 극에 달했다. 바로 이 상황에서 국면전환을 위해 트럼프가 꺼내든 카드가 ‘중국 책임론’이었다.
지난 4월 18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시작하기 전에 중국에서 막을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며 “그것 때문에 이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의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4월 2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중국에 대해) 매우 심각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그들(중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배상금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배상금의 최종 규모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상당한 액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30일에는 한술 더 떠서 추가 관세 부과라는 구체적인 보복 조치까지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지난 1월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함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코로나19의 우한(武漢) 연구소 유래설은 중국과의 갈등을 격화시킨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4월 3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는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높은 신뢰를 주는 증거를 봤다”면서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5월 5일에는 바이러스의 유래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5월 3일 ABC뉴스에 출연해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 (enormous evidence)가 있다”고 공개 선언하며 “중국은 과거에도 세계를 감염시킨 전력이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관영 중국중앙(CC)TV는 ‘사악한 폼페이오가 제멋대로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제정신이 아니며 회피성 발언을 늘어놓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후 중국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은 훨씬 더 강경하고 거칠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지금까지 우리가 가진 최악의 공격”이라며 “이는 진주만(공습)과 9.11 테러보다 더 나쁘다(worse)”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와 같은 공격은 절대 없었다.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며 “중국에서 멈춰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는 원천에서 멈춰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거듭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발언에는 중국이 일본 제국주의나 알카에다보다 더 나쁘다는 뉘앙스를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한,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외부에도 알리지 않아서 미국이 이 지경이 됐다는 취지다. 급기야 그는 5월 14일 폭스 비즈니스(Fox Business Network)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경우 5,000억 달러(약 614조 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관계 단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5월 20일 국무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1949년 이래 악랄한 독재 정권,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통치돼왔다”라고 포문을 열면서 “우리는 베이징이 얼마나 이념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자유 진영에 적대적인지에 대해 매우 과소평가했다. 전 세계가 이러한 사실에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응은 공산국가 중국에 대한 우리의 보다 현실적인 이해를 가속시켰다”며 중국의 이번 코로나19 대응이 정권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는 취지로 맹비난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시진핑 주석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의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개막 연설을 겨냥해 “시 주석은 이번 주 ‘중국이 시종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시 주석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년간 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는 “그들이 세계에 부과한 비용과 비교하면 쥐꼬리”라며 “이행되는 것을 보게 되길 고대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폼페이오는 이번에도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말하고 있다”면서 “그가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은 국제적으로 이미 실패로 끝났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러한 격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수십만 명을 죽인 바이러스가 중국 때문이 아닌 모든 이들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전세계적 대량 살상”이 일어난 건 “중국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라이’가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누가) 이 얼간이(dope)에게 전 세계적 대량 살상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고 설명 좀 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앞서 중국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0일 사평(社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를 주사하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발언한 사람”이라며 “그는 마술을 통해 방역 업무를 이끄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도 20일 논평에서 “미국은 이번 코로나19 방역에서 가장 형편없는 모습을 보였고, 태도 역시 악질적이었다”며 “미국은 자신의 방역 실패를 WHO와 특정 국가에 전가하려 했고, 이번 총회에서 미국은 중국을 향한 원망만 쏟아내며 무법주의에 타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21일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이라는 제목의 대중국 전략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시점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개막일인 21일에 맞춰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을 거명하며 강도 높게 비판한 ‘대중국 전략보고서’를 공개했다. 한마디로 시진핑 잔칫날에 중국에 대해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좌측 상단에 미국 대통령 공식 문장(紋章)이 박혀 있는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의 후속판이다. 당시에는 전 세계를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에 집중한 것만 보더라도 이 보고서는 향후 미국의 대중국 전략 및 정책 방향을 총망라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서두에서 지난 1979년 외교 관계 수립 이래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전 세계에 건설적이고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왔지만, 40여 년이 지난 현재 중국 공산당은 경제, 정치, 군사적 역량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핵심 국익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주권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 질서를 자국의 국익에 연동해 변모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런 도전에 맞서 다양한 대중국 정책의 장, 단점을 재평가하고 중국 공산당의 의도와 행동에 대한 분명하고 경쟁력 있는 접근법을 취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 부문 이슈를 1순위로 꼽고 있는 이 보고서는 “중국이 성숙한 경제를 자처하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등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이는 “중국 기업에 불공정한 혜택을 부여할 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절도행위를 통해 전 세계에 수천억 달러의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약탈적(predatory) 경제정책의 사례로 지목하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중국이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필리핀 등에 대한 무역·관광 제한정책을 통해 정치·군사력 확대를 모색해 왔다고 비판한다. 또 정보통신, 에너지, 인프라, 미디어, 과학 등 거의 전 산업 분야를 일대일로에 동원해 내수경제 발전을 꾀함과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의 중국 표준 확산을 통해 자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이 보고서는 ‘중국 정부’ 대신 ‘중국 공산당’(CCP, Chinese Communist Party)이란 표현을 35차례나 사용하면서 지적 재산권·학문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사회주의 확장을 시도하는 것을 국제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파악한다. 여기에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탄압과 티벳·파룬궁 탄압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중국이 ‘역린’(逆鱗)으로 받아들이는 인권탄압 이슈도 거론하고 있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중국이 한반도 서해와 동, 남중국해, 타이완해협, 인도와의 국경 지대에서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군사 및 준(準)군사적 행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군비 증강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타국의 기밀정보를 빼돌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Huawei)와 ZTE에 대해 "다른 나라와 외국 기업에 안보 취약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가사이버 안보법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외국 정보 획득을 가능케 함으로써 국제 정보망과 통신기술 산업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해 미국은 국방부를 중심으로 전략핵무기 삼축체계(Nuclear Triad)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극초음속 미사일체계와 사이버 우주 기반 무기의 실전배치를 서두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대만 등 5개국을 핵심 동맹으로 거론하면서 역내 동맹들과 파트너들에도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역량 개발과 안보 지원에 참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동맹(allies, alliance)을 지칭하는 단어는 18번, 파트너(partners, partnership)를 뜻하는 단어는 24번이나 사용될 정도로 중국에 대응하는 ‘반중(反中) 동맹 및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과 강한 비공식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과 대만 양측의 입장 차는 반드시 무력이나 위협이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런 합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량의 무력 증강을 시도할 경우, 미국은 대만군의 신뢰도 높은 자위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중국 때리기’와 ‘신(新)냉전 상황’을 공식화한 대중국 전략보고서 공개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미·중 패권 갈등을 격화시키고 대결 구도를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가장 큰 인적 피해를 입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패는 국내외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에 커다란 손상을 가져다 주었다.
여기에 미국 스스로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와 멀어지고 있고, 코로나 대유행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와도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에, 그 빈자리를 중국이 메우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유럽에 구호 물품을 보내는 등 과거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더는 중국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더욱 확실하게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1월 대선에서의 재선 당선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때리기’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 대선 승리를 위한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다. 대(對)중국 강경정책이 트럼프 재선의 핵심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최고조에 달한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이다. 지난 4월 2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퓨(Pew)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부정적 인식은 66%로 지난 2005년 동일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의 47%보다 19%나 증가했다. 공화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의 60%도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이 조사 결과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반중(反中) 감정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클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중국 책임론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대응 실패와 대량 실업 등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관심의 표적을 이동시킬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25일 현재 97,000여 명의 미국내 사망자를 기록한 사상 최악의 공격이 중국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9.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보다 더 최악의 인명피해를 가져다준 코로나19 전파의 책임국인 중국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섬으로써 확산되는 반중 정서를 등에 업고 4년 전과 같은 극적인 역전승 시나리오를 써 내려갈 구상에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셋째, 트럼프 특유의 포퓰리스트적 ‘미국 우선주의’에 ‘중국 때리기’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은 백인 노동자 계급들을 비롯한 소외된 미국인들이 고통받는 경제적 궁핍의 원인을 자유무역질서에서 미국인들의 이익을 지키지 못한 기존 정치인들의 무능력 때문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분노한 미국민들의 공격 타겟을 외부 국가와 낡은 기성 정치로 명확히 하고,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기 위한 미국 최우선주의’를 외치면서 소외된 미국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필승 공식에 이번에는 ‘중국의 코로나19’가 삽입된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값싼 중국산 제품 탓이라는 중국 때리기로 톡톡히 재미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중국 때리기로 재선 운동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넷째, 이러한 트럼프의 반중(反中) 포퓰리즘이 대선 경쟁 상대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략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미 폭스(Fox) 뉴스의 여론조사에서 40%를 얻는데 그친 트럼프 대통령은 48%를 기록한 바이든 후보에 크게 뒤졌다. 특히 보건 분야의 직무 수행 신뢰도에서는 바이든 50%, 트럼프 3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에 트럼프는 코로나19로 인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선 레이스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중(反中) 정서와 바이든을 연계시키는 프레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선거 광고에 바이든 후보를 ‘친(親)중국 성향’ 이라고 주장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이 광고는 아예 바이든의 얼굴을 ‘오성홍기(五星紅旗)’로 덮으며 끝난다. 또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Hunter Biden)이 지난 2013년 12월 현직 부통령이던 부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후 10일 만에 국영 중국은행 (BOC)이 헌터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15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투자한 사실 등을 부각시키며 바이든을 공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중국이 바이든의 승리를 원한다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는 지난 18일 “그들(중국)은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수십 년간 그래온 것처럼, 계속 미국을 벗겨 먹을 수 있도록 대선에서 ‘졸린 조’(Sleepy Joe·트럼프 측이 바이든을 비하하는 별칭)가 이기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연일 강도를 더해가는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현재 고전하고 있는 대선판을 뒤집기 위한 회심의 대선 전략이다. 이는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Peter Navarro)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지난 17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은 중국에 대한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미·중 간의 첨예한 갈등 양상이 적어도 미 대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관련 수전 라이스(Susan Rice)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0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미국의 코로나 확산방지 실패와 미·중 긴장 등을 이용해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새로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격화될 미·중 간 패권충돌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한 우리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트럼프의 터무니 없는 방위비 인상 요구에 휘청하고, 시진핑 방한 성사에 목을 매면서 우왕좌왕하는 문재인 정권의 왕따 외교, 무능 외교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벌일 수 있는 트럼프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갈수록 예측 불가능하고 첨예화될 미·중 간 충돌의 높고 거친 파고를 헤쳐나갈 수 없다.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경제번영의 필수적 동반자인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다차원적이고 복합적 사고에 기초한 스마트한 외교전략의 수립과 실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