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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 이해하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26일 17시05분

작성자

  • 박재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전 인하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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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인터넷망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해외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에게  망(網)이용료를 징수하려고 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인 드라마와 영화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통신 사업자의 망을 이용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통신망 사업자의 이용료 지불요구는 상식적이라 생각된다.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라면 그렇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미국에 있는 사업자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하며 자국에서 망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이미 미국에서 망이용료를 냈기 때문에 또 낼 수는 없다. 인터넷은 그 자체가 글로벌 망이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지불로 망이용료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한번 지급하면 글로벌 망인 인터넷을 사용하여 전세계 어느 곳이든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의 주장도 일면 타당하다. 인터넷 위에서의 정보는 세계 어느 한 곳에서 연결만 되면 전세계에 전달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미국망과 한국망을 이용해 한국내의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망과 한국망은 콘텐츠유통을 위해 상호 계약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의 망사업자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전달해 주고는 있으나 넷플릭스에게 직접 망이용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망사업자는 서로 망을 연결하고 있는 미국망 사업자를 통해 이 콘텐츠를 전송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의 유통망을 가정하면 한국 망사업자는 미국망사업자로 부터 넷플릭스 콘텐츠 전달 요금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망사업자는 글로벌 레벨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망사업자들이 전체 비용을 감당하여 연결하는 형편이다. 한국망사업자가 넷플릭스로 부터 망이용료를 받은 미국망사업자로부터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는 계약은 없다. 이것이 인터넷의 특수한 환경이며 글로벌레벨에서 특정콘텐츠에 해당하는 망이용료를 정산하는 거래는 없다. 

미국망사업자는 이용자들에게는 시청료 또 넷플릭스로부터는 망이용료를 징수하지만, 한국사업자들은 단지 이용자들에게만 시청료를 받는 상황이다.

 

캐쉬 서버를 둘러싼 논란


캐쉬 서버는 콘텐츠를 이용자 가까운데 저장하였다가 이용자 요구에 신속히 서비스하려는 창고 같은 장치다.  캐쉬 서버는 넷플릭스의 주 서버와 이용자 사이에,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유리한 지점에 위치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주 서버가 미국에 있다보니 서비스 속도가 늦어 한국 이용자들에게 신속하고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캐쉬서버를 설치하여 품질을 올린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상당부분의 콘텐츠는 이 캐쉬서버에서 국내이용자들에게 전달된다. 

 

현재 이 캐쉬서버는  LGU플러스, 디라이브 등 망사업자에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캐쉬​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하는 대신 관련 망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무상운영 계약을 맺고 있다. LGU플러스는 넷플릭스라는 세계최고의 콘텐츠 사업자를 자사 사업영역에 유치하여 서비스를 고도화 하고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유리하고, 넷플릭스는 캐시 서버를 설치하는데 일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비용절감에 유리하다. 그결과, 넷플릭스는 유상서버와 무상서버를 양쪽에서 이용하며 망이용료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의 이번 소송제기는 SK브로드 밴드에 대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이다. 넷플릭스는 망사업자에게 망 운용, 증설,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 해달라는 것이다. 즉 캐쉬서버를 설치해야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망사업자가 망이용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하지 말라는 요청이다. LGU플러스와의 계약이 11월 종료됨에 따라 SK브로드밴드 등 다른 통신사들이 망에 캐쉬서버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망이용료를 부과할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하는 것이다. 또 이를 중재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움직임을 자사에 유리하게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역차별'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카카오와 네이버등의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은 망이용료를 통신사에게 지불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은 국내시장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사업자들은 국내 망사업자들에게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는데 자신들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바로잡아주기를 원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소송제기는 사실상 우리나라 인터넷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여 정책적 쟁점화 된 이슈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망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간 망이용료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로부터 받는 망사용료를 국내 사업자에게 일부 할애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인터넷 망의 국제적 연결은 상업적 레벨의 사적인 계약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시장의 힘에 의해 좌우된다. 또 이를 중재하거나 심판할 수 있는 국제 법도 없다. 더욱이 갑의 입장인 미국사업자에게 국제적 이슈로 분쟁을 벌일 처지도 못 된다. 

 

다만 캐쉬서버의 경우는 다르다. 캐쉬서버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가 자사의 콘텐츠 품질을 올리기 위해 국내에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망을 추가로 이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망사업자는 캐쉬 서버에 대한 망이용을 별도로 요구 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문론 넷플릭스는 다른 입장이다. 캐쉬서버는 망이 혼잡하지 않을 때 콘텐츠를 이용자 근처에 이동시켰다가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망 운용을 도와 주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망이용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양사의 주장에는 서로의 논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양사가 만나서 상의 하면 트래픽도 줄이고 망운용에도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양사업자간의 계약은 사적인 계약으로 시장의 힘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환경은 미국적 기업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이러한 사적인 계약을 우선하는 것이 국제적인 질서로 자리잡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의 법 개정와 인터넷업계의 반응


국내 사업자가 차별받고 있다는 인터넷 업계의 주장은 정치권과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이건 외국사업자이건 일률적인 망이용료를 징수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법률로 확보하였다. 전기통신 사업법을 개정하여 일괄적으로 망이용료를 부과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에게 1)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위한 조치를 의무화하고, 2) 해외 콘텐츠서비스시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 했다.  

 

이 같은 법 개정 움직임은 국내 망사업자의 징수권리를 법적으로 지원하는 바탕이 된다. 시장의 논리에 맡겨 양사간의 사적인 계약 영역으로 두기에는 국내망사업자의 입장이 열세라는 판단에서 도출된 결과이다. 특히 해외 콘텐츠를 서비스 할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화 한 것은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을 국내 법인화하는 제도로 국내법으로 해외 사업자들을 효율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인터넷분야에서는 파격적인 조치로 보인다. 국경이 없는 글로벌환경을 추구하고 있는 인터넷식의 국제질서를 일부 탈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법 제정을 추진하였던 정부는 이 조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넷플릭스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소송제기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던 중재가 자사에 불리하게 전개될 것을 우려해, 법정에서의 판단을 유도해 자사에 유리하게 만들자는 의도에서도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확실하게 전기통신 사업법을 개정하여 망이용료 징수의 근거를 확보하고 해외 사업자의 대리점을 의무화하여 해외사업자가 국내 법을 빠져나갈 여지를 없애겠다는 보다 확실한 제도적 조치를 동원하고 있다. 망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에게 유리한 입장이 조성되었다.

 

애초에 역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였던 인터넷 사업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매우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어쨋든 법개정을 통하여 망사업자에게 망이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주는 것은 인터넷사업자에게는 또 다른 규제를 부과 하는 것이다. 이 규제는 망이용료 관련하여 망사업자가 힘의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차별을 해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망이용료를 의무적으로 내야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더우기 이러한 규제 강화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어지게 만들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국내법은 국내에서 국내사업자에게는 적용되지만 해외와 해외 사업자들에게는 적용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내 대리점 의무화로 법적용을 강화 하였지만 넷플릭스가 망이용료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여지가 많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 케이스가 이같은 상황을 대변해 준다. 페이스 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U플러스를 이용하던 접속 경로를 변경하여 서버를 해외로 옮겨 망이용료 문제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이번 전기통신법 개정이 이같은 해외사업자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될런지는 아직 시장상황을 지켜봐야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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