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5)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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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아하게 되면서 저는 나무에 관련된 책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수목도감부터 시작해서 나무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담은 재미있는(?) 책들에 이르기까지. 이런 많은 책들 중에는 읽는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주지 못하는 책들이 있는데, 그것은 너무 기술적인 서술에 빠져버리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런 기술적 용어들의 의미를 대부분 이해하게 된 필자조차도 지루하게 만든다면 문제가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기술적 용어를 쓰지 않고 나무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나무 두 가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왜 이 두 나무가 한 가족으로 묶여 있는지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름도 서로 생소하게 다르고 잎의 크기도 대조적으로 차이가 나는 나무들이니까요.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입니다.
이 두 나무는 때죽나무과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어쩌면 요즘 공원이나 산에서 이 나무들을 가까이에서 만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에 제가 SNS에 올린 꽃 사진을 보신 반응 중에서 "꽃모양이 거의 비슷한데 어떻게 구분하나요?"라는 질문이 많았으니까요. 요즘 공원에서는 쪽동백나무가 꽃을 거의 떨어뜨리고 열매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산에서는 아직도 두 나무의 꽃이 남아 있는데, 두 나무의 꽃들을 확대해서 사진으로 찍으면 참으로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차이를 설명한다면, 우선 잎의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쪽동백나무의 잎은 때로는 거의 오동나무 잎 크기로 커지는데 어쩌면 요즘 산에서 만나는 나무들 중에서 가장 큰 잎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때죽나무는 우리에게 익숙한 느티나무, 벚나무 잎의 절반 크기 정도의 잎들을 달고 있습니다.
5월 17일 분당 중앙공원에서 때죽나무 꽃이 만개한 모습
5월 9일 분당 중앙공원에서 꽃을 피운 쪽동백나무
2016년 5월 12일 속초 영랑호 근처에서 만난 쪽동백나무
때죽나무라는 이름은 제가 처음 알기로는 '어린 가지를 꺾어 그것을 개천에 뿌리면 물고기들이 배를 위로 하고 둥둥 뜬다'고 해서 물고기들을 '떼로 죽일 수 있는' 독성을 가졌다고 붙여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른 설명을 읽으니 이 나무의 열매 껍질을 빻아서 물고기 잡는 데 썼다고 합니다. 여하튼 이 나무는 온 몸에 다소의 독성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의 요즘 모습을 보면 그런 독성과는 거리가 먼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보이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마치 은으로 만든 하얀 종을 조롱조롱 가지 밑으로 달고 있는 모습은 가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이런 모습에 착안하여 이 나무 이름을 snowbell이라고 붙였습니다.
2015년 8월 20일 부여 부소산성에서 만난 때죽나무 열매
2015년 8월 10일 말죽거리 공원의 때죽나무 열매
쪽동백나무의 이름을 들으신 분들 중에는 '왜 동백이 붙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나무의 씨앗에 기름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머리를 쪽질 때 사용했던 '동백기름'을 대용해서 쓸 수 있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때죽나무도 비슷한 성분을 가졌는데 그런 이름이 안 붙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동백나무와는 꽃과 잎 모양도 동떨어지고, 상록수도 아니기 때문에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이 나무를 알았을 때는 '나래쪽동백'이라는 이름도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 큰 잎 아래로 살짝 꽃대를 내밀고는 그 아래로 하얀 종 모양의 꽃들을 달고 있는 모습에서 새의 날개 이미지도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원이나 정원에서 우아하게 자란 쪽동백나무가 몸 곳곳에서 꽃대를 내밀고 꽃을 피운 모습은 제법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2017년 8월 8일 선정릉에서 만난 쪽동백나무 열매
5월1일 시립대 교정의 쪽동백나무가 잎 아래로 꽃망울을 잔뜩 단 꽃대들을 이곳저곳에 내밀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 이 두 나무가 작은 잎을 내밀기 시작하는 모습도 제법 눈길을 끕니다. 모든 나무들이 아직 생명활동을 멈추고 있는 산중에서 때죽나무가 일찍부터 작은 잎들을 긴 가지 위에 나란히 세우고 있는 모습에 반해서 새벽 등산 때마다 그 잎들을 사진으로 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던 쪽동백나무의 잎을 식별하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그것도 때죽나무보다는 3-4주 늦게 내민 작은 잎의 주인이 누구인지 한동안 몰랐으니까요. 다만 자세히 보면 때죽나무가 가지 위에 살짝 세워놓은 잎뭉치의 잎 숫자도 세 개, 쪽동백나무가 한 자리에 내놓은 잎 숫자도 세 개인 것을 보고 이 점에서도 가족관계 특성을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월3일 판교 태봉산의 삭막함을 덜어준 때죽나무 새잎들
4월14일 청계산의 쪽동백나무 새잎: 한동안 무슨 나무잎인지 몰랐습니다.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는 우리 주변, 특히 도시 근교의 산에서도 곧잘 볼 수 있고,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보면 새끼나무들도 많이 번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생하는 우리 토종 나무들 중에는 도시가 뿜어내는 공해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인데, 이 나무들이 갈수록 악화되는 환경에서도 제법 번성하는 점은 수목학자들에게서도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국립수목원장을 역임한 이유미 선생님은 '우리 나무 백가지'라는 책 속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이 두 나무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5월 20일 분당 영장산 때죽나무
5월 20일 분당 영장산 쪽동백나무: 꽃크기와 잎크기에 주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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