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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5)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22일 17시0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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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아하게 되면서 저는 나무에 관련된 책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수목도감부터 시작해서 나무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담은 재미있는(?) 책들에 이르기까지. 이런 많은 책들 중에는 읽는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주지 못하는 책들이 있는데, 그것은 너무 기술적인 서술에 빠져버리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런 기술적 용어들의 의미를 대부분 이해하게 된 필자조차도 지루하게 만든다면 문제가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기술적 용어를 쓰지 않고 나무에 대해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나무 두 가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왜 이 두 나무가 한 가족으로 묶여 있는지 알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름도 서로 생소하게 다르고 잎의 크기도 대조적으로 차이가 나는 나무들이니까요.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입니다.

 

이 두 나무는 때죽나무과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어쩌면 요즘 공원이나 산에서 이 나무들을 가까이에서 만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에 제가 SNS에 올린 꽃 사진을 보신 반응 중에서 "꽃모양이 거의 비슷한데 어떻게 구분하나요?"라는 질문이 많았으니까요. 요즘 공원에서는 쪽동백나무가 꽃을 거의 떨어뜨리고 열매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산에서는 아직도 두 나무의 꽃이 남아 있는데, 두 나무의 꽃들을 확대해서 사진으로 찍으면 참으로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차이를 설명한다면, 우선 잎의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쪽동백나무의 잎은 때로는 거의 오동나무 잎 크기로 커지는데 어쩌면 요즘 산에서 만나는 나무들 중에서 가장 큰 잎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때죽나무는 우리에게 익숙한 느티나무, 벚나무 잎의 절반 크기 정도의 잎들을 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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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일 분당 중앙공원에서 때죽나무 꽃이 만개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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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일 분당 중앙공원에서 꽃을 피운 쪽동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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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2일 속초 영랑호 근처에서 만난 쪽동백나무

 

때죽나무라는 이름은 제가 처음 알기로는 '어린 가지를 꺾어 그것을 개천에 뿌리면 물고기들이 배를 위로 하고 둥둥 뜬다'고 해서 물고기들을 '떼로 죽일 수 있는' 독성을 가졌다고 붙여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른 설명을 읽으니 이 나무의 열매 껍질을 빻아서 물고기 잡는 데 썼다고 합니다. 여하튼 이 나무는 온 몸에 다소의 독성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의 요즘 모습을 보면 그런 독성과는 거리가 먼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보이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마치 은으로 만든 하얀 종을 조롱조롱 가지 밑으로 달고 있는 모습은 가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이런 모습에 착안하여 이 나무 이름을 snowbell이라고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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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0일 부여 부소산성에서 만난 때죽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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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10일 말죽거리 공원의 때죽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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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나무의 이름을 들으신 분들 중에는 '왜 동백이 붙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나무의 씨앗에 기름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머리를 쪽질 때 사용했던 '동백기름'을 대용해서 쓸 수 있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때죽나무도 비슷한 성분을 가졌는데 그런 이름이 안 붙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동백나무와는 꽃과 잎 모양도 동떨어지고, 상록수도 아니기 때문에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이 나무를 알았을 때는 '나래쪽동백'이라는 이름도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 큰 잎 아래로 살짝 꽃대를 내밀고는 그 아래로 하얀 종 모양의 꽃들을 달고 있는 모습에서 새의 날개 이미지도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원이나 정원에서 우아하게 자란 쪽동백나무가 몸 곳곳에서 꽃대를 내밀고 꽃을 피운 모습은 제법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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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8일 선정릉에서 만난 쪽동백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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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일 시립대 교정의 쪽동백나무가 잎 아래로 꽃망울을 잔뜩 단 꽃대들을 이곳저곳에 내밀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 이 두 나무가 작은 잎을 내밀기 시작하는 모습도 제법 눈길을 끕니다. 모든 나무들이 아직 생명활동을 멈추고 있는 산중에서 때죽나무가 일찍부터 작은 잎들을 긴 가지 위에 나란히 세우고 있는 모습에 반해서 새벽 등산 때마다 그 잎들을 사진으로 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던 쪽동백나무의 잎을 식별하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그것도 때죽나무보다는 3-4주 늦게 내민 작은 잎의 주인이 누구인지 한동안 몰랐으니까요. 다만 자세히 보면 때죽나무가 가지 위에 살짝 세워놓은 잎뭉치의 잎 숫자도 세 개, 쪽동백나무가 한 자리에 내놓은 잎 숫자도 세 개인 것을 보고 이 점에서도 가족관계 특성을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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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일 판교 태봉산의 삭막함을 덜어준 때죽나무 새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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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일 청계산의 쪽동백나무 새잎: 한동안 무슨 나무잎인지 몰랐습니다.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는 우리 주변, 특히 도시 근교의 산에서도 곧잘 볼 수 있고,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보면 새끼나무들도 많이 번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생하는 우리 토종 나무들 중에는 도시가 뿜어내는 공해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인데, 이 나무들이 갈수록 악화되는 환경에서도 제법 번성하는 점은 수목학자들에게서도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국립수목원장을 역임한 이유미 선생님은 '우리 나무 백가지'라는 책 속에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이 두 나무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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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일 분당 영장산 때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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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일 분당 영장산 쪽동백나무: 꽃크기와 잎크기에 주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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