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 (3)덜꿩나무와 가막살나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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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아하기 시작하여 드디어 저처럼 나무를 사랑하게 되면 어떤 나무가 '자생한다'라는 표현과 어떤 나무가 '식재되었다'라는 표현에 주목하게 됩니다. 自生한다는 말은 저절로 자란다라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그 나무가 처음부터 우리나라의 토종이거나 혹은 외국에서 우리 땅으로 들어온 이후 이 땅의 풍토에 잘 적응해서 산과 들의 자연 속에서도 자손을 퍼뜨리며 번창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주변에서 보기가 힘든 나무가 특정 지역에서 무리를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고 하면 그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소백산 비로봉 근처의 주목 군락, 한라산 백록담 근처의 구상나무 군락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겠지요.
그 반대로 植栽되었다는 말은 사람들이 필요해서 그 나무들을 심어서 가꾸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나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수목원, 공원, 아파트 단지, 대학 캠퍼스 및 공공기관의 정원 등에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식재된 나무들입니다. 물론 산림녹화를 위해 산에 식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식재된 나무들 중에는 우리나라 토종인 것도 있지만 외국에서 들여온 외래종도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식재되는 나무들은 나무의 전체 모양 (樹形)이나 꽃, 열매, 잎 등이 보기 좋은 종류들이 대체로 선택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식재된 나무들을 관찰하는 것이 나무를 빨리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는 길이 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식재되는 나무들 중에는 경제적 이득 때문에 심어지는 과수원의 과실수 등도 있지만 대체로 이들은 나무 본래의 자연스런 형태를 잃게 되는 점이 아쉽다고 하겠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제 저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들을 관찰하기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산과 들의 자연 속에서 만나는 나무들이 더 살갑게 느껴지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위에서 언급한 귀한 주목, 구상나무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을 관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언제든지 그 나무들을 가까이하면서 그들이 움을 트고, 꽃과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그리고 가을에 잎을 물들이고 떨어뜨리기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모두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자생하는 나무든 식재된 나무든) 즉,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나무들이 좋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 이왕이면 산과 들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서 그 모습이 좋아서 우리 주변에도 식재되어 있는 나무들을 더욱 선호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나무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에는 그런 나무들 중에서 두 나무를 소개하려 합니다. 덜꿩나무와 가막살나무입니다. 저는 이 나무들 중 덜꿩나무의 이름을 남산공원에서 처음 접한 후 이 두 나무를 구별하는 데 애를 먹어 왔습니다. 인터넷을 보시면 여러 블로그와 카페에서 이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올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덜꿩나무 잎끝 모양이 상대적으로 뾰족하다든지, 잎자루가 짧아서 잎 위로 피는 꽃들이 더 높게 올라와 있다든지, 열매 모양이 조금 더 둥근 편이라든지 등의 참으로 잘 관찰한 글들이 있습니다만 매번 헷갈리고 말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나무의 개화시기가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곳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는데 여기에 착안하고 나면 이 나무들 모습의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덜꿩나무와 가막살나무는 이름은 서로 동떨어진 것 같습니다만 매우 닮은 만큼 인동과라는 소속도 같은 매우 유사한 나무입니다. 나무의 크기가 1-2m 정도 되는 관목이고, 가지 끝에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잎 위에 펼쳐진 우산 같이 달리는 꽃모양과 열매 모양도 서로 참으로 비슷합니다. 심지어는 이 나무들의 다소 이상한 이름의 유래조차도 비슷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우리 조상들이 이 두 나무들을 산과 들에서 만났을 때 그 빨갛게 익은 열매들을 새가 좋아할 것으로 짐작해서 이름을 지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덜꿩나무의 이름과 관련해서 "덜꿩나무라는 이름은 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들에 있는 꿩들이 좋아하는 열매를 달고 있다는 뜻으로 들꿩나무로 불리다가 덜꿩나무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고, 약초도감에는 가막살나무에 대해 "까마귀가 먹은 쌀이라는 뜻"이라고 했으니까요.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에 이 두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계속 관찰하고 있는데, 요즈음 덜꿩나무는 꽃을 만개했다가 이미 지고 있는데 가막살나무는 아직 꽃망울을 잎 위에 올려놓은 채 개화를 미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과거 제가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니 2017년 5월 30일 서강대 교정에서 만개해 있는 모습이 포착되네요. 지난 5월 1일 시립대 교정에서 찍은 덜꿩나무 꽃의 모습과 비교해 보시지요.
2017년 5월30일 서강대에서 만개한 가막살나무 꽃
지난 5월1일 시립대 교정에 만개해 있는 덜꿩나무 꽃
5월2일 불곡산에 핀 덜꿩나무
4월30일 저희 아파트단지에 이웃한 덜꿩과 가막살: 확대해 보면 오른쪽 가막살의 늦은 개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들의 가치는 사실 꽃보다는 열매에 더 비중이 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름이 시사하듯이. 가을이 되면 이 나무들이 꽃을 피웠던 그 모습 그대로 열매들이 달리는데 가히 장관이라고 할 만 하지요. 저는 대학 캠퍼스, 공원이나 골프장 같은 곳에서 이 나무들의 열매들 사진을 참으로 많이 찍었습니다.
2017년 7월 11일 대부도 덜꿩
2017년 8월 23일 여의도공원 라너스덜꿩
2019 10 14 이천마이더스 덜꿩
2017년 9월 21일 서강대 가막살
2018 9 22 이천마이더스 가막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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