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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0월21일 22시5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38분

작성자

  • 나은영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 사회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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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 신념 점검하기

우리는 간혹 어떤 선행사건(Antecedents) 때문에 부정적 결과(Consequences)가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사이에 있는 비합리적 신념(Belief)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연인에게 실연을 당해(A) 비참해졌다고(C) 생각하는 경우, 사실은 ‘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비합리적 신념(B) 때문에 비참하게 느끼는 것이지 실연 자체 때문에 비참하게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을 논박(Dispute)해 주면 긍정적 효과(Effect)가 나타나 부정적 결과에서 헤쳐 나올 수 있다.

이것은 일명 ABCDE 이론이라고도 불리는 엘리스(A. Ellis, 1973)의 ‘합리적-정서적 치료(Rational Emotive Therapy)’ 과정이다. 우리가 많은 상황에서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비합리적 신념들을 점검해 보면, 불필요하게 분노하거나 부정적 정서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나은영, 2002, 『인간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제12장 참조). 어떤 비합리적 신념들이 있으며, 이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틀을 어떻게 바꾸면 될까? 여기서는 그 중 다섯 가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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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적 예상보다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

‘파국적 예상’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건을 ‘매우 위험하고, 감당할 수 없고, 큰 재앙을 일으킬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이 ‘이번 입사 시험에 탈락하면 내 인생은 완전히 끝장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대학생은 파국적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국적 예상’이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극복하려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말고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하면 된다. 즉, ‘만약 이번 입사 시험에 탈락하면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실 인생이 끝날 정도까지의 비극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그 회사에 취업하지 못한 것이 그렇게까지 큰 재앙은 아니며, 얼마 뒤에 오히려 더 좋은 회사에 취업할 수도 있다.

 

나와 관련짓기보다는 ‘다른 이유는 없을까’ 생각

‘나와 관련짓기’는 실제로 본인과 무관한 일을 ‘나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떤 교수가 복도를 지나가며 인사하는 나를 본체만체 했다고 할 때, ‘아마 내가 지난 번 중간시험을 못 봐서 교수님이 실망하셨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수가 있다. 이러한 사례는 그 교수가 무심코 그냥 지나간 사건을 굳이 나 자신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으로, 사실과 다를 경우가 많다.

‘나와 관련짓기’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극복하려면,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즉, 위의 사례에서 ‘교수님이 나를 본체만체 하며 그냥 지나가신 다른 이유는 없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 교수님이 나를 못 보셨을 수도 있고, 너무나 바빠 다른 곳으로 얼른 이동하느라 미처 응대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다. 즉, ‘나 때문’이라는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레짐작하기보다는 ‘정말로 그럴까’ 생각

‘지레짐작하기’는 본인의 주관적인 추측을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 추측이 현실과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동료 교수에게 휴대폰 문자를 보냈는데 하루가 다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을 때,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군’ 하며 분노의 감정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 교수는 온종일 세미나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느라 미처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레짐작하기’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극복하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마음대로 추측하지 말고 ‘정말로 그럴까’ 하는 객관적 근거를 생각해 본다. 즉, ‘그 교수가 정말 나를 무시하는 걸까’ 하고 냉정하게 판단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않다는 근거가 그렇다는 근거보다 훨씬 더 많이 떠오를 수 있다.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이 정도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생각

‘흑백논리’는 사건의 다양성이나 이면을 생각하지 않고 ‘성공 아니면 실패, 똑똑한 것 아니면 어리석은 것,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이라는 식의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생각을 말한다. 우리의 삶에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넓은 ‘중간 영역’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성을 무시하고 ‘이쪽 끝 아니면 저쪽 끝’ 뿐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유연한 사고와 소통을 방해한다.

‘흑백논리’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극복하려면, 아주 잘 했을 때만 만족하고 그렇지 않으면 ‘망쳤다’고 생각하는 습관 대신, ‘이 정도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된다. 즉, 어떤 일을 아주 잘 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도 ‘완전히 망쳤다’며 0점을 줄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원하던 100점은 아니겠지만 대략 70점 정도는 되겠지’ 하며 평가 기준을 유연하게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이후의 의욕과 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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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적 부담을 버리고 ‘조금 못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

‘강박적 부담’은 사람들의 평가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완벽주의적 경향으로, ‘해야만 해’ 또는 ‘해서는 안돼’와 같은 경직된 생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박적 부담에 사로잡히면 그만큼 유연성은 떨어지며, 시야가 좁아져 포용력도 줄어든다.

‘강박적 부담’이라는 비합리적 신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 못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겠다고 다짐하는 것보다 마음을 어느정도 비우고 여유있게 접근할 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들이 더 잘 풀려갈 수 있다.

 

그밖에도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비합리적 신념들 때문에 부정적 정서를 느끼고 있다. 모든 비합리적 신념들을 다 찾아낼 정도로 인간이 완벽하지는 않기에, 서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며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믿음들 중에서도 상당부분은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항상 최선을 다 하고 있지만, 누구나 항상 잘못 생각할 가능성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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