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전망> 韓·日 갈등, 한국정부가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한․일 관계가 중병을 앓고 있다. 2017년 10월 30일 대법원 징용피해자 배상판결 이후로 본격화된 양국 간 갈등은 2019년 1년 내내 대립각을 키워왔고, 지난해 말 15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병세에는 차도가 안 보인다. 다시 해가 바뀌어 2020년을 맞이했으나 낙관하기 매우 어려운 지경이다. 2020년 한․일 관계 전망이 전반적으로 우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교착상태는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한국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한국 정부의 지혜와 전략이 절실하다.
중병에 빠진 한․일 관계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간 공동성명은커녕 처음부터 공동보도문 발표나 공동기자회견조차 예정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거의 억지춘향 식으로 자리를 함께한 것에 불과했다. 다만 양국 정상은 상호 현안에 대해 날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도 어떻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양국 정상이 마주했다는 점, 억지로라도 자리를 함께했다는 점은 보기에 따라서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가 준비됐다고 할 수 있다.
또 일본 정부는 회담 직전인 12월 20일, 지난해 7월 수출규제 3품목 중 하나로 지정했던 포토레지스터에 대해서는 수출규제를 완화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까지 양국의 대응상황을 복기해보면 갈등이 고조된 데에는 감정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했음을 감안할 때 분명 변화된 모습이다.
그간 양국은 현안에 대한 의견대립은 그만두고라도 노골적으로 상대의 협의 요청을 피하거나 무시하는 태도가 서로의 감정을 자극했고 관계 악화를 불렀다. 처음엔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이 일본의 협의 요청을 번번이 무시했고,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선포 이후로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대해 일본은 사실상 묵살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며 홀대했다. 이어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지소미아(GSOMIA) 종료 선포로 이어졌음은 이미 확인한 바이다.
외교관계에서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난해 10월 레이와(令和) 일본천황 즉위식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만나 대화로 문제해결을 꾀하자는 의사소통이 이뤄진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이 만남을 계기로 15개월만의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록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대화론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최악으로 빠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도 한다.
문제는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전혀 낙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선 양국 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방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또 하나는 양국의 갈등이 다시금 최악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국의 국내정치 일정 상 반일과 혐한을 부추길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 이하에서는 먼저 양국의 정치일정과 관련한 변수, 특히 일본에 만연한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우려들을 짚어보고 궁극적으로 최대의 현안인 징용피해자 해법과 관련해 어떤 대응이 가능할 것인지를 거론하기로 한다.
韓 4월 국회의원 선거, 日 연내 중의원 해산도
한국에서 일본 이슈는 반공 정서와 더불어 종종 국내정치의 보조 재료로 이용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집권당이 수세에 몰릴 경우 북한의 도발 위험성이나 일본의 반역사적 행보를 강조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반공이니 반일이니 하는 프레임으로 정치를 끌고 가려는 시도는 많이 사라졌으나 그 틀 자체가 완전히 과거의 유물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이슈만을 한정해 보자면 일본의 역사왜곡, 반복되는 망언, 미흡한 반성과 사죄 등은 한국 사회를 분노케 하는 재료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해 일본과의 협력은 소홀히 하기 어렵다. 이런 정황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꾸준히 관리하면서 일본 스스로 역사문제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1년여 동안 벌어진 한일 갈등관계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관리하기보다 대중적인 반일 행보에 편승해 문제수습을 소홀히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문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다시 적절하게 관리․조율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매우 다행이다. 이러한 태도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에 더하여 뒤에 거론하겠지만 대일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대립갈등 관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길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지금 한국의 정치판은 모든 관심이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로 모아지고 있다. 판세는 예측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 집권당이 우위를 노리고 반일 카드를 쓴다면 이는 낭패 중의 낭패가 될 것이다. 이미 경험한 바 있기에 그와 같은 무리수는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누군가가 한 번 쏟아낸 선동적 발언은 일파만파로 번져 쉽게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권도 마찬가지로 요즘은 한국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씨가 두 번째로 총리에 취임한 이후, 이전부터 일본사회에 퍼지기 시작한 혐한(嫌韓)감정은 되레 더욱 확산되었다. 아베 총리의 존재감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대북 강경론자, 이전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담은 여러 담화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일본을 미화하려는 애국주의자에서 출발했고 그로써 지지층을 확보해왔다. 그 존재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징용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해 발끈하면서 수출규제란 보복책을 내놓은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양국 간 극한 대립은 분명 수습국면으로 들어섰다. 지난 연말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징용자 배상문제→수출규제 조치→지소미아 종료 여부’ 등 한․일 간 갈등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대화론이 정착되고 있는 와중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적잖은 정치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는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일 문제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 중이다. 아베 총리가 정부의 공적 사교모임인 ‘벚꽃구경모임(桜を見る会)’을 아베 지지자․후원자들을 위한 사적모임으로 활용함으로써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최근 잇따른 정치 스캔들과 수뢰혐의로 각료들의 사퇴가 이어진 탓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1~22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38%를 기록해 전달 44%에서 6%포인트나 떨어져 ‘지지하지 않음’(42%)이 더 많아지는 반전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총리는 현재 자민당 총재 3선 째, 임기가 2021년 9월까지로 일본 역대 최장 총리의 반열에 올랐으나 정작 정책성과가 없다. 그간 아베노믹스를 강조해왔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자리 나누기의 변형에 불과해 이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도 지지율이나, 7월 5일 도쿄지사 선거와 7월 말~8월로 이어지는 도쿄올림픽과 패럴올림픽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달 14~15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주도의 개헌’에 대해 ‘반대’는 54.4%로 ‘찬성’ 31.7%를 크게 웃돈다. 그럼에도 끝까지 아베 총리가 드라이브를 걸어 자민당 총재 4선을 목표로 중의원 해산 카드를 쓰면서 지지율 결집을 노릴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다. 이 경우 한․일 대화론은 실종될 수도 있다.
최근 일본의 ‘한국 폄하’ 도(度)를 넘었다
아베 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최장수 총리라는 명예에 버금가는 업적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선히 21년 9월 임기 종료로 물러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중의원 해산 시점은 언제일까. 올 봄인가, 도쿄올림픽 직전인 7월 5일 도쿄지사 선거와 함께 진행할 것인가, 올림픽이 마무리된 9월 이후로 잡을 것인가 등 여러 예측이 나온다. 정치스캔들을 조기에 수습․반전시키자면 중의원 해산은 이를수록 좋겠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잔치를 앞둔 상황에서 중의원 해산을 시도하면 중요한 정치행사를 얼렁뚱땅 해치우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올림픽 이후라면 올림픽 개최 후유증과 더불어 일본경제의 실적 미흡(실질GDP성장률 1% 미만)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자칫 자민당의 참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측은 쉽지 않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연내 중의원해산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일 관계 차원에서는 아베 총리가 국내문제에 전념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회복을 서두를 수도 있을 테고, 거꾸로 국내문제에 떠밀려 한․일 문제는 현 단계 그대로 방치하는 상황에 머물 수도 있다. 다만 징용자 배상과 관련해서는 전범(戰犯)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문제가 걸려 있어 무작정 현상유지도 어렵다. 양국 관계는 대화로 푼다는 원칙론에 입각하는 자세를 취하는 등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현금화 문제만큼은 최소한 진척을 볼 수 있도록 대화에 임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일본 국내사정은 한․일 갈등 해결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다만 최근 1~2년 새 일본 내에 만연된 한국 폄하론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의 전향적인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 적잖은 일본의 한국 워처들은 한국의 반일민족주의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폄하와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 내지 비판론을 펴고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에 이어 조건부 종료 유예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이 크게 흔들리는 등 한․․미․일 관계가 신뢰상실 단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미야케 구니히코(宮家邦彦)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주간은 지난 달 26일자 ‘닛케이 비즈니스’에 실은 기고문(‘문재인류의 밸런스 외교가 동북아시아를 불안정하게 한다’)에서 문 정권이 이른바 ‘팔방미인 외교’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우유부단 외교’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지난 연말에 벌어진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중국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데 그쳤다고도 지적한다. 문 정부가 대미, 대중, 대북 외교에 대해 다 잘하려고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탓에 향후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 내의 한국 평가의 진위 평가는 그만 두고라도 ‘문 정부가 계속되는 한 한․일 관계는 회복 불능’ 이라는 비관론적 평가는 일본 정부를 비롯해 일본의 일부 한․일 관계 전문가들이 한국과의 관계회복을 사실상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반전(反轉)을 노리자면 선제적으로 나서야
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선언을 통한 압박효과는 역설적으로 작지 않았다. 다만 일본의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과 이후 조건부 종료유예 결정 등과 관련해 한․일 안보협력 균열에 대한 우려를 거론하기보다 한․미 관계의 균열 내지 신뢰상실을 지적하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 한 현상이다. 한․일 관계의 절실함보다 한․미․일 관계 속에서의 한국의 돌출행동을 질타하고 우려하는 입장이 더 강하다. 그만큼 현 상황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절실함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급진전 됐던 남북 및 북․미 간 대화 과정에서 ‘재팬 패싱(Japan Passing)’을 심각하게 우려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는 이른바 ‘노딜(No Deal)’로 끝난 이후 일본을 배재한 한반도 상황변화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아베 정권 등장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폄하 분위기와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일민족주의 흐름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본의 한국 경계론(관계회복 불필요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한국 폄하론과 경계론이 만연한 가운데 한․일 관계 회복을 꾀하기란 쉽지 않다. NHK가 지난달 9일 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누가 역할을 해야 하나’에 대한 응답은 ‘일본’ 5%, ‘한국’ 28%, ‘양국이 함께’ 49%, ‘관계개선 필요 없음’ 11% 등이었다. 그나마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보다 한국의 역할이 더 요구된다는 인식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평가가 심각하다는 것을 웅변한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뭔가 구체적이고 특별한 반전계기가 필요하다. 핵심은 징용자문제의 선제적 해법이다. 일본에 만연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부터 서둘러 교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징용자 문제는 한국정부가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해결했으면 한다. 한국 정부는 1970년대와 2000년대 등 이미 두 번에 걸쳐 ‘징용자보상은 한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천명하고 보상해왔던 만큼 기존 보상이 미흡했다면 한국 정부가 끝까지 나서서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대법원이 보상과 관련해 이전과 달리 징용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 배상을 판결한 만큼 원고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9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강연 중 밝힌 해법(‘문희상안’)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피해자 보상을 위한 펀드를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지불함으로써 재판상 화해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대위변제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문희상안은 문제점도 적지 않다. 피해자 보상을 담당할 펀드구성에 있어서 한국 정부를 비롯한 한․일 양국의 개인 및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어 펀드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무엇보다 전범기업의 책임에 대한 추궁이 없다는 점이 한계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이미 한국 정부가 지난해 6월 19일 일본에 제안한 ‘1+1(일본 전범기업과 청구권자금으로 설립된 한국 기업에서 출연한 기금)’안보다 진전된 면이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징용피해자해법에 대한 분명한 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징용자보상과 관련해 민관공동위원회를 결성해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처럼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실행 가능한 최종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요구목표와 관철될 수 있는 수준을 명확히 해야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단체가 30여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를 하나로 담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럴수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실리외교와 더불어 가치외교도
지난 연말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이는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입장이 아베 총리에게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 또한 일본의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 최고재판소는 징용피해자의 배상소송에 대해 시종 기각으로 일관해왔다. 그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고 반역사적 결정이지만 이대로라면 양국 정부가 자국의 법리적 입장만으로 대립 외엔 그 어떤 다른 길이 마련하지 못한다. 서로가 자국 법원의 주장만을 앞세워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정치적 노력과 함께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에서 반전을 꾀하자면 그에 상응하는 방책을 찾아야 맞다. 원칙만 앞세우는 것은 의지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무능을 자랑함에 다름 아니다.
실리를 챙기기 위한 방편을 적절하게 찾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다. 더하여 단지 실리외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도덕적인 우위나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라는 평가를 얻어내는 것, 즉 가치외교를 지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국정부나 2018년 대법원 판결도 마찬가지로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틀을 존중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더욱 분명하게 한일기본조약 존중의 실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일기본조약은 태생적 한계에 대해서는 차츰 수정․보완해가는 것으로 하더라도 당장은 징용자문제 해법을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국민에 대한 보상 문제를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풀어내겠다는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