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전망>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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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반도 정세는 흐림이다. 그냥 흐림 정도가 아니라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들이 모두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 북한 내부 상황과 군사기술적 필요성, 미국의 대선 등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금년 한 해 한반도 정세를 어둡게 할 것이다. 아마도 금년 한 해 3월 위기설, 8월 위기설 그리고 11월 위기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한반도 정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강대국들의 파워게임이다. 오늘날에는 미중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증가했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자신들의 위상을 북한도 잘 활용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은 결국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미동맹 해체다. 이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한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역내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 핵을 보유한 채라도 대미 협상에서 중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2003년과 달리 중국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 파이프라인을 한 번도 잠그지 않는 이유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비핵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의 내부 상황과 군사기술적 필요성 역시 북한의 전략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대신해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도문에서 밝힌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가뜩이나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체제인데다가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물론 급변사태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다. 1인당 DGP가 1,500달러 내외로 추정되기에 우리의 1970년 전후로 보면 된다. 가난했지만 그 당시 우리 경제도 버텨냈다.
다만 북한은 2010년대에 걸쳐 나름대로 경제성장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인한 낙수효과 덕분이었다. 그런데 다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그것도 3년 연속 지속되는 만큼 내부의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에게 가상의 적을 요구한다. 김정은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강도(强盜)와 같은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김정은은 어쩔 수 없이 대미 강경노선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군사기술적 필요성도 같은 대미강경노선을 예고한다. 북한은 평화무드가 조성되었던 2018년에도 핵물질과 핵무기를 생산해왔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투발수단도 끊임없이 개발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북관계가 안 좋은 시기를 틈타 이들 무기체계를 실험하고자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입증하고자 할 것이다. 본토에 대한 위협을 예방하고자 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포기하고 북핵 보유를 수용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년 한 해 북한은 자신들이 준비한 핵무기 투발수단을 실험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김정은이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야기한 새로운 전략무기일 것이다. 이 전략무기는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입증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로부터 생존력을 확보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결국 다탄두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가능성이 높다.
11월 개최되는 미국의 대선(大選)도 미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과의 관계가 좋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 때까지다. 특히 금지선(red line)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때까지다.
김정은의 잘못된 계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북한에게 양보하는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트럼프는 잘 파악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을 모르는 생각이다. 북한에게 핵 보유를 사실상 허용하는 미국의 양보는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수용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노딜(no deal)을 선택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비확산체제가 무너지고 동북아에서 핵확산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년과 같이 대선에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에 양보하는 나쁜 거래(bad deal)을 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북한의 기대와 달리 미국은 비핵화 원칙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남북대화를 이어가고자 하지만 북한이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노동당 중앙위원화 전원회의 발언이나 김계관의 성명의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어차피 미북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정부는 무조건 따라올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력을 굳이 한국에 쏟을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순종적 행보가 결국 북한으로부터의 무시를 낳았다. 대북정책을 새롭게 구상해야 할 이유다.
그렇다면 금년 한 해의 흐름은 어떻게 전개될까? 아마도 북한은 적정한 명분을 만들며 미국을 압박하려 들 것이다. 그래야만 중국으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압박을 우회하고 북중관계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명분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제공한다. 북한이 이를 명분으로 도발을 한다면 미국이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을 요구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중국은 연합군사훈련이 북한을 자극했다는 명분을 들며 훈련 중단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북한을 통해 해결하는 중국식 외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을 고려하면 금년 3월과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는 시점에서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트럼프의 재선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싶어 한다면 대선에 임박한 11월 초에 도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 상황은 연중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2017년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동결과 핵 군축 협상에 임하도록 만들고자 할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경제 상황은 겉으로만 중요하지 속내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 모습이다. 김정은이 직접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핵을 보유함으로써 자신의 체제를 강화하고 향후 대남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현재 북한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4개항 합의를 이행하자고 대화를 제안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유능한 항해사는 풍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올 한 해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지속된다 해도 당황하거나 비핵화 의지를 포기해선 안 된다. 북한은 ‘한국이 겁을 먹고 북핵을 수용하자는 여론이 조성되기를’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상황에서 우리가 흔들리면 북한은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따라서 올 한해 여러 악재들이 발생해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며 튼튼한 한미동맹을 통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북핵 위협을 후대에 물려주는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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