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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22)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2월28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19년12월27일 16시31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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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오늘은 관광객 모드와 쉬는 날 모드 두 가지 짬뽕의 날입니다. 갈수록 조금씩 지쳐감을 느낍니다. 오늘은 날씨가 딱 알맞다고 해야 할까요. 20도 정도에서 시작하더니 조금씩 흐려졌다가 한 차례 소나기도 내렸습니다. 그래서 최고기온이 28도라고 하는데도 덥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못했네요. 시작은 씩씩하게 했습니다. 르몽드도 사고, 버스 타러 가며 활기도 느껴보고,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본 프랑스 하원 (Assemblee Nationale) 건물 사진도 찍고... 버스 내린 뒤 목적지에 가기 전에 반대편에 있는 포슈 장군상도 확인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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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오늘 간 곳은 트로까데로 (Trocadero). 아마도 빠리에서 관광객 밀도가 (그것도 여러 가지 폼으로 사진을 찍는) 가장 높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교적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10시반경) 벌써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에펠탑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 장소로 소문이 난 곳이지요. 저희도 증명사진을 찰칵. 여기는 소품 물건을 팔며 세계각국 말을 조금씩 지껄이는 장사꾼들도 가득해서 오래 머물 곳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햇볕도 뜨겁게 내리쬐고요. 오늘 하루 동안 저희 부부는 이 광장을 본의 아니게 세 번이나 지나갔는데 (아침 도착직후, 인간박물관 관람후, 공원에서의 휴식 후) 그때마다 표정이 바뀌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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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그 옆 '인간 박물관'을 들어갔다 나온 1시반경에는 인산인해.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기도 해서 음악에 맞추어 저절로 춤을 추는 관광객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공연은 물론이고, 먼 아프리카 국가 가봉의 정치적 주장까지 펼쳐지기도 하는 곳이네요. 특히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온지는 모르지만 어린이 전통춤 공연단이 보여주는 춤사위가 보통이 아니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웃 공원의 나무 숲 사이에서 기념 될만한 결혼 사진을 찍으려는 신혼 커플들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지막 사진 바로 앞 사진은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로 이곳까지 달려온 네덜란드 관광객들입니다. 그들의 건장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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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박물관. Musee de l'Homme의 직역입니다. (구글이나 우리 인터넷에서는 인류 박물관으로 번역하는데 저는 인간 박물관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에)

기실 이곳을 들르기로 한 것은 관광객들 모이는 광장 (Parvis)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멋진 곡선을 그리며 샤이요 궁전 (Palais de Chaillot)이 펼쳐져 있는데 몇 번이나 이곳에 오면서도 궁전 속에는 어떤 박물관들이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좀 아쉬워서 미슐랭 가이드를 살펴보았더니, 그 궁전에는 네 개의 박물관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저희 부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유일한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들어가는 입구에 불어로 써놓은 명제들부터 철학적인 느낌을 줍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래서 이런 물음에 답하려는 노력으로 이 박물관을 열었노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입구에 네온으로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각국 말로 떠 있는 속에 우리 말이 빠져 있어 다소 서운했네요. (박물관 방문 내내 우리나라에 대한 소개는 소홀하기 짝이 없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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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는 인간과 식물, 동물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지부터 시작하네요. 그 차이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태어났으니까요. 그것을 설명하면서 인간이 인간 스스로의 몸을 해부하며 연구하기 시작했던 기록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양의 경락 모습, 서양의 두상 해부를 위한 구분 모습, 그리고 예쁜 여자의 두상을 열어놓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다음에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각각의 언어들을 3분 정도 분량으로 녹음해놓은 매우 간단한 전시이지만 혀를 당기면 그 언어를 들을 수 있는 장치. 이제 세계 80억 인구 중에 고작 8명 정도만이 쓰는 Mand어를 비롯해서 소수의 사람들이 쓰는 언어들 위주로 전시해놓은 배려 등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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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사람들의 두상의 차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 본래 이 전시는 여기에 착안한 한 과학자가 여기에 특화하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박물관은 문을 닫고 여기로 전시물이 넘어왔다고 합니다. 실제 존재했던 사람들의 두상을 석고로 본떠서 만들고 그 이름도 적어두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요.) 제게는 그린란드의 이누족 27세 여성의 두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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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인류의 탄생지로 알려진 아프리카 대륙과 그로부터 퍼지기 시작한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의 경로를 보여주네요. 이들은 각각 유럽과 중앙아시아 방면으로 진출했는데 이와 별도로 앞서서 해양으로 죽 건너가서 인도네시아에까지 이르렀다는 '호모 에렉투스' 스토리는 처음 접했습니다. 왼쪽 사진 왼쪽이 네안데르탈인 두상, 오른쪽이 호모 사피엔스 두상이네요. 다음 사진 오른쪽이 호모 에렉투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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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인간이 쓰기 시작한 도구와 그릇 등이 전시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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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에는 각 지역에서 각자의 개성대로 삶의 문화적 차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 높고 낮게 보는 시각이 없이 그 모든 차이점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전시의 의도가 돋보였습니다. 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모습도 보여주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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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현대로 들어오니 세계 각 지역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그 삶의 방식에 녹아들기 시작한 글로벌 문명의 도구들이 등장합니다. 자동차에 이어 TV, 스마트폰 등이 몽골의 천막속으로까지 파고든 모습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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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에서 북아프리카 요리인 쿠스쿠스를 시켜 먹었습니다. 커피도 마시구요. 조금 쉬는 시간을 가진 셈이지요.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에펠탑 사진도 찍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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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느 가치를 우선해야 할까요? 각자의 개성이 살아나는 전통문화를 우선시해야 할까요? 아니면 무한경쟁을 불러오는 글로벌리제이션 속에서 조금이라도 앞서려고 노력하는 기술과 산업을 우선시해야 할까요? 어느 쪽을 강조하더라도 다른 쪽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프랑스식 기본자세를 어릴 적부터 키워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가는 입구 근처에 아이들이 앉아서 무엇인가 골똘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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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흐리면서 기온도 다소 높아서 그런지 제가 쉽게 지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트로까데로 공원 (Jardin de Trocadero)에서 그늘을 찾아 쉬기로 했습니다. 오후에는 Paris Plage를 찾을 계획이었는데 체력 때문에 급격히 선회한 셈이지요. 그늘에서 2시간 반 정도를 잘 쉬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벤치에 길게 드러눕기도 하구요. 그런데 저만 피곤한 것이 아닌가 봅니다. 공원 내에 졸거나 잠자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와 아내의 눈에 띈 사람들의 사진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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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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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12월27일 16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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