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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을 쫓는 경제정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2월22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2월22일 14시15분

작성자

  • 조장옥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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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12월 16일) 정부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의 공동명의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0년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2019년은 대외여건 측면에서는 세계경제의 성장과 교역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며 하방 위험이 크게 확대되었다. 국내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의 본격적 감소, 1인 가구 및 온라인 판매의 빠른 증가 등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중(二重)의 도전이 중첩된 한 해”였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부는 경기 하방압력에 총력 대응하면서 혁신적 포용국가의 토대 마련에 진력해 왔고 성과도 있었다. 제 2 벤처붐 확산 과정에서 유니콘 기업이 증가하는 등 혁신분위기 확산과 함께 고용, 분배 측면에서도 개선의 흐름을 보이면서 민생여건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활력이 둔화되고 구조혁신 지체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은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들이다.

 

내년도 여건을 보면 긍정적인 기회요인과 함께 위험 요인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경제의 성장과 교역이 회복되고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 역시 금년보다 개선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며 최근 미중간의 1단계 합의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적극적인 거시정책과 최근의 경제심리 개선 흐름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투자의 조정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회요인은 최대한 살리고 위험 요인들은 철저히 관리하여 내년 경기반등의 모멘텀을 확실히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이러한 엄중한 인식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1+4의 5가지 정책방향」을 마련하였다. 먼저 내년 반드시 경기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경제상황 돌파’를 별도의 정책 카테고리로 설정하였다. 이와 함께 금년도 경제정책방향, 즉 혁신동력의 강화, 경제체질의 개선, 포용기반의 강화, 미래선제대비 등 4가지 기본 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여 정책의 연속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1. 경제상황돌파 

 

최우선 돌파구는 투자이다. 투자의 회복 강도가 내년도 경기반등의 폭을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민간투자 25조원, 민자투자 15조원, 공공투자 60조원 등 3대 분야에서 총 100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집행하는 등 민간과 공공부문의 투자여력을 총동원하도록 하겠다. 또한 최저 1%대 파격적인 금리의 4조5천억 원 규모 설비투자 촉진 금융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투자촉진 세제 3종 세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등 민간투자 촉진을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 그리고 내년도에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이 역대 최고수준이 되도록 각별히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산업단지 내에 중소․중견 유턴기업 전용 임대단지를 조성하는 등 유턴기업 유치 촉진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으로 발표하고 시행해 나가고자 한다.

 

최근 소비심리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소비・관광 중심의 내수 진작에도 최대한 역점을 두겠다. 10년 이상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 시에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고,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붐업을 위하여 해당기간 중 하루를 지정하여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관광 분야에서는 우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방한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열겠다. 해외에서 호응이 높은 K-콘텐츠, K-뷰티, K-푸드 등 소위 3K 산업 육성과 함께 이들 3K를 연계한 K-culture 페스티벌도 연 2회 개최하도록 하고, 비자 편의 및 항공・숙박 바우처 제공 등을 통하여 방한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도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가겠다.

 

건설투자의 경우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조정국면이 예상된다. 이에 안전투자 중심의 23조2천억 원 규모 SOC투자 그리고 10조5천억 원의 생활SOC 투자 그리고 도시재생사업 투자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주거복지로드맵 상의 105만 2천호 계획의 일부를 앞당겨 진행하는 등 정부차원의 마중물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 나가도록 하겠다. 

 

세계 수출규모 6위 국가의 위상을 지켜내기 위한 수출총력지원도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 13대 주력 수출품목과 3대 시장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수출금융 지원규모도 금년보다 약 24조 원 정도 증가한 241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 이와 함께, 글로벌 바이오헬스 펀드 1,000억 원 신규 조성 등 서비스수출을 보다 활성화해 나가고, 신남방정책의 고도화, 신북방정책에 대한 성과 확산 등 대외진출 전략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

 

민생에 직결되는 지역경제 활력을 위한 노력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지방 중소․벤처기업 전용펀드를 1,000억 원 추가 조성하고,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되도록 하겠다. 이와 같은 국가균형프로젝트의 일부는 지역 도급을 의무화하는 등 지역의 혁신창업과 지역경제의 활력제고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

 

아울러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하여 부동산, 가계부채, 외환․금융, 통상, 기업 구조조정 등 우리경제의 5대 위험 요인들을 철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관리․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

 

2. 혁신동력강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잠재 성장경로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혁신동력 강화 노력을 가일층 강화하겠다. 먼저 제2의 반도체 산업 발굴을 위하여 신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Data, Network, AI 등 DNA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신산업 BIG3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 특히 데이터3법 개정과 연계하여 데이터경제를 내년 본격 확산하고,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5G 투자는 물론 5G와 산업과의 결합을 의미하는 5G+ 전략을 적극 촉진하는 한편 AI산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

 

주력산업의 경우 금년에 마련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토대로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융복합화를 본격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우 핵심 기술개발에 대하여 3년간 5조원을 집중 투자하여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

 

서비스산업도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의 중요한 축으로서 내년 본격적으로 육성․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먼저 범정부 서비스산업 추진체계를 구축하여 내년 상반기까지 서비스산업 중장기 혁신전략을 마련하고, ‘K-뷰티 혁신전략’ 에 대한 수립,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 추진, 의료접근성의 제고 등과 같이 유망서비스 분야별 육성대책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도록 하겠다.

 

이미 조성된 제2 벤처붐 확산의 연장선상에서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수 20개를 목표로 하여, 스케일업 펀드를 3조 2천억 원 규모, 예비유니콘기업 특별보증 2천억 원 지원 등 스케일업 중심의 벤처․창업 생태계도 가일층 강화시켜 나가도록 하겠다. 아울러, 혁신분야의 정책금융 공급규모를 금년보다 43조 원 늘려 479조 원까지 대폭 확충하고, 성장성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기업 여신심사체계도 전면 혁신하여 모험자본 공급이 최대한 확대되도록 하겠다.

 

3. 경제체질개선 

 

규제혁파는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투자 촉진 대책’이다.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체감성과를 반드시 창출하도록 하겠다. 먼저 내년 현장의 개선 요구가 큰 5개 영역, 10대 규제집중 산업분야를 선정하여 규제에 대해서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 올해 본격화된 규제샌드박스 사례도 내년에 200건 이상 추가 창출토록 하고, 규제샌드박스 승인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규제샌드박스 승인 기업 성장프로그램’도 도입하도록 하겠다.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신사업에 대한 돌파구 마련을 위하여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가칭 ‘한걸음 모델’을 구축하여 맞춤형으로 상생형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다. 

 

경제구조 전반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총론적인 접근과 함께 각론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앞서 말씀드린 혁신동력 강화를 위한 산업혁신 노력과 함께 노동혁신, 재정혁신, 공공혁신 등  분야별 구조혁신도 본격 추진하겠다. 노동분야의 경우, 고용안정성을 바탕으로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재정분야는 누수 방지 노력과 함께, 관행적인 민간 보조사업에 대한 제로베이스의 검토 등 지출효율화 노력도 대폭 강화하겠다. 공공혁신과 관련해서는 임금피크제 인력을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소위 ‘셰르파 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하는 등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아울러 효율성 중심으로 관리시스템을 개편해 나가도록 하겠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경제활동인구 총량 유지 노력도 병행 추진하겠다. 새로운 고령자 일자리 모델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육아휴직 활용여건을 개선하고, 보육여건을 확충하는 것을 통하여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 나가도록 하겠다. 

 

4. 포용기반의 강화 

 

경기변동에 민감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구조혁신 과정에서 포용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포용기반을 더욱 촘촘히 강화해 나가겠다. 먼저, 청년, 중년, 신중년, 노인, 여성 등 계층별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겠다. 특히 우리 경제의 중추 허리층이지만 일자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가장 큰 40대에 대해서는 내년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현장의견 수렴을 거쳐 1/4분기 중 “40대 맞춤형 고용대책”을 별도로 마련하여 발표․시행하겠다.

 

저소득층, 소득1분위 계층, 빈곤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포용성이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 소득하위 40%까지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EITC 최소지급액을 인상하며, 74만개의 노인일자리를 지원하고, 내년 하반기에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시행되도록 하는 것 등을 통하여 보다 촘촘하고 두텁게 국가적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 또한 서민의 소득기반 확충을 위하여 통신, 의료, 교육, 주거 등 필수 생계비를 경감해 나가는 한편, 저소득층 대상 햇살론을 5,000억 원 추가 공급하는 등 서민금융 지원도 확대해 나겠다.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지역사랑상품권 3조원으로 확대하고, 영세 소상공인 25만 명에 대한 특례보증 5조원을 추가 공급하는 한편, 소상공인 특별 금리대출을 금년보다 4천억 원 늘린 2조7천억 원을 공급하는 등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

 

 ‘공정이슈’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공기와도 같다. 갑을문제 해소를 위한 거래관행의 개선,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강화, 소비자 권익 보호 등 공정과 상생의 가치가 우리 사회 전반에 체화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아울러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3곳 이상 추가 창출하여 노사상생의 협력사례를 내년 전국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도록 하겠다.

 

5. 미래 선제대응

 

무엇보다 가속화되고 있는 인구구조와 가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 해나겠다. 특히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가 될 정도로 1인 가구가 대종(大宗)인 시대에 맞추어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재점검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주거․복지․산업적 측면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솔로이코노미 대응전략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심화되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여 주거․출산․보육 등 전 단계에 걸친 종합지원과 함께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지원, 고령친화산업 육성 등 고령화 대응 정책노력도 가일층 강화해 나가겠다.

 

국민 안전과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가해 가겠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사망자, 자살률 등 소위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력히 추진하여 그 체감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하겠다. 특히 내년 중에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단속카메라 1,500개, 신호등 2,200개가 차질 없이 설치되도록 하겠다.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2020년 정부의 정책방향을 읽고 나면 나라 경제를 운용하는 큰 철학에 따른 방향설정이라기 보다 온갖 대증적인 처방을 나열하였을 뿐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 경제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는 우리의 경기침체가 단기적인 경기변동 때문에 나타났다고 보는 것 같다. 물론 단기적인 변동이 경기침체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소득주도성장, 노동시간단축, 법인소득세 인상, 귀족 노동조합의 전횡, 온갖 복지프로그램의 무분별한 확대 등 정책실패와 국민 편 가르기에 따른 분열이 더해져 불황이 더욱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장기적인 추세에 있다. [그림 1]에는 한 시점에서 과거 10년간의 평균 GDP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 경제는 과거의 빠른 성장을 멈추고 저성장의 국면으로의 빠른 이행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된 고도성장이 1990년대 초반에 꺾이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계속해서 하강하는 추세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는 성장의 추세가 더욱 하락하는 경로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현상유지라도 가능한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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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을 보고 있노라면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1994년 Foreign Affairs라는 미국의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The Myth of Asia's Miracle"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20세기 후반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가들(NICs, Newly Industrialized Countries) 곧 우리나라,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높고 빠른 경제성장은 경제학자들의 특별한 연구대상이었다. 이들 나라들은 20세기 후반에 고도성장을 통하여 빈곤으로부터 벗어났으며 이제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하였다. 이와 같은 성취를 기려 학자들은 이 네 나라를 동아시아의 호랑이들(East Asian Tigers) 또는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루그먼이 당시 문제 삼은 것은 신흥공업국들이 이룩한 성장의 성격이었다. 경제학의 이론에 따르면 물적 자본의 축적으로 이룩한 소득의 증가(성장)는 한계생산체감의 법칙에 따라 결국 멈추고 만다. 그러나 기술진보에 따른 성장은 멈춤이 없이 항구적으로 지속된다. 1990년대 중반 여러 경제학자들이 동아시아 네 나라의 경제성장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경제성장이 기술진보가 아닌 물적 자본의 축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크루그먼은 이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기적은 곧 끝난다고 예언하였다. 따라서 그는 동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호랑이가 아니라 ‘종이호랑이(Paper Tiger)’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림 1]에 나타나 있는 추세를 보면 크루그먼의 주장이 기실 크게 빗나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의 경험이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December 7th-13th 2019)는 지난주에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에 대한 ‘특별보도(Special Report)’를 싣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염려하는 것도 일본식 장기불황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90년 구매력평가에 따른 일본의 1인당 GDP는 미국의 85%였다. 그러나 현재는 70%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일본 경제력의 추락에는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포함한 구조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하였다. 동아시아의 네 신흥공업국들은 현재 인구의 고령화를 비롯하여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비교하자면 현재 우리가 일본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이와 같은 사정을 배경에 두고 위에 요약해 놓은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일독해 보시라. 과연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경제성장이 만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 활력의 추세적인 하강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다다랐으며 모든 경제문제의 기저에는 저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낙관적이기에 게으르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2.0%, 내년도에는 2.4%로 예측하고 있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경구가 있지만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현실을 지나치게 쉽게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허상을 쫓는 경제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의 지평을 지나치게 짧게 보고 자기 편의 지지율을 챙길 수 있는 정책만 남발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이 가볍게 볼 수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장기관리이다. 추세적인 하락을 막는 것이다. 저성장 때문에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는 것이며 가계부채가 쌓이고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이다. 저성장은 근본적으로 경제가 성숙하면서 수익률이 높은 투자기회가 고갈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자율과 저축률이 낮아지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에 생계비는 경제의 성숙과 저성장과는 반대방향으로 증가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있어서도 고비용화는 예외일 수가 없다. 결국 출산율은 낮아지고 인구절벽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 

 

대한민국 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시스템의 실패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 어느 한 부분만의 잘못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과거 너무나 빨랐던 고성장시대의 유산이다. 대한민국이 지금 서둘러야 할 것은 경제 시스템을 선진국 형으로 혁신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철저한 개혁이다. 여기서 시스템의 혁신이라 함은 경제 전반을 재구성할 정도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의미한다. 이는 좌와 우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지역이나 기업집단,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고 장기관리의 문제이다. 

 

경제 시스템 혁신의 핵심에는 너무나 상식적이게도 규제혁파와 노동, 교육의 개혁, 그리고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있다. 먼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지 않고 시스템의 개혁을 운위하는 것은 연목구어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코노미스트가 너무나도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사회안전망이 정비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개혁이 과거 모든 정권에서 실패한 것이다. 규제가 없어지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는 이익집단이 존재하는 한 어떤 개혁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개혁에서 피해를 보는 시장참여자들이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나라 전체의 복지와 안전망을 일목요연하게 대대적으로 손볼 때가 된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이 개혁되어야만 한다. 우리의 교육은 관치의 전형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육까지 철저하게 정부가 관리하고 창의교육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자율이라는 것이 그다지 없다. 정부가 교육현장의 무얼 안다고 학생선발부터 연구, 교과서와 교육까지 일일이 간섭하나. 대학의 구조조정 또한 뒤로 미룰 수 없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과감히 문을 닫거나 다른 특화된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만 한다. 교육과정의 혁신을 통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력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만 하는 노동력이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이 마련하여야만 한다. 정부는 효율적인 교육제도를 만들고 장기목표를 관리하는 역할에만 집중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경직적이다. 여러 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노동개혁의 첫 번째 과제는 정규직의 과보호 완화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비정규직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가 없다. 같은 노동을 하는데 임금과 근로조건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시장 친화적이지도 않고 사회정의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진다고 해서 고용의 안전성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귀족노조의 전횡은 견제되어야 마땅하다. 이 나라의 노동운동은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하였다.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 되는 귀족노동운동집단이 90% 이상을 차별하는 기형이 아닌가? 

 

2020년 정부의 정책방향에서도 여러 번 언급하고 있지만 불필요한 규제를 시급히 혁파하여야만 한다. 고도성장시대의 유산 가운데 아직도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이 규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것을 유지하거나 새로 만들었으나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었다. 심지어는 중앙에서 이미 혁파한 규제가 지방에서는 버젓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내년에 하겠다는 방식으로 규제가 얼마나 개선될지 알 수가 없다. 과거에도 그와 같은 규제개혁은 수도 없이 있었다. 그러나 뭔가 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없다. 규제개혁은 헌법 개정을 통해 못을 박거나 특별법을 만들어 포괄적으로 하여야만 한다.   

 

이 이외에도 재정, 금융, 산업, 기업, 가계 등 여러 분야에서의 개혁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어느 한 부문만을 선별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큰 효과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회안전망의 확충 없이, 또 교육의 개혁 없이 구조조정을 시도하거나 노동시장을 개혁한다면 그에 따른 고통에 비교하여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규제혁파 없이 교육의 혁신을 이루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개혁과제들이 포괄적으로 동시에 추구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개혁과제는 우리 경제의 장기관리 관점에서 끈질기게 추진되어야만 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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