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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적신호: 내수 장기침체와 자영업 붕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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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0월01일 18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01일 17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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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2024년 9월)에 따르면,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22년 6월말 5.70%에서 ‘24년 6월말 10.15%로 급등했다(<그림 1>, <그림 5> 참조). 취약 자영업자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3개 금융기관이상 차입자)를 말한다. 취약 자영업자는 ‘24년 6월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에서 인원으로 13.1%, 금액의 11.5%, 우리나라 금융기관 총 대출금의 3.3%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급등했다고 해서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이 위험하다고는 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한국 경제에 위험 신호가 껴졌다고 한다면 위험을 과장하는 호들갑일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 급등은 우리나라 취업자의 20%(‘24. 8월)를 차지하는 자영업의 실상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라는 점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 내수 침체와 자영업 붕괴는 과연 회복의 날개 짓이 작동할 것인가?  내수 침체에 회복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내수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것과 같다. 본고는 이 문제에 대하여 다음 다섯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수출의 낙수효과? 아직은 탈수효과

  2. 물가 하락으로 인한 내수 회복 가능성

  3. 산업 양극화와 자영업 붕괴의 관계

  4. 정부의 대책

  5. 왜 한국 경제의 적신호인가?  ​

 

1. 수출의 낙수효과? 제조업은 탈수효과! 

 

   9월로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19일 Standard & Poors, S&P 면담에서 “수출 호조가 기업 실적과 가계소득으로 이어짐에 따라 내수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작년 8월에서 금년 7월까지 12개월 중 전년 동월비로 제조업에서 수출출하지수는 11개월이 증가세를 보인 반면에 내수출하지수는 9개월이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금년 8월 전년 동월대비 수출출하지수는 8.4% 증가한 반면에 내수출하지수는 1.7% 감소하였다(<그림 2> 참조). 따라서 최소한 아직은 수출의 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수출의 낙수효과가 일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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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증가가 내수 호전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순수출의 증가로 인한 소득의 유입이 시차를 두고 내수 지출로 연결되어야 한다. ‘22년에서 ’23년 1분기 간에는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높아가는 반면에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하락하는 추이를 보였다(<그림 2> 참조). 한편 ‘23년 2분기부터 ’24년 2분기 간에는 정반대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크게 높아지는 반면에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큰 폭으로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즉 ‘21년 3분기부터 ‘24년 2분기까지 12분기 동안 내수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지속하고(<그림 3> 참조) 있어 낙수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의 낙수효과가 작용하지 않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9월간 수출 총액은 작년동기 대비 8.7% 증가하였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2.1% 증가에 불과하다. 둘째 반도체 주도의 수출 증가는 글로벌 공급사슬을 중심으로 지출의 흐름을 수반하기 때문에 내수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현저하게 낮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산업별로 수출액이 국내생산을 유발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생산유발배수는 자동차 2.5배, 총수출 1.9배, 반도체 1.4배라고 한다. 

  한편 7월 현재 전년 동월대비 제조업 생산에 공급되는 중간재에서 수입은 7.1% 증가한 반면에 국산은 3.6% 감소하였으며, 수입 점유비율은 3.7%포인트 상승하여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간재 공급은 오히려 감소하고, 반대로 수입 중간재 공급은 급증하였다(<표 1> 참조). 따라서 제조업에서는 수출의 내수 낙수효과와는 반대로 ‘탈수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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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가 하락으로 인한 내수 회복 가능성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BOK이슈노트, ‘빅테이터 기반 소비패턴 분석과 전망’, 2024. 8.23)에서 물가안정으로 민간소비가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22년부터의 물가상승과 ’23년의 금리 인상이 내수 침체를 촉발했던 만큼, 이제는 역순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년 7월 6.3%에서 지난 8월 2%로 안정되고, 여기에 금리 인하가 더해진다면,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회복되어 어느 정도 내수 회복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가상승율이 하락한 것, 즉 임금의 실질구매력의 하락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지, 여전히 실질구매력의 하락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의 소비지출이 증대하기 위해서는 실질구매력이 상승하는 수준까지 물가하락이 진행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물가안정이 내수 회복을 주도하는 정도의 작용을 할지는 의문이다. 

 

3. 산업 양극화와 자영업 붕괴의 관계


  내수 침체와 자영업이 어려운 배경에는 경기측면 외에도 산업 양극화의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Korea”의 ‘K’자의 위와 아래 획이 갈라지는 모습과 같은 산업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방산K-pop·K-food 등은 세계 시장을 선전하고 있는 반면에 내수시장의 전통적인 소매업종과 음식점업·주점 등 대부분의 자영업종은 갈수록 침체가 심각한 구조적인 산업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7월 현재 5년 전인 2019년 8월 대비 제조업 전체 생산수준은 13.6% 증가했으며, 반도체 및 부품은 46.5%가 증가했으며, 서비스업도 13.4% 증가하였으나, 이러한 증가세는 주로 금융보험 46.5%와 보건사회복지 21.5%에 의해 주도된 것이며, 주로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료소매업은 무려 25%, 생활용품업은 26%, 섬유의복신발업은 14% 감소했다(<표 2> 참조).

 

  국민소득계정에서도 산업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에서 2023년간 연평균으로 국내총생산(GDP)은 2.06% 증가한 반면에 정보통신산업은 6.66% 증가했으며, 숙박·음식점업은 0.77%, 도소매업은 1.29% 증가에 그치는 현저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측면에서는 내수 회복세를 다소 기대할 수는 있으나, 그 회복세가 산업 양극화의 압력을 자영업의 붕괴 압력을 상쇄할 정도로 강한 호전을 보일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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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부의 대책


  지난 7월 3일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취약부문 중심의 민생안정과 경기회복세 확산을 위한 정책대응을 강화”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특히 자영업 사태가 심각한 만큼, 정부는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라는 명제를 붙여 25조원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선물세트는 포장은 근사하지만, 뜯어보면 실속이 없기 마련이다. 총 지원규모 25조원을 분해해 보면, 정부 지원책 발표 때 마다 약방의 감초와 같은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이 14조원, 새출발기금 확대 10조원, 더구나 25조 원 중 정부의 직접적 재정 투입이 필요한 5조원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될 예정에 있다. 결국 실제 금년 하반기에 투입될 지원은 ‘긴급민생안정자금’ 1조원에 불과하다. 

 

  더욱 국민들을 놀라게 하는 일은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월간 근로자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공급액이 전년 동기대비 34%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은 고사하고, 정작 정부는 겉으로는 국민들에게 생색을 내면서, 실제로는 자영업자 지원금융 예산을 깎아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펼 여력이 없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문제는 추락하는 자영업을 잡아줄 손이 없다는 점이다.

 

5. 왜 내수 침체가 한국 경제의 적신호인가?

 

  200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 내수의 GDP 성장기여도가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경우는 세 번으로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2008년 4분기에서 2009년 3분기 기간, 코로나 충격으로 인한 2020년 1분기에서 4분기 기간 그리고 최근의 2023년 3분기부터 4분기 기간이다. 그렇다면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최근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양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현상적으로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들의 구매력 저하와 금리 인상 부담 등으로 설명되지만, 그 구조적인 원인은 내수의 회복력 상실에 있으며, 또 회복력을 상실한 원인은 빠른 산업 양극화의 진행에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내수의 핵심지표이자 자영업의 상태를  반영하는 소매액판매지수(불변)는 8월 현재 ‘21년 3월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전년동월대비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자영업의 구조적인 붕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그림 4, 5, 6> 참조). 

 

  이와 같이 최소한 경제위기로 인한 침체와 같은 수준의 심각한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내수 침체의 장기화와 자영업 붕괴 양상은 그 자체로 주목해야 할 “빨간 불”(경계신호)이며, 회복력을 상실한 경제의 장기적 결과는 곧 “지속가능성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구조적으로 심각한 경고로 받아 들여야 마땅하다. 

 

  대한상공회의소 경기조사에 따르면, 4분기 경기전망지수는 전기대비 4포인트 하락한 85로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으며, 글로벌 S&P PMI 제조업지수는 5월 51.0을 정점으로 7월 49.7, 8월 49.7로 하락하여 세계 제조업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제조업 PMI는 8월 47.9에서 9월 47.0으로 지난 15개월내 최저수준을 하락하여 경기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수출의 상승세 지속이 어려울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럴 경우 수출의 낙수효과는 구경도 하기 전에 수출 상승세가 꺾이고, 내수는 회복세로 전환하지 못하고 장기침체를 지속할 가능성이 증대한다. 이에 따라 자영업은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할 수 있다. 2022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 1146만명의 75.1%가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연간소득이 없다고 신고한 사업자도 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저소득은 사간을 두고 고령 빈곤 문제로 악화된다. 최소한 국민의 1/5 이상이 생계를 의지하는 자영업의 전례 없는 장기침체는 한국 경제의 기반이 무너지는 차원을 넘어서 국민들의 사회적 기반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현재의 내수 침체 장기화와 자영업 붕괴를 어떻게 적신호가 아니라고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림 5>소매판매액지수(음식점 포함,불변) 17개월 연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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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소매판매액지수(음식점 포함, 불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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